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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선생님 -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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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도대체 뭘까? 발이 흔들흔들 떨린다. 눈앞에서 흰 얼굴이 흐물흐물 모습을 바꾸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아니, 이것은 정말로 착각일까? 나는 울상이 되었지만 [이것만은 꼭 확인한다.] 라고 정했던 작업을 단행했다. 군침을 삼키며, 떨리는 발을 끌고 조금씩 얼굴에 가까이 다가간다. 얼굴이 커지자, 이 좁은 공간이 이 세상과 동떨어진 다른 공간 같은 생각이 든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자세히 보니까, 여기저기 너덜 하게 도장이 벗겨지고, 흰 얼굴은 이곳저곳 더러워진 상태였다. 나는 지금까지 느껴왔던 한기와는 다른 것을 느끼고 눈 깜짝할 사이에 도망쳤다.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나는 몇 번이나 넘어질 뻔 하면서 계속해서 달렸다. 흰 손이 쫓아오는 환상이, 어제보다 더 선명히 머리에 떠올랐다. 무섭다. 무섭다. 뭐야 이거. 뭐야 이거. 햇빛이 보인 순간에 멈췄다. 동굴 밖까지 나온 나는, 벼랑 앞에서 딱 멈췄다. 낮이었기 때문에 다행이었다. 등 뒤에서 이상한 느낌이 든다. 동굴 안쪽에서 빨간 기모노 소매가 나부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곧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현실인지 환상인지 알 수 없게 된다. 나는 떨면서, 동굴 입구에서 작은 소리로 외쳤다. [누구 있어요?]

 

있을 리 없다. 안은 막다른 길이다. 그러므로 동굴 안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다. 바위 안쪽에 누군가 숨어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밀실. 밀실이다. 밀실 안에는 산 채로 미이라가 된 스님이 있을 것이다. 캄캄한 가운데 좌선을 하고, 이미 두 번 다시 변함없는 표정을 지은 채로. 그 얼굴은 화내고 있는 것일까? 웃고 있는 것일까? 아. 나는 도망쳤다. 산길을 뛰어 내려온다. 돌아보지 않고. 계속해서 달리자, 머리가 멋대로 상상하기 시작했다. 안면굴의 얼굴이 화내면, 나쁜 일이 일어난다. 할아버지가 [저것은 무서운 것이다.] 라고 말했다. 정말일지도 모른다. 어쩌다가 타로가 벼랑에서 떨어진 것인지. 눈에 보이지 않는 손이, 벼랑 앞에서 그의 등을 찍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까 본 얼굴은 웃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뭔가 즐거운 것을 암시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도 오지 않는 어두운 동굴의 속에서, 어째서 웃고 있었을까? 나무뿌리를 뛰어넘으면서 계속해서 달렸다. 그날 밤, 저녁밥을 먹고 있을 때, 아저씨에게서 타로가 3, 4일 후에는 퇴원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나는 마음이 놓였지만, 주모자이며, 두목이기도 한 시게가 제일 마음이 놓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밥을 마저 먹고 나서, 나는 시게에게 안면굴에 한 번 더 갔다 온 것을 이야기하려고 했지만, [지쳤기 때문에 이제 잔다.] 고 말하며 눈 깜짝할 사이에 잠자리에 들었다. 나는 어찌 된 영문인지 안면굴의 미소를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묘하게 무서운 생각이 들었으므로, 자신에게 변명하면서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기로 했다. 브라운관의 저편에서는 프로레슬링 중계를 하고 있었다. 무서운 얼굴의 외국인 레슬러가 매트 안이나 밖에서 크게 날뛰고 있었지만, 시시각각 그 표정은 바뀌었고, 단 한 순간도 같은 얼굴은 없었다. 노려보는 얼굴, 강한 체하는 얼굴, 아파하는 얼굴, 웃는 얼굴, 짖는 얼굴. 옷을 깁고 있는 할머니와 함께, 나는 텔레비전 앞에 쭉 앉아 있었다. 다음 날, 시게가 배웅하고 나서, 여름방학 학교에 갈 준비를 했다. 선생님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할까 생각하면서 숙제를 하고 있으면, 할머니가 방에 들어왔다. 나는 빨리 나가고 싶었지만, 타이밍을 놓쳐서 방 안에 계속 초조하게 있었다. 볼일을 다 마친 할머니가 방에서 나가려고 할 때, 나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더니 [아가, 좀 지쳐 보이는구나.] 라고 말했다. 확실히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지쳐 있는 상태였다. 그래도 타로가 바로 퇴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또 어제 만날 수 없었던 선생님을 빨리 만나고 싶었다.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는 괜찮다고 말하며 일어섰고, 산책하러 간다고 말하며 방을 나갔다. 밖은 여전히 햇빛이 비치고 있었다. 반 소매로 드러난 살갗이 햇볕에 검게 그은 자국이 눈에 선명했다. 알고 지내는 사이였던 아주머니가 지나가서 [안녕하십니까.] 라고 인사하면서, 아무것도 없는 길을 터벅터벅 걷고 있자니, 어쩐지 발이 무겁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지쳤구나. 아침밥도 조금만 먹었고. 그래도 나의 발은 재빠르게 움직였다.

 

이슬람 국가는 터키나 이베리아 반도, 북인도에서 확실히 세력을 넓혀 갔다. 그중에서 로마제국의 후계자 비잔틴제국의 영토를 침공한 셀주크 투르크는 그리스도교의 성지 예루살렘을 압박했다. 그래서 로마교황의 명령으로 십자군이 결성되었다. 성공으로 끝난 제1차 원정. 그 후에도 십자군은 터키인이나 이집트의 살라딘으로 상대를 바꾸면서 제2, 제3, 제4차로 원정이 이어졌고 결국 제7차까지 원정이 이어졌지만, 이슬람 세력과의 결판은 나지 않았다. 그럴 것이다. 지금조차 터번을 감거나 스카프를 하고 [압둘라 암쿰!] 따위를 말하는 사람이 많이 있는 곳을 텔레비전으로 보기 때문에. 저 사람들은, 선생님이 가르쳐준 역사의 끝에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선생님의 입에서 이야기되는 먼 세계의 사건도, 결코 판타지 세계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살아 있는 현재의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굉장한 사건이 일어나면, 그 굉장한 것이 지금의 인간 사회 어딘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래서 나는 다른 과목에서 느끼지 못한 두근거림으로 선생님의 수업을 들었다. 한자가 많이 나오는 중국 역사는 조금 싫었지만. 세계사 강의가 끝나고 쉬는 시간, 동굴에서 있었던 일을 어떻게 이야기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전부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선생님은 창문 쪽 자리에 걸터앉아서 진지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꽃무늬가 그려진 흰옷이, 태양 빛을 반사해서 반짝반짝 빛나 보였다. 오늘 아침, 선생님은 어제 내가 오지 않은 것에 대해서 화도 내지 않고, 평소처럼 미소로 나를 반겨 주었다. 선생님은 오전 내내 교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이 층 창문 쪽에서 턱을 괴고. 멍하니 교정을 보면서. 그것을 생각하면, 나는 가슴이 아파진다. 선생님인 것 같은, 젊고 예쁘고 머리가 좋고 상냥한 사람이, 이런 아무도 오지 않는 산속에서 나 같은 어린이를 기다리고 있다니. 선생님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도쿄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것을 전부 버리고 이 시골로 돌아와서, 여름방학 동안, 계속해서 이런 남루한 학교에서 단 몇 명의 학생을 매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내가 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 사이, 선생님은 창 밖을 보면서 멍하게 서 있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은 거기에 있는데도 거기에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얼굴을 들여다볼 때마다, 나는 어쩐지 슬퍼졌다. [그런 일이 있었어? 안면굴은 들은 적이 있어. 내가 어렸을 때에도 남자아이들이 담력 시험으로 갔었어. 나는 본 적 없지만.] 나는 [이런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그렇게 물었다. 선생님은 제정신이 든 것처럼 눈을 크게 뜨고, [이 세상은 이상한 것투성이. 특히 이런 시골에는 우스운 미신이나 전언이 있어. 학교에서 배우는 물리나 수학보다도 더 많이. 나도, 도시에서 살다가 잊을 뻔했었지만.] 선생님이 문득 숨을 돌리자, 밖에서 시끄러울 정도로 매미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교실 안은 이상하게 조용했다. 바위가 화내거나 웃거나, 그런 건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는 이상한 힘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까? 단순히 고장수호신을 모신 수풀에 신사를 세우는 것도? 선생님이 천천히 일어섰다. 내가 아직 모르는 것을 즐겁고, 그리고 상냥하게 가르쳐 주려고. 선생님은 교단에 서서 분필을 들고, 칠판에 글씨를 써 내려간다. 손가락이 그려내는 희고 시원스런 줄을, 숨 쉬는 것도 잊고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선생님이 손에 분필을 들고 입을 벌린다. [너는 그저께 밤, 우선 시게와 함께 둘이서 동굴에 들어갔다.] 칠판에는 동굴 그림과, 사람 2명이 있다. 그 위에는 ①이라고 하는 마크. [동굴의 안 쪽에는 안면굴 바위가 있고, 스님의 미이라가 있다고 하는 곳에는 갈 수 없다. 두사람은 성내기 직전인 얼굴을 보고나서, 입구로 돌아갔다.] 갔다가 돌아온 방향을 화살표로 그린다. 그리고 [화내기 전] 이라고 표시. [그 후, 타로가 혼자서 동굴에 들어갔다.] ②번. [동굴 안에서 비명이 들리고, 타로가 달려 나왔다. 그리고 벼랑으로 떨어졌다.] 화살표가 동굴의 출구에서 끝으로 구부러져 있다. [타로가 말하길, (안면굴이 화냈다.)] 화살표가 동굴 안 쪽에서 유턴하는 장소에서 [화낸 후] 라고 쓴다. [다음 날, 즉 어제 낮에 너는 한번 더 동굴에 갔다. 이 번에는 혼자.] ③이다. [그 때 제대로 확인했지만, 동굴은 사람이 숨을 장소는 없었다. 그렇지?] 수긍한다. [동굴의 안 쪽에는 안면굴 바위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웃고 있었다.] 선생님은 ③번 화살표 끝에 [웃는다] 라고 썼다. 그렇다. 안면굴은 웃고 있었다. 이 세상의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광경을 떠올리자, 등골이 오싹해진다. [역시 그 때 확인했지만, 바위에 얼굴을 그린 도료는 오래됬고, 어제 오늘 칠한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 수긍한다. 선생님은 분필을 치켜들고, [웃는다] 위에 [오래되었다.] 라고 썼다. 그리고 [화내기 전] 과 [화낸 후] 위에는 [오래된걸까?] 라고 퀘스천 마크로 표시했다. 선생님은 빙글 돌다 되돌아보고, 오른쪽 눈썹과 입 끝을 올렸다. [그저께 밤에 안면굴에 가서 확인은 하지 않았지?] 

 

[안면굴 바로 아래에 흰 도료가 붙어있었지. 너는 그것을 보고 송곳니 같다고 생각했고. 그 도료도 오래된 것일까?] 그러고보니 자세히 확인하지 않았다. 그냥 단순히 도료라고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럼, 최근에 누군가가 다시 칠했을 때 붙었을지도 몰라.] 선생님은 얼굴이 화내거나 웃거나 한 것은, 누군가가 바위를 다시 칠했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하는 것일까? [음. 어제 네가 확인했을 때는 도료가 오래전부터 거기에 붙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을거야. 그러므로 그 전에 바위의 표정을 바꿔 칠하는 일은 없었을거야. 그리고, 너와 시게가 나온 후에, 타로가 혼자 들어갈 때까지 누군가가 다시 칠할 수도 없고. 입구는 하나밖에 없고, 숨을 장소도 없다. 그 입구도 너희들이 망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맞아요. 그렇다면 어째서 얼굴이 화를 낸 것일까요?] [대답은 단 하나야. 수학처럼. 그저께, 너와 시게가 함께 본 얼굴은, 바위에 그려진 게 아니었어.] 마치 뒷통수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이 느껴졌다. [네가 두번째로 동굴에 갔을때 너는 바위를 가까이에서 보지 않았어. 동굴에 들어갈때 까지, 바위에 그림이 그려진거라고 알고있었기 때문에, 순수하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거야. 하얗게 칠해진 하리보테(하리보테 : 골에 종이를 여러 겹 바르고, 마른 다음에 속의 골을 빼서 만든 종이 세공품의 하나) 였다고 해야할까?] [그렇지만 잠시만요. 그게 하리보테라고 쳐도, 어째서 얼굴이 변한거에요? [그렇다면 이 순간을 잘 떠올려봐. 그저께 낮에 너희들이 은신처에 모여서 안면굴에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를.] 기억하자. 그 때, 시게가 [이 녀석도 이제 우리 동료로 인정해도 좋지 않을까?] 같은 말을 했고, 그날 밤에 나를 안면굴에 데리고 갔었지.


그러니까 모두 무서워하고, 여러가지 변명을 하고 도망쳤다. 그리고 겁쟁이라고 놀림받고 싶지 않은 타로가 꾸물거리고 있는 동안에 시게에게 잡힌 것이다. 그 순간 [핑!] 나의 머리가 번쩍였다. 그것이 어디론가 사라지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그날 밤, 깊은 산 속 동굴에는 나와 시게와 타로 3명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장소. 게다가 밤에 다른 누구도 올 리가 없다. 그러나 우리 3명이 그날 밤 그곳에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놈들이 있다. 무섭다며, [안 갈거야.] 라고 말한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 그리고 안면굴의 하리보테. 알겠다! 처음부터 하리보테(하리보테 : 골에 종이를 여러 겹 바르고, 마른 다음에 속의 골을 빼서 만든 종이 세공품의 하나) 뒤쪽에서 숨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동굴에 들어가기 전부터! 그런 곳에 누가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놈들이라면 그것을 할 수 있다. 우리가 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화내기 전의 표정을 한 하리보테 뒤에 숨어서 나와 시게가 동굴 안으로 얼굴을 보러 들어왔다가 나가고, 나간 후에 타로가 오기 전에 또 하나 준비해두었던 화를 내는 표정의 하리보테로 바꾼 것이다. 어쩌면, 둥근 하리보테의 양면에 얼굴을 그려서, 단순하게 얼굴을 뒤집기만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위에 그려진 얼굴이 화가 난 줄 알고 놀란 타로가 비명을 지른다. 우리가 부상을 당한 타로를 짊어지고 산에서 내려온 후에 하리보테를 들고 그놈들이 철수한다. 누가 한 것일까? 이런 장난을. 메야인가, 토시보인가, 유스케인가, 그렇지 않으면.. 비겁한 놈들이다. 복수한다. 반드시 복수 할 거야! 그러한 일을 내가 감정에 휘둘려서 말하는 것을 선생님은 가만히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선생님의 안색이 변했다. [잠깐만. 너 지금 뭐라고 말했어.] 항상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선생님의 얼굴이 달라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을 크게 뜨고, 눈썹이 올라간다. 방금한말은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폭발하기 전의 일종의 확인 의식이다.

 

[뭐라고 말했어?] [아, 그게 그러니까..] 갑자기 예상밖의 전개에 나는 발이 떨렸다. 이제부터 어떻게 될지는 잘 알고 있었다. 우리 담임 선생님과 똑같다. 나는 이 시간이 제일 싫다. 뭔가 나쁜 짓을 해서 잔소리를 듣는데, 그런 잔소리를 하기 전에 잔소리를 모으는 이 시간. 굳은 것 처럼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이 시간이 나에게는 가장 무서웠다. 왜일까? 단지 복수한다고 말했었는데.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한 실수를 한 것일까? 선생님을 만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착한 얼굴을 보고서 [상냥한 선생님] 이라고 멋대로 생각하고 기뻐했던 것이 바보 같다. 도대체 무엇이 선생님을 화나게 한 것일까?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아버렸다. [너 자신이 무엇을 말한 것인지 알고 있니?] 선생님의 목소리가 힘껏 다가 온다. [아, 때리려고 하는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다. 나의 볼때기에 부드러운 것이 느껴졌다. 양 볼이 좌우로 당겨진다. 나는 놀라서 눈을 떴다. 그 앞에는, 웃고 있는 상냥한 선생님이 있었다. [미안해. 꾸중을 듣는다고 생각했니?]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일렬로 짧게 맞춘 앞머리, 날씬하게 쭉 빠진 목 뒤로 자라난 긴 생머리. 나보다 한참 연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도, 그 때만큼은 나보다 세네살정도 많은 소녀처럼 보였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네가 착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게 가르쳐 주려고 생각한거야.] 선생님은 내가 잘 모르는 것을 말하면서, 교단으로 돌아 갔다.

 

[너와 시게가 처음에 봤던 안면굴은 바위에 그려진 것이 아니었지만, 네가 생각한 것 같은 하리보테는 아니란다. 만약 하리보테가 있었다면, 아무도 숨을 장소가 없는 동굴에, 비밀 공간이 생기게 된다는 말이지. 거기에 누군가 숨어있다가, 타로가 오기 전에 하리보테를 갈아 넣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안면굴이 노한 모습처럼 보이겠지. 하지만 잘 생각해봐. 어째서 그 누군가는 너와 시게가 나간 후에 타로가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깜짝 놀랐다. 그렇다. 타로는 갑자기 겁이나서 우리가 들어간 후에 들어가게 되었지만, 그래도 무리하게 시게가 데리고 갔다면 3명 모두 [화내기 전]의 얼굴을 보게 된다. 그러면, 사정이 어떠하든 우리의 눈앞에서 하리보테를 다시 바꾸는 일은 할 수 없을거고, 그대로 세명 전부 돌아가면 장난을 위해 준비했던 장치도 쓸모 없게 된다. 시게와 타로, 그리고 그의 친구들 모두가 한 번정도는 안면굴의 얼굴을 봤을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화낸 얼굴을 하고 있는 하리보테를 준비하고 있으면, 그것을 본 순간 [안면굴이 노했다. 우앙!] 이라고 말하게 될 것인다. [거기에서 네가 봤던 흰 송곳니 같은 도료가 붙은 바위가 중요한 힌트가 되고 있단다.] 선생님은 점잔을 빼듯이 천천히 집게 손가락을 세운다. [도료가 붙어서 뾰족해진 바위는, 안면굴 바위의 바로 아래에 있었지. 그래서 그것이 마치 송곳니 같이 보였던거고. 그저께 밤에 시게와 같이 안면굴의 바위를 보러 갔을때 도료가 있었고, 네가 다시 한 번 보러 갔을때도 그 도료는 거기에 붙어있었어. 여기까지 말했으면 이제 알겠지? 즉 안면굴 바위의 얼굴을 하리보테 같은 것으로 만들어서, 그 안에 사람이 숨거나 하면, 그 바로 아래 도료가 붙어있는 바위도 가려지기 때문에. 그러므로 하리보테는 없었던거야.]

 

그런 결론이 선생님의 입에서 거침없이 나온다. 그 것 자체는 납득이 갔지만, 사건은 해결 되지 않고 있다. 그렇기는 커녕 한층 더 미궁 속으로 빠진 기분이 든다. 그럼 안면굴의 얼굴은 멋대로 화를 내거나 웃거나 한다는 말인가?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는데, 선생님이 갑자기 웃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안면굴은 멋대로 화를 냈지만, 멋대로 웃지는 않았어.] 수수께끼 같은 것을 말하면서 선생님이 분필을 손에 든다. 그리고 칠판에 그려진 ①의 마크가 붙은 [화내기 전]의 문자 끝에 [?] 문자를 덧붙여 썼다. 그리고 이쪽으로 돌아본다. [아까, 나에게 꾸중을 듣는다고 생각했지?] 어쩐지 즐거웠다. 이제부터 더 이상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방금 내가 한 행동은 연기였지만, 너는 그것이 사실인줄 알고 눈을 꼭 감고 있었고.] 부끄러워서 나도 모르게 얼굴이 벌개질 것 같아졌다. 그렇다. 어른이 화를 낼 때는 대체로 일정한 패턴이 있기 때문에. 눈을 치켜 뜨고, 우리가 전혀 대답할 수 없는 것을 캐묻고, 그후에 호통을 치거나 후려치거나 하는 것이다. 어른들이 진지하게 성내기 전에, 이제부터 어떻게 될 것인지 아이들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까, 뭔가 이상하다. [네가 처음에 본 화내기 전의 얼굴. 사실은 그게 화내고 있는 얼굴이 아니었을까?] 깜짝 놀랐다. 분노를 참고있다고 생각해서 아직 화를 내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바로 화가 난 얼굴이었다니. [그런데 이상해요. 타로도 전에 한 번 정도 안면굴에 있는 얼굴바위를 봤을건데, 얼굴이 화냈다고 말하면서 도망쳤잖아요.]

 

[그래. 그때 타로가 봤던 얼굴은 전에 봤던 얼굴과 달랐던 것은 확실해. 하지만 타로가 전에 가서 봤던 얼굴과 네가 어제 혼자 가서 봤던 안면굴의 얼굴이 진짜 안면굴의 바위얼굴이겠지. 웃고 있던 얼굴이 이번에는 화를 내고 있었기에. 당연히 놀랐겠지.] 응? 그렇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나에게, 선생님은 알기 쉽게 말을 했다. [말했잖아. 네가 처음에 본 얼굴은 바위에 그려진 거라는 사실을. 그렇다고 해서 사람이 뒤에 숨을 수 있는 하리보테 같은건 아니고. 흰 도료가 붙은 뾰족해진 바위가 있었기 때문에, 장소가 틀릴리도 없고. 아마도, 두꺼운 종이를 바위에 씌우고, 그 위에 흰 도료로 다른 얼굴을 그린걸거야. 웃고 있는 얼굴 위에 화내고 있는 얼굴을. 그 바로 아래 뾰족해진 바위의 도료는, 그 때 붙은 것이고. 누군가 숨어서 기다릴 필요는 없는 것이지. 얼굴은 제멋대로 변한 것이기 때문에. 화내기 전에서 화낸 후로. 아까 말한 것 처럼, 화내기 전의 얼굴과 화낸 후의 얼굴은 완전히 같은거야. 단지, 그것을 보고 있었던 인간의 심리가 틀린 것 뿐이야.] 두근거렸다. 조금씩 선생님이 말하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네가 처음에 그 얼굴을 봤을 때, 미간에 잔주름이 모이고, 입이 구불어지고, 박력 넘치게 너를 계속해서 노려보고 있는 그 표정에 놀랐지. 아까 내가 그런 표정을 지었을 때, 너는 꾸중을 듣는다고 생각했어. 그럼에도 안면굴에 갔을 때는, 그 얼굴이 화내지 않았다고 생각했어. 자, 그것은 어째서 그런걸까?] 그 대답은 알고있다. 지금 떠올랐다. 그 때의 말을. 소리를 지를뻔한 나에게 용기를 줬던 그 말. [다행이야. 아직 화를 내지 않고있어.] 시게다. 내 옆에서, 그 때 확실히 그렇게 말했다. 시게가 이 안면굴 사건의 범인이었던 것이다.





괴담돌이 http://blog.naver.com/outlook_ex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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