자다가 여러 번 깼다
너무 추웠다
건물 안에서 자도 이렇게 추운데 밖에서 잤으면 어떻게 됐을까..
이 마을에 들어온 걸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다
몸을 움츠리고 담요를 다 덮어도 너무 추웠다
그래서 입고 있던 반팔 옷에 긴팔을 덧입고
반바지 아래에 7부 바지를 덧입었다
완전 긴 바지를 입으면 샌들 신는데 불편할 것 같아서
바지 준비할 때 다 20cm 쯤 잘라버렸기 때문에 긴 바지는 없었다
이렇게라도 껴 입으니까 훨 낫네
개판
5시 30분쯤 일어나 약 한 시간동안 어제 못 쓴 일기를 썼다
그리곤 슬슬 짐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회관에 이장님이 오셨다
잠 잘냐며, 밤에 추울 것 같아서 내가 잘 때 회관에 와서 보일러를 틀어두고 갔다고 하셨다
아.. 옷을 덧입어서 따뜻했던게 아니었나..;;
헐..근데 누가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잤네.. 이러면 안되는데..
아침에 떠나기 전에 회관에서 라면 끓여서 먹고 가라고 하셨다
국수도 있으니 국수도 더 넣어서 먹으라며 회관 안에 있는 국수를 찾아주셨다
그리고 아침 일찍 회의에 나가신다며 회의 가기 전에 회관에 한번 들르겠다고 하시고는 회관을 나가셨다
라면 끓여먹으려고 했는데 가스가 없어서 그런지 가스렌지에 불이 안 켜졌다
(나중에 알고보니 가스통 밸브 안 열어서 그런 거였음)
그래서 그냥 아침은 나중에 뽀글이 해서 먹기로 하고
어제 내가 잠 잔 방을 좀 닦아보기로 했다
내가 신세진 거에 대한 보답으로 할 수 있는거라곤 이런거밖에;;
원래 깨끗했던 방이라 닦아도 티는 안나지만.. 그냥 그렇게라도 해야 내가 마음이 편했다
회관 한 구석에 있던 걸레를 빨아 방 바닥을 닦았다
어후...걸레질이 이렇게 힘들었나..굶어서 그런가...체력이 떨어졌나..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금방 지쳤다
걸레질 다 하고 대충 씻고 짐을 정리했다
이장님이 회관 찾아오시기 전에 내가 먼저 이장님 댁에 가 인사를 드리려고 회관을 나서는데
마침 이장님이 회관으로 오고 계셨다
이장님께 다시 한 번 고맙다며 인사 드렸다
이장님께서는 어제는 미안했다고 자기도 어쩔 수 없어서 그런거니 이해해달라고 하셨다
당연한거죠 제가 밤 늦게 찾아온게 이상한건데..
혹시 내려 올때 똑같은 길로 내려오게 되면 또 마을에 들러서 자고 가라고 하셨다
고맙습니다!
자칫 어제 경찰을 부른 이장님이 의심많고 차가운 사람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는데
이장님은 정말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될지 확신이 안 섰기 때문에 그랬을 뿐이다
경찰을 부를 당시에도 이장님은 계속 미안하다며 이해해 달라고 하셨었다
이장님은 순한 분이셨다
마을을 떠났다
마을 나오는 길 아스팔트 땅바닥에 어제 내린 빗물이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는데 참 예뻤다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할지.. 뒤에 전봇대 때문에 이상할 것 같기도 하고..
왠지 사진으로 찍으면 의미가 없어질 것 같아서 사진은 찍지 않았다
사진 찍는 행동
이것도 처음에 고민 많이 했다
왠지 카메라가 있긴 있어야 될 것 같아서 사 가지고 나왔는데..
뭘 찍어야하지?.. 난 사진 찍으러 나왔나?..
눈으로 봐서 뭔가를 느껴야 정말 의미있는 게 아닐까?
사진찍기 위해 눈으로 보는건가?
그래도 나중에 남는 건 사진밖에 없잖아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고?
그러다보면 여기저기 되는대로 카메라 들이대가지고
내가 뭘 보고있는지도 모르면서 사진만 찰칵찰칵 찍어댈것같은데?..
눈과 머리는 딴 곳에 가 있고.. 몸은 카메라를 쥐고 셔터를 누르는..뭔가 따로 노는 상황
나중에 지금 찍어놓은 사진을 봤을 때 내가 무슨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사진 찍은지 기억은 날까?
사진은 뭐지? 표현이 뭐? 기록이란?
나는 정말 지금 너무 짜증이 난다
일기장에 무언가를 써 본다
글자를 쓴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글자를 써 본다
그린다고 하는 게 낫겠다
의미없는 글자를 그린다
ㅎ 그리고 ㅐ 그리고 ㅇ 그리고
ㅂ 그리고 ㅗ 그리고 ㄱ 그리고
ㅎ 그리고 ㅏ 그리고 ㄷ 그리고 ㅏ 그리고
행복하다
오늘의 날짜와 시간을 쓴다
대부분의 감정이 그렇듯 시간이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희미해진다
이 때 내가 느꼈던 짜증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훗날 내가 이 일기장을 언젠가 들춰보는 날이 오면
난 이 때를 행복했던 순간으로 기억할 것이다
걍 이런 느낌..... 뭔가 따로 놀고 가짜같은거..
확실하게는 나도 뭐라 못하겠음..
이런 뻘소리 할 때마다 쪽팔림..
아.....................
난 정말 쓸데없는 거에 고민한다
아무튼 처음엔 그렇게 고민해서
사진 찍을까 말까하다가 안 찍기도 하고 찍기도 했다
초창기에 찍은 사진들은 처음엔 조금씩 다 망설이다 찍은 사진이 많다
아...어떡하지...
아 몰라....일단 찍고 보자
이런 식이었다
나중엔
에라 모르겠다 다 찍자 이히~~~~~~~~~~~~~~
결국 내가 뭘 보고 있는지, 뭘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사진만 찍어대는 깡통이 됨
배가 너무 고파서 빵을 하나 사먹었다
라면도 하나 더 사 뒀다
남은 돈이 330원
만 원이 더 있긴 한데 이건 왠만하면 안 쓸생각이었다
봉화에서 총 4만원을 얻게 됐었는데 이거 다 쓰면 너무 많이 쓰는 것 같아서
일단은 3만원까지만 쓸 계획이었다
다리 건너는 데 멀리서부터 뭔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길래
뭐 이상한 물건이 실린 화물차가 오는가보다 생각했는데
완전 다 망가짐.. 반 쯤 찌그러지고 꺠지고 타이어는 터져서 바람 다 빠진..
덜컹덜컹 거리는 차가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뭐지........저래도 굴러가긴 굴러가는구나...
빵 하나 먹고 주유소에 라면 물 받으러 들어갔는데
아저씨가 먹고 가라고 자리 만들어줌 ^,^
김치도 챙겨줌 ^,^
물도 2병 챙겨줌 ^,^
누가 길에 빵꾸 뚫어 놓음
이제 강원도 쪽으로 넘어와서 그런지 오르막길도 많고 내리막길도 많았다
그냥 계속 걷고 있었는데
오토바이 타고 가는 아주머니가 갑자기 내 앞에서 멈춰서더니
ㅍㅍ : 우유줄까?
딸기우유 줄까 초코우유 줄까
우유배달 하시는 아주머니가 내가 아들같다며 우유를 그냥 주셨다
고맙습니다 잘 마실게요
...우리엄마도 우유배달을 했었다
우유배달 하는 아주머니한테 우유를 받다니..
엄마 보고싶다
안 그래도 배가 고팠는데 우유라도 먹으니까 좀 나았다
오르막길을 한참 올라가다 꼭대기쯤 다다르자 쉼터가 나왔다
화장실에서 씻고 쉼
할머니들이 오시길래 처음엔 그냥 관광으로 놀러오신 줄 알고 먹을 거 얻어볼까 했는데
가만보니 일하러 오신 할머니들이셔서.. 그냥 쉼터를 빠져나왔다
처음으로 짖지 않는 개를 만났다
지금까지 개들은 나만 보면 죽어라 짖어댔었다
자기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멍머어와왕ㄹ오와콰오왈 아주 날뛰었다
낯선 사람만 보면 원래 그렇게 짖는건지..
아니면 큰 배낭을 메고 이상한 차림새를 한 내 모습이
개들의 눈에는 더 낯설고 위험한 존재로 보여서 그렇게 필사적으로 짖어댄건지.. 알 수 없다
세 마리가 졸졸졸 따라옴
그 중 제일 어린 것 같은 개가 내 바지를 자꾸 칵칵 물었음
잠깐 놀다가 이제 난 내 길을 떠나려고 했는데 개들이 날 계속 따라왔다
떨어질 생각을 안하고 원래 자신들이 놀고 있던 자리를 떠나서 날 따라 도로길을 계속 따라오는 것이었다
헐......
설마 개 3마리 데리고 같이 걷게 되는건가..
잠깐동안 우연히 길에서 만난 개 3마리와 같이 걸어다니는 걸 상상했다
괜찮을것 같은데?..
물론 상상일뿐임
먹일 것도 없고 같이 걸어다니다 차에 치일게 분명하니 데리고갈 수 없었다
개들이 자꾸 따라온다고 말하려고 주인을 찾았는데
바로 옆에 있던 두 건물에 모두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한 곳은 휴게소였는데 아예 망해서 문을 닫은 상태였고
한 곳은 어떤 사무실같았는데 문이 잠겨있고 안에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아 어떡하지..
개들을 떼어놓으려고 일부러 처음 만난 곳으로 데리고 갔다가
지들끼리 놀라는 나만의 몸짓을 보여준뒤에 다시 혼자 걸어가니까
개들이 따라오지 않았다
안 따라와줘서 다행스럽기도 했고 서운하기도 했다
좋아라 할 땐 언제고 이제 본척만척하고 지들끼리 놀다니ㅠ
점심 때가 되니까 또 배가 고파왔다
먹을 건 남은 라면 하나가 전부이고 이제 돈도 없었다
원덕에 도착하면 점심을 먹어보자..
항상 생각은 그렇게 해도
막상 도착해서 식당에 들어가보려고 하면 발걸음이 안 떨어진다
식당 문 앞에 서도 못 들어가겠다
왠지 안 될것 같고 폐만 끼칠 것 같고 주눅들어서 그냥 원덕을 지나쳤다
배고프면 남은 라면 먹자..저녁은..뭐 어떻게든 되겠지
원덕을 나와 조금 더 걷는데 휴게소 식당이 나왔다
혹시나.....혹시나.....
안되면 안되는 거고 해보지도 않고 겁먹지말자는 생각으로
식당안에 들어갔다
방금 전에 드시고 간 손님상이 있었는데 그걸 내가 치워주고 일도 도와드리겠다며
밥 한끼만 줄 수 있는지 부탁해봤다
ㅍㅍ : 그럼 저희랑 같이 드시지요
ㅡㅡ;
음?
분명 저런 말을 했었다
ㅇㅇ : 예?...
ㅍㅍ : 저희도 밥 아직 안 먹었는데 같이 드시면 되겠네요
맛있는 점심을 먹게 됨
근데 기분이 좀 찝찝했다
내 혼자만의 생각이겠지..
마음속으로는 날 싫어하지 않을까..
공짜로 얻어먹는 거에 대해 먹으면서도 괜히 마음이 불편했다
어떡하나
이럴려고 나온건데
안되면 안되는 거고
말이라도 해봐야지
그거 말 한마디 하는 게 뭐가 그리 어렵고 힘들다고
안될걸 하면서 지나친 적도 수없이 많다
그렇게 지나치고서는 자책한다
병신.. 말만이라도 해보는 것도 못함?
근데 그렇게 자책하고 다음번엔 꼭 해버릴것처럼 마음을 먹고도
막상 사람들에게 해보려고 하면 망설여지고 주눅든다
반복
반복
한동안 몸에 들어간 대부분의 영양분이 라면이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여러가지 음식물을 내 몸속에 넣어줘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점심 때 먹은 음식이 다 소화되기도 전이었는데
외진 2차선 도로를 걷다가 다리 밑에 있던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발견하고는
먹다남은 김밥이라도 있으면 좀 주세요!! 하고 나름 활기차게 말을 걸어봤다
먹다남은 김밥같은 건 없는데.. 그럼 와서 밥 같이 드시고 가요 오세요
그 분들은 나를 반갑게 맞아 주셨고
비록 찬밥과 반찬 몇 개가 전부였지만
그 때 내게는 내 약해진 몸을 건강하게 만들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더할나위 없이 맛있었고 기쁘기만 하였다
다만.. 조금 마음에 걸렸던 부분은
그렇지 않아도 이 전에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가 나온 샌들을 내 걸어다니기의 오류로 지적하였고
이 날 만난 분들 역시 내 샌들이 크게 잘못 됐다며 지적하셨다
기본이 안 됐다는 말에 기분이 상했고 괜히 기가 죽었다
소심한게 죄임
나 역시 출발 후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었으나
이미 신고 나온 거.. 그대로 신고 계속 걸어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아...그래 샌들 신고 나온 게 너무 무리한 거다..
난 이거면 될 줄 알았지 뭐..
나는 왜이렇게 무식하나..
후... 내 발은 왜 아직도 아픈거지...
이 정도면 적응할 때도 되지 않았나?
계속 걸어주면 빌이 걷는데 적응할거라는 내 생각이 아예 잘못 된건가?
이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도 발목이 당기고.. 발바닥이 따갑고..
발 뒷꿈치가 다 갈라졌다
샌들... 샌들 때문인가..정말 샌들로는 안되나?... 샌들이 문제인가..
아니지.. 내가 약해서 그런거지..
샌들이 어때서...
우리엄마는 평생을 시장에서 파는 만원짜리 운동화를 신고 우유배달하며 날 키웠다
내 발, 고작 얼마 되지도 않는 거 걸어다녀보겠다고 나와서 갈라진 내 뒷꿈치
우리엄마 발 뒷꿈치는 평생 아주 마를대로 마르고 지독한 가뭄이 들어 매말라버린 땅처럼 굳은살로 쩍쩍 갈라져 있었고
나는 어렸을 때 그걸 보고는
우리엄마가 고생해서 발이 이렇게 갈라졌구나....라는 생각은 전혀, 전혀 하지 않았으며
때문에 엄마에게 미안해하거나 안타까워하거나 슬퍼하거나 그런 감정은 조금도 갖지 않았다
다만 엄마의 발이 갈라진 굳은살 투성이다라는 사실만이 내 눈을 통해 머리 속에 들어왔고
우와 엄마 발 왜 카는데
이렇게 만졌는데도 안 아프나
우와.....신기하다...........
갈라진 굳은 살을 내가 만지고 심지어 때내기까지 해도 아무 느낌이 안 난다는 엄마발을 마냥 신기해하기만 했었다
그게 이제 생각나네 내가 왜 그랬지
난 정말 그 발이 아플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었다
어떻게하면 발이 그렇게 갈라진 굳은살 투성이가 되는지 의문도 가지지 않았었다
왜 그렇게밖에 생각을 못한걸까
나는 지금 엄마의 그 발와 비슷한 발을 가지고 있다
갈라진 뒷꿈치가 걸을때마다 더 벌어져서 피도 나고 따끔따끔거린다
나야 잠깐 이렇게 걸어다닌답시고 나와서 걷고 있지만
엄마는 평생을 이 발로 걸어다녔다
엄마의 신발은 만원짜리 운동화였고
지금 내 신발은 8만원짜리 샌들이다
나는 우리엄마의 아들이다
그런 내가 엄마가 신었던 운동화보다도 훨씬 비싼 샌들을 신고서
이 잠깐 걸어다는 게 힘들어서 쩔쩔매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왜 엄살을 부리고 있나
시팔
밟아라 밟아라 꾹꾹 더 세게 땅을 밟아라
조금 아프고 따끔따끔 거린다고 내가 발을 제대로 안 디디니까
자꾸 아프기만 하고 적응이 안되는거잖아
발걸음만 제대로 걸어주면 되는데 조금 아프다고 그걸 못하나
약해빠진 새끼!!
울컥하고 벅차오르는 알수없는 감정에 한동안 난 정말 가볍고 빠른 걸음으로 걸을 수 있었다
다시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빗 길을 걷는건 정말이지 너무 괴롭고 막막했다
조금만 걸으면 발이 질퍽질퍽 불어버려서 물집투성이가 되지 않을까 걱정됐다
비 때문에 더 못 걷겠다
제발 마을에서 받아줘야할텐데.. 비와서 갈 데가 없다..
마을을 찾아다녔다
세 군데 들어가봤지만 허락해주지 않았다
안 그래도 나처럼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고, 그걸 다 받아주니까
안 좋은 일도 많이 생긴다며 이장님들 사이에서 얘기가 오간다고 하셨다
아..그럼 이 주위는 다 안되는건가..
어디서 자야하지
비 오는데..바람도 많이 불고..춥다..
이제 배도 고프고..
배가 고파지니까 혹시 옥수수나 떡이라도 하나 얻어먹을 수 있을까해서
도로길에 나오는 직판장에 괜히 인사도 하고 쓸데없는 질문도 몇 번 해봤었다
막 그냥 달라고는 못하겠고....
계산적인 행동
얻은 건 없다
곧 있으면 어두워지는데 잘 곳을 못 구했다
주위가 바닷가라서 민박집이 많았는데
잘 곳이 없으면 민박집으로 가라고하지 그냥 재워주진 않을 것 같았다
이 마을에 들어가볼까..아니면 앞으로 계속 걸어갈까..
이 마을에 들어갔는데 못 재워준다고 하면.. 마을 갔다오는 사이에 어두워져서 앞으로 더 가지도 못할텐데..
그냥 앞으로 걸어가볼까.. 걸어가봤는데 잠 잘만한 곳을 못찾으면? 그래서 도로 중간에 멈춰서면?
머리속이 복잡했다
아...그래도 모르잖아 한 번 가보자
ㅍㅍ : 그러니까 지금 무전여행한다는 말인가?
요즘 안 좋은 일이 너무 많아서...
재워주는 건 문제가 아닌데...
최근에 마을 민박 손님들 물건 없어지는 일도 생기고..
신분증 가지고 있는가?
안 좋은 일이 많아서 좀 그렇지.. 재워주는 건 문제가 아니야
그냥 쓰기에는 상황 설명하는 게 어려워서.. ㅍㅍ
저렇게 줄줄 말하시진 않았지만 저런 말들을 다 하셨었다
정말 친절하셨다
진짜 두분 다..
할머니가 나를 마을회관까지 데려다 주셨다
나올 때 그릇에 밥을 담아 가지고와서는 회관에 있는 라면을 찾더니 직접 끓여주셨다
냉장고에서 반찬 찾아다 꺼내주시고.. 맛있게 먹고 푹 쉬라고 하셨다
맛있게 먹고있는데 누가 노크를 했다
이장님이셨다
김치를 가지고 오셨다
회관에 있다가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라며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셨다
샤워해야 피로가 풀린다고 회관 보일러 틀어서 뜨거운 물로 샤워도 하라고 하셨다
내일 아침밥은 자기 집에서 같이 먹자고 하시며 회관을 나가셨다
정말 두분 다 너무 잘해주셨다
우와...
오늘은 이왕 신세 지는 김에 제대로 신세를 져보기로 했다
차마 보일러까지는 못 틀겠고.. 그냥 찬물에 시원하게 샤워했다
핸드폰이랑 카메라 충전기도 꽂아놓고..
이불 깔고 베개 놓고 포근한 잠자리도 만들었다
오늘 여기서 푹 쉬고 내일 아침에 일하신다는 걸 꼭 도와드리자
여기 와서 정말 다행이다
여기 안 왔으면 이 빗길에 난 어디를 헤메고 있었을까
매일.. 결국엔 도움을 받는다 난 정말 운이 좋은건가
행운이 날 이 마을에 오게끔 만들어준 것같다
정말 여기 안 왔으면 난 엄청 힘들어하고 있었을텐데..
아직 밖에선 비가 쏟아지고 있었고
나는 방안 포근한 이불속에서 편히 누워 일기를 썼다
왜 그렇게 피곤한지
얼마 안 쓰고 펜 놓고 잠시 누워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