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6일 7일째
7시쯤 일어났다
항상 전 날 마음먹기는 한 5시쯤 일어나서 6시 전엔 출발해보려고했는데
일찍 일어나는 게 쉽지가 않았다
어제 깜박하고 식량을 안 사뒀다
식량은 라면으로 정했다
2000정도면 3개 살 수 있으니까 한 끼에 하나씩
하루에 2000원만 있으면 식비해결 ㅇㅇ
가격대비로는 라면 뽀글이가 최고
근처 슈퍼에서 라면을 3개 샀다
이제 출발
8시 안동역에서 출발
인터넷에 여행글 같은 거 보면 왠지 기차역 사진이 꽤 있던 것 같은데.....
나도 한번 찍어봤다
따라쟁이
그린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며 그렸을까
처음으로 혼자 킥킥대며 찍은 사진들
ㅇㅇ : 너 이새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ㅍㅍ : 헤헤ㅎ
야이 쌍노무 새퀴야
왠지 소가 더 웃긴다
무슨 표정인지 도무지 알 수없는 탈
혼자 상상하면서 킥킥
얼마 안 가 주유소에서 뜨거운 물을 얻어 아침을 먹었다
맛있쥐
ㅇㅇ 역시 신기하다고 찍은 사진
저런 걸 어떻게 만드나
흔히 보는거지만 볼 때마다 대단함
안동에서 영덕까지는 80km정도였다
이틀동안 가기로했다
내일까지 영덕에 가야지
첫 날인 오늘은 어디까지 가서 어디서 어떻게 쉴지..
그건 가다보면 될대로 되겠지.....몰라...
그냥 계속 걷는다
가다보니 영덕 반 정도 거리에 진보라는 곳이 있다고 교통표지판에 나왔다
진보? 지도엔 없었는데.. 표지판에 나오는 거 보니 좀 큰 곳인가 보다
그럼 오늘은 진보까지 가자
안동대학교를 조금 지나서 비가오기 시작했다
아....언젠간 비가 오겠지 생각은 했었지만
막상 비가 내리기 시작하니까 막막해졌다
젖은 발로 어떻게 걸어다니나...
우산을 꺼내고 배낭에 커버를 덮었다
드디어 쓰게 되는구나
근데 배낭에 커버 하나 씌운다고 진짜 물건이 안 젖고 보호될까? 좀 걱정됐다
다행히 비가 처음에만 좀 많이 내리고 그 후에는 보슬보슬 내리다가 곧 그쳤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었다
근데 비가 많이 오면 아예 못 움직일듯...앞으로 진짜 비 많이 오면 어쩌나..그땐 어쩌지..
샌들 신고 다니니까 발이 샌들 모양으로 탔음
첫날부터 슬슬 타기 시작하더니
며칠 지나니까 선명해졌다
그 동안 다리털 때문에 찍기 꺼려하다가 비 그치고 발 말리다가 찍어봄
역시 컴퓨터로 사진을 옮겨보니 다리털이 더욱 더 보기 싫었다
그래서 다리털을 유기농으로 가꿨음
이렇게 그려보니 바닥에 잡초들과 비교해도 어느 게 진짜인지 모를정도로 사실적인 나의 새싹들
가다보니 안동독립운동기념관이라고 나왔다
지나가는 김에 한번 들어가봤다
입장료 1000원 윽
난 아는 게 없다
느끼는 것도 없지
엉뚱한 생각만했다
인간은 왜 싸우나
사람을 이렇게, 혹은 저렇게 움직이는 근복적인 힘은 뭘까
내가 저 떄 태어났으면 난 뭘 하고 있었을까
그냥 한바퀴 돌아보고 나왔다
나오는데 정수기가 있길래 라면에 물을 받았다
버스정류장 의자에서 점심 ㄱㄱ
외롭지만 맛있기에 즐거운 식사시간
뭐 하는 거리인지 모르겠다
께께께께께께께
안동까지는 4차선도로였었는데 안동에서 영덕가는 길은 거의 2차선이었다
이전보다 차들도 많이 안다니고
길 가에 꽃이 나오기 시작해서 가다가 괜히 꽃이나 찍어댔다
과일 나무도 나왔다
종이로 싸놓은 모습이 낯설고 신기했다 첨봤음 ㅇㅇ
저렇게 키우는구나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할 때쯤 진보에 도착했다
혹시 찜질방이 있나 물어보니 없다는....
또 잠잘 생각하니 막막하고 걱정이 됐다
오늘은 어디서 자노..
일단 저녁부터 먹자
식당에서 라면 뜨거운 물을 받아보려고 했는데 직접 끓여주셨다
계란도 넣고 파도 넣고 반찬도 주셨다
역시 아들같다는 말과 함께
식당을 나와서 제일 가까운 마을에 가보기로 했다
가다가 한 제과점 아주머니께 여쭈어보니 별로 안 멀다고 하셨다
그래 또 한번 마을에 가서 말이나 해보자
안되면 어쩔 수 없는 거고..해보기는 하자
물어서 물어서 이장님 댁을 찾아갔다
저기 실례지만 하루만 좀 쉬었다 갈 수 있을까해서......
이장님께서 곤란하다고 하셨다
마을회관에 사람도 있고.. 또 자신이 이장이라고 해서 자기 마음대로 회관을 쓰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하셨다
요즘 도시에서 온 사람들한테 사기도 많이 당하고..마을 분위기가 안좋다며..미안하다고 하셨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제가 실례지요 뭐..
다시 진보로 돌아갔다
아깐 그냥 생각없이 큰 건물을 하나 지나쳐왔었다
뭐하는 곳인가 들어가봤다
공공체육관? 문화시설? 주민체육센터? 뭐 그런 곳이었다
혹시 24시간?? 은 아니고...밤에는 닫는 곳이었다
헬스장도 있고.. 그 옆에 샤워실도 있고....
샤워실..!
씻을지 말지 고민했다
써도 되나? 누가 보면 뭐라고하지? 아 씻고싶은데....
아 몰라
에라이
후다닥 샤워를 했다
아 개운해라....
잠잘 곳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파출소 옆에 정자를 발견
와 나무 돗자리도 있고 돌 베게도 있었다
여기서 자면 되겠다 이런 데서 자는 것도 좋겠는데?
위험하진 않을까?
아 위치도 딱인데?
바로 옆에 파출소가 있으니 왠지 안전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파출소?
어디서 주워들은건진 모르겠는데
언젠가 옛날에 무전여행하다가,
또는 어쩌다 집에 못 가는 상황이 됐을 때
파출소에 가면 하루 정도는 파출소 안에서 재워준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다
그래 그럼 파출소 가서 혹시 재워줄 수 있나 물어보고
안된다고 하면 내 짐만 좀 맡아 달라고 하고 오늘은 여기서 자보자
파출소에 들어갔다
혹시 하루 자고 갈 수 있을지 부탁해봤다
안되면 옆에 정자에서라도 좀 자고 갈 수 있을지 물어봤다
뭐하는 사람이냐며.. 신원 조회도 해보고.. 이것저것 물으시더니..
파출소에서 재워주진 못하고 정자에서 자는 건 괜찮다고 하셨다
근데 좀 불안하다고 하셨다
ㅍㅍ : 막말로 피습이라도 당하면?
피습
참으로 경찰다운 단어라고 생각했다
오직 경찰 아저씨만이 할 수 있는 말 같았다
그 말을 들으니 진짜 피습을 당할 것 같았다
오늘 밤 난 정자에서 자다가 누군가에게 쥐도새도 모르게 피습을 당한다
순찰하던 경찰관이 피습을 당한 나를 발견한다
급히 피습 당한 날 병원으로 옮기고 집에 연락한다
가족들은 내가 피습을 당했다며 슬퍼하고
여기 신문엔 한 여행객이 피습을 당했다고 사건사고란에 짤막한 기사가 난다
난 피습으로 생을 마감한다
피습
피습
피습
피습
피습
피습
듣는 순간 좀 우습기도 하면서 날 불안하게 만든 단어였다
개떡같은 자존심때문인지인지 사람 앞에서는 약한 척을 안하려고 한다
ㅇㅇ : 아뇨 괜찮아요ㅎㅎ제 몸은 제가 보호할 수 있어요ㅎㅎ
물건 여기 다 맡기고 제 몸 보호할 건 따로 챙겨갈게요ㅎㅎ
내 몸 보호할 거
안동 좁은 길에서 아저씨 세 분을 만난 뒤에
난 내 몸을 보호할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혹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 아닌가
혹시 길 가다가 나쁜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것도 사람 수가 많으면?
혹시 길 가다가 산 짐승들.. 들개나 멧돼지 같은거라도 나오면?
혹시 길 가다가
혹시 모르지 재수없게 여태까지 발견안된 호랑이나 사자가 나올지도?
혹시 북한군이라도 만나면? 공룡이라도 나오면?
그만하자
어쨌든 난 혼자니까 스스로 몸을 보호하려면 무기같은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준비해온 물건들 중에 무기로 쓸만한 게 뭐가 있는지 생각해봤었다
음...........
음!
한 가지 그럴듯한 무기를 생각해냈다
그 후로는 항상 잠자리 옆에 그 무기를 두고 잤다
또 어두운 밤길을 걸을 때 혹은 그냥 왠지 불안하다 싶으면
언제든지 쓸 수 있게 그 무기를 몸에 지니고 다녔다
어떤건지 밝히진 않겠다
왜냐
병신같은 거니까...
그래도 나름대로 쓸만할 듯!
실제로 써본 적은 한번도 없다
나중에 집에 도착하고 이렇게 걸어다니는 꿈을 꾸다가
어떤 나쁜 사람에게 납치 당하는 상황이 왔었다
그 꿈에서 처음으로 내 무기를 쓰게 됐는데 보기좋게 납치당했다
나쁜 사람 안 만나서 다행 ㅇㅇ
경찰아저씨가 그래도 좀 불안하다고 하셨다
난 계속 괜찮을거라고 걱정말라고 밀어부쳤다
그래 그럼 잠은 정자에서 자고.. 급한 거 없으면 이야기나 좀 하자고 하셨다
ㅇㅇ저야 좋죠 뭐
근데 그 때
어떤 술 취한 사람이 들어왔다
음주운전 하다 걸려서 면허취소 된 사람이었는데 서운하다며 따지러 온 것이다
파출소 분위기가 안 좋아졌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 뻘쭘했다
이러쿵 저러쿵하다가 상황종료
그 사건이 있고 난 뒤
경찰 아저씨가 아무래도 밖에서 자는 건 위험할 것 같다고 하셨다
여기 주위에 교도소도 있고.. 교도소 나온 사람들이
갈 곳 없어서 이 근처에서 서성거리기도 하고..
술 취한 사람도 많이 다닌다고 하셨다
좀 기다려 보라고 하셨다
..여인숙에 데려다 주셨다
시간도 너무 늦어버렸고.. 정자는 불안해서 못 재우겠다며 데려다 주셨다
다 말해놨으니까 그냥 오늘 여기서 쉬고 내일 가면 된다고 하셨다
얼...어쩌다 또 여인숙엘 와보게 되네
처음 와보는 것이다 그냥 가정집 같은 곳이구나
짐만 풀어놓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다시 파출소가서 고맙다며 인사를 드리려고 했는데
왠지 안에 심각한 분위기로 모여있는 것 같아서 못 들어갔다
슈퍼에서 내일 먹을 라면을 3개 샀다
라면밖에 안먹어서 영양보충을 위해 빵을 사기로 했다
2000원만 더 쓰자
ㅇㅇ : 실례합니다 혹시 좀 오래되서 딱딱해진 빵 있으면 좀 싸게 주실 수 있어요??
아주머니가 당황해하셨다
ㅍㅍ : 그런 건 없는데...
뭐 싸게도 안되고...
그럼 그냥 주지 뭐..
ㅇㅇ : ??;;;;;; 아뇨 저 돈 갖고 있어요
2000원을 보여줬다
ㅍㅍ : 그럼 그거 받고 더 주지..
옆에 아저씨도 말없이 앉아 계셨었다
나는 아주머니가 하는 일을 아저씨는 못마땅해하시는 줄 알았다
그러다가 일어나시더니 아저씨가 더 적극적이셨다
뭐 줄까 하는 말에 난 대답을 잘 못했고 두 분이 다 골라주셨다
아저씨는 내가 어리니까 고로케를 좋아할 것 같다면서 고로케 넣어줘라,
크림빵도 좋아하겠네 하시며 아주머니를 더 거드셨다
항상 내 혼자만의 착각으로 불안해한다
ㅇㅇ : 고맙습니다 맛있게 잘 먹을게요!
빵은 너무 맛있다
하긴 내가 맛없어하는 게 어딨나
그래도 빵은 특히 더 맛있다
원래 내일 먹으려고 산 건데 유혹에 못 이겨 자기전에 2개를 먹어버렸다
오늘 또 어쩌다 이렇게 편안하게 자게 됐다
항상 먹을 거 잘 거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했는데
어떻게 어떻게 하다보면 일이 꽤 잘 풀린다
사람들이 다 잘해준다
내가 운이 좋은건가
후....빵먹어서 배도 부르고 잠자리도 편안하다
오늘은 꼭 조금만 자자 내일 새벽에 일어나서 파출소에 인사드리고 날 밝으면 바로 출발해야지
4시 30분에 알람을 맞췄다
쿨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