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거부터 말하고 가야지
멍청하다
난 내가 올린 사진에 제과점 이름이 나와있다는 걸 몰랐다
처음에 리플에 제과점 이름이 쓰인 걸 보고선 깜짝 놀랐다
뭐지???? 알바생인가? 이름을 어떻게 알지? 추적했나?
가만히 보니 사진에 제과점 이름이 나와있다
내가 올려놓고 그것도 몰랐네
밝히고 싶지 않았는데....
알바생이 말하지 말랬단말임...
이왕 이렇게 된 거
맘모스제과 만세
근데 신기하다
디씨 그것도 국내갤 그것도 내 글을 본 얼마 안되는 사람 중에
안동사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2009년 8월 4일
5일째
음
모든 걸 다 말할 순 없다
나는 이 날 안 좋은 일을 겪게 된다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그냥 생략하기에는 너무 큰 부분이고
그렇다고 그 일을 다르게 꾸미거나 없던 일을 만들어내고싶진 않다
그래서 안 좋은 일이 있었다고만 밝히고 이 날은 대충 넘어가기로 하겠다
간단한 줄거리
5일째 되는 날 아침 난 내가 가고자 했던 영덕과는 전혀 다른 방향인
봉화라는 곳으로 차를 타고 가게 되며 거기서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다음 날 점심 때쯤 난 봉화 은어축제장에 간다
그 전까지 얻은 게 있다
붙이는 파스 몇 장과
내 발끝에서 명치까지 오는 길이의 얇고 가벼운 담요를 얻었다
그리고 어쩌다 부산에서 오신 어떤 아저씨 아주머니와 잠시 얘기를 나누게 됐는데
헤어지면서 3만원을 주셨다
이미 줄 마음으로 꺼낸 돈을 다시 넣게 만드는 건 어렵다
안되요 안주셔도 되요 아무리 해도
아들같아서 그러니까 얼마 안되지만 받아가라고, 꼭 가고싶은 곳까지 가서 성공하라며
계속 돈을 쥐어주려 하셨다
어떡하나
네 고맙습니다 정말 아껴서 잘 쓸게요
결국엔 이렇게 받게된다
받기 전까진 얼마인지 몰랐는데 3만원이었다
헐
얼마 안되는 돈이 3만원이라니..부담된다
정말 그냥 얘기만 나눴을 뿐인데 얻게 된 이 3만원에
난 마음이 찜찜했고 써야하냐 말아야하나 고민했다
어....... 뭐....이미....받은 돈이고.....버릴 수도 없고....
안 좋은 일이 있었으니 이런 일도 생긴 거겠지
내게 생기는 모든 일에 의미를 두려고 했다
어쩌다 여기 오게 됐고
어쩌다
어쩌다 이 분들을 만났고 돈을 받게 됐고
이게 다 내 여행의 일부이고 과정이라 생각했다
그냥 쓰자 뜻 있는 돈이다
별로 간단한 줄거리도 아닌 듯
2009년 8월 5일 6일째 점심 경
봉화는 오려고 했던 곳이 아니다
그냥 버스타고 안동으로 돌아가서 다시 내가 가고자한 길을 가려했다
근데 이미 시간도 좀 늦었고.. 봉화는 축제 기간이었다
봉화 은어 축제
그럼 여기 구경이나 좀 하다가 오후에 차타고 안동에 돌아가서 쉬고 내일 출발하자
내일은 다리가 더 좋겠구만
이제 적응이 됐는지 발바닥도 별로 안 따가웠고
발목도 완전하진 않지만 많이 나아진 상태였다
가족 연인 친구
사람들이 은어를 잡고 있었다
그냥 들어가서 잡으면 되나? 공짜??
당연히 돈이 들었다
참가비에 이거 저거 빌리면 돈 다 쓰겠네
별로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이런 데 오려면 누구라도 같이 와야 좀 재밌겠지
혼자와서 네이놈 은어새퀴들 내가 다 잡아버리겠다하고 미친듯이 뛰어다녀봤자 별로 안 즐거울듯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구경이나 하고 바람쐬면서 쉬었다
먹을 거나 좀 사먹어보고 싶었는데 너무 비쌀 것 같았다
여기저기서 은어 회니 은어 튀김이니 은어 구이라며 팔고 있었다
은어? 무슨 맛일까 맛이나 봤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작은 포장마차에 현수막이 보였다
"은어튀김 한마리 300원"
아....은어가 그리 비싼 물고기가 아니구나
3마리만 사먹자
ㅇㅇ : 저기요 은어 한 마리 300원이에요??
ㅍㅍ : 아.. 잡아오시면 한 마리 300원에 튀겨드리구요
그냥 드셔도 저희는 좀 싸요^^
역시.... 너무 싸다 싶었다
ㅇㅇ : 그럼 그냥 파는 건 얼마에요?
ㅍㅍ : 한 마리 1500원 열 마리 10000원이요^^
그럼 딴 데는 얼마인겨..
....ㅠㅠ 그냥 갈까
ㅇㅇ : 그럼요 죄송하지만 한 마리만 1000원에 주실 수 있어요?
ㅍㅍ : 네 드릴게요^^
1000원에 두 마리를 주셨다!
맛있었다 내장 부분은 좀 쓰다
다 먹고 갈 때 세 마리를 더 싸주셨다
ㄳㄳ 처음부터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으심
포장마차에서 은어 먹다가 축제장에 공짜로 버스타고 관광하는 코너가 있다고 들었다
찾아가보니까 진짜 공짜다 2시간 정도 여기저기 둘러보는 거였다
딱이네 이거 갔다와서 차타고 안동으로 가야지
접수하니까 기다리는 시간이 한 시간 쯤 남아있었다
엄마한테 편지 써야지
아직 집에서 나온 후로 전화도 한 통 안했다
내가 출발하는 날 엄마는 새벽 일찍 식당에 일하러 나갔다
괜히 버스타는 곳 까지 데려다줬다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는 출발하는 버스안에서 내게 손을 흔들었다
휴..난 오늘 떠나는데..
집에 돌아가서 엄마한테 편지를 남겼다
이렇게 또 말없이 사라져서 미안하다며
여행 좀 다녀올게요
꼭 잘 있을거니까 믿어주세요
제가 전화할 때까지 절대 전화하지 마세요
뭐 대충.....이런 내용이었다
이렇게 걸어다닌 다는 말은 안썼다
엄마는 내게 전화하지 않았다
난 이제 군대도 갔다온 성인 남잔데
평소에 집에 쫌 늦게간다 싶으면 언제오나며 전화가 오고
밤에 밖에 나가게 되면 전화가 온다
그런 우리엄마였는데 집 나온지 며칠이 지나도 전화는 오지 않았다
날 믿어준 것이다
고마웠다
먹거리 장터 구석에서 편지를 썼다
엄마한테 언제 편지 써봤었나
초등학교 때가 마지막인 것 같다
군대에 가서조차 단 한 통도 쓰지 않았다
명절이나 특정한 날에 효도편지쓸 때도 몰래 피해갔다
뭐 이딴 놈이 다있나 난 불효자다
이번에 나와서 꼭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고 편지쓸 걸 준비해왔다
막상 쓰려고 하니 어려웠다
뭐라고 해야할 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쓰긴 썼지만 내용이 마음에 안 들었다
다음에 보낼 땐 잘 써서 보내야지
편지는 시간이 없어서 관광버스 타고 갔다 온 다음에 부치기로 했다
버스타면 냄새 날까봐 받아온 은어 3마리를 타기 전 모두 섭취
아까는 그렇게 안 심했는데 지금 먹으니까 내장부분이 꽤 많이 비리고 쓰다
원래 내장이나 비린 건 잘 못먹는 편이라 좀 거북했는데
물도 마셔가면서 끝까지 다 씹어먹었다
먹으면 다 걷고 움직이는 데 힘이 될 음식물들
색깔이 좀 이상하네
내 사고방식
나는 몸이 허한 상태
영양과 칼로리가 부족하다
은어 = 물고기 = 영양
튀김 = 기름 = 고칼로리
은어튀김 = 영양 + 고칼로리
5 라는 숫자는 1도 아니고 2도 아니고 3도 아닌 꽤 큰 숫자
은어튀김 5마리 = 꽤 많은 영양과 칼로리
그래서 난 점심으로 은어튀김 다섯마리만 먹고도 배고픔을 느끼지 않게 된다
오히려 내 엉터리 사고방식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체력회복을 느꼈다
병신같지만 이렇게 살고있다
이제 관광버스를 타러 ㄱㄱ
내 동반자 배낭과 물건들
뭐 워낭소리 촬영지니
무슨 박물관이니 무슨 정자이니 누구의 생가이니
몇 군데 다녀왔지만 사실 난 별 흥미가 없었다
워낭소리를 본 적도 없고 무슨 내용인지도 전혀 몰랐다
박물관을 가서 뭘 봐도 어딜 가서 뭘 봐도 관심도 없고 느껴지는 게 없었다
그냥 사진이나 몇 장 찍고 쉬엄쉬엄 바람만 쐬고 있었다
괜히 내가 무료라는 이유로 와가지고
여기 진짜 오고싶어 했던 한 사람이 못 오게 된건 아닌가 미안했다
이건 뭔지
구경하란 건 구경안하고 혼자 딴 길로 빠져서 돌아다니는데 넓은 잔디밭 가운데 이런 게 있었다
손 씻기엔 너무 낮고 돌 모양이 왠지 이유가 있어서 만든 것 같은데
잔디에 물 주려고 만들었나?ㅋㅋ
시간은 잘 갔다 금새 2시간이 지나가고 다시 은어축제장으로 돌아왔다
우체국으로 가서 편지를 부쳤다
나가기 전 화장실에 들려 거울을 보니 왠 거지같은 놈이 멍하게 서 있었다
우울했음...
이제 안동으로 돌아가야지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내가 왜 버스를 타려고 했지?
얻어타고 가면 되잖아!
그걸 생각 안하고 있다가 은어튀김 먹을 때 포장마차에서 듣고 알게됐다
어느 도로로 가면 대부분 안동가는 차만 다닌다고 중요한 정보까지 얻었다
축제장에서 교통 안내하시는 분들이다
처음 축제장 갈 때도 마주쳤었는데 떠나기 전에 인사하고 사잔 한장 부탁했다
이렇게 사진을 찍어 엄마한테 보내고 싶었다
난 좀 어둡게 살아서 엄마한테 활발한 모습을 못 보여줬는데
엄마가 이런 사진을 보게되면 좋아할 것 같았다
내가 몸 건강히 잘 있다는 것도 알게되니 마음도 편할테고..
하지만 결국엔 안 보냈다
난 사진찍는 걸 많이 싫어한다
용기내서 찍긴 찍었는데 내 모습이 마음이 안 들었다
떠나기 전에 좀 멀리서 은어튀김 포장마차에 손을 흔들었다
날 보곤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셨다
쫌 걸어서 차들만 다니는 도로로 빠져나갔다
중간에 차가 멈춰설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손을 흔들었다 맨 손으로 흔드니까 왠지 뻘쭘해서
축제장에서 받은 부채잡고 팔랑팔랑 흔들어댔다
생각처럼 잘 안됐다
슝 슝 지나가는 차들
손 흔들다 차가 그냥 지나가니 민망했다
가끔 차가 한 번씩 서 줬는데
전부 안동이랑은 반대 방향인 영주로 가는 차였다
그러다가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겼다
차 한대가 멈춰섰다
아주머니 한 분이 타고 계셨다
ㅇㅇ : 저기요 혹시 안동가시는 거면 좀 태워주시면 안될까요?
ㅍㅍ : 아 난 영주로 가는데..
ㅇㅇ : 아...네 실례합니다..
ㅍㅍ : 왜요 버스타고 가세요
ㅇㅇ : 제가 돈을 그리....
돈이란 말이 나오자마자 아직 난 말도 안 끝났는데 아..돈.. 하시면서 지갑을 꺼내더니 만 원을 내미셨다
헐
ㅍㅍ : 이거 갖고 버스타고 가세요 저기 가면 버스터미널 있어요
ㅇㅇ : 아뇨 아뇨 아 제가 돈이 없는건 아니고요 일부러 이렇게 타는 거에요
ㅍㅍ : 그래도 이걸로 버스 타고 가세요
ㅇㅇ : 아뇨 못 받겠어요 저 돈 많아요 진짜 일부러 이러고 있는 거에요 버스타려면 버스탈 돈은 있어요
ㅍㅍ : 버스타고가지..
ㅇㅇ : 저 이 돈 받아도 버스 안타고 또 이렇게 손 흔들어서 얻어타고 갈거에요 그러니까 안 주셔도 되요
ㅍㅍ : 그래도 받아가세요 우리 아들도 지금 이러고 있는데 생각나서 그래요
이거 받고 차 얻어 타보다가 안되면 버스타고 가세요
ㅇㅇ : 아.......네.. 고맙습니다 정말 잘 쓸게요..
만 원을 받았다
이럴 수가
차 얻어타려고 하다가 돈 받게 될 줄은 몰랐네
오늘 무슨 날인가?
그나저나
아들같다는 말 자식같다는 말
지금까지 꽤 들은 것 같다
아들같으니까
자식같으니까
난 부모가 안 되봐서 그런지 아직 잘모르겠다
도대체 얼마나 자식을 아끼면
다른 사람 자식한테까지도 이럴 수 있는건가
내리사랑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그에 비해서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은 보잘 것 없다
아 집에 가면 효도해야지
아무래도 자꾸 영주가는 차만 섰다
아예 안동방향으로 좀 걸어갔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손을 흔들었다
차가 생각보다 잘 안 멈춰섰다
이러다가 진짜 못 얻어타는거 아닌지 걱정됐다
그러다가 시간이 꽤 지나고 딱 한 대가 멈췄다
이것도 그냥 지나간 줄 알았는데 지나간 다음에 멈춰서 기다리고 있었다
덕분에 다시 안동으로 갈 수 있었다
다시 그 찜질방으로 가려고 했다
안동 시내까지는 걸어갔다
근처 까지 다 와서 저녁으로 남은 빵을 마저먹었다
음....
가는 길에 빵집 가볼까?
돈도 좀 있는데 고맙다면서 뭐 좀 사서 갖다줄까..
지금도 혼자 있으려나?
사주면 뭐 사주지?
빵? 빵집에서 일하는데 빵 사주는 건 이상할 듯?
음료수? 왠지 쫌 이상한 듯?
초콜렛? 빵집에 초콜렛 팔지 않나?
먹을 거 말고 딴거면 뭐?
취향도 모르고 사줬는데 싫어하는거면?
그리고 비싼 건 못사는데...
주면서 말은 뭐라고 하지?
아 모르겠다.....그냥 안가야지 다시 가는 게 더 이상한 것 같다..
돈 좀 생기니까 꼴깝을 떨고있었다
빵집을 지나쳐서 찜질방으로 돌아갔다
세 번째 가는 찜질방
처음 갔을 때도 느꼈지만 딱 날 위한 찜질방이었다
가격싸고 시설좋고
옷장은 또 왜 그리 큰지 내 물건이 넉넉하게 다 들어갔다
아
처음에 배낭이 옷장에 들어갈까 걱정했는데
일기장이랑 종이류만 빼니까 딱 들어갔다
배낭크기에 감탄했다
안성맞춤인 내 배낭
뭔가 딱딱 들어맞는다 싶어 기분이 좋았다
어쩌다 또 안동에 왔네
3일째 여기네..
내일 아침일찍 영덕으로 출발해야지
일기는 못 쓰고 일찍 자버렸다
발 상태는 많이 나아졌다
이제 영덕으로 고고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