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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죄책감










"스읍.............."

"후우~~~~~"

새벽에 옥상에서 피는 담배 맛은 역시나 일품이다.



내 이름은 김세영 평범한 대학생이다.

가끔씩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는 옥상에 올라와서 담배를 피며 바람을 맞는다.

가을에 산 속을 드라이브 하면서 단풍을 보는 것, 겨울에 온통 눈에 덮인 설원을 보는 것, 날씨 좋은 날에 하늘에 셀 수 없이 많은 수의 별들을 보는 것.

이 모든것들은 사람을 편안하고 가슴벅차게 만들어주는 자연이 만들어주는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경관 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만들어낸 빛으로 건물 하나하나를 수 놓은 이 모습도 내가 느끼기에는 대단한 경관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그 경관을 만끽하기 위해 새벽에 추위를 견뎌내고 옥상에 올라와 담배를 피는 것이다. 

"어...?"

건너편 옥상에도 사람 하나가 담배를 피고 있다.

멀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입 주변에서 빨간 빛이 잠시 밝게 빛났다가 꺼졌다 하는 것 보니 담배를 피는것이 분명한것 같다.

웬지모를 반가움에 나는 두 팔을 머리 위로 번쩍 들고 좌우로 흔들었다.

뭐라고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지금 이시간에 소리를 질렀다가는 주민들이 깨서 항의를 하면 옥상이 폐쇄되는 불상사가 일어날수도 있기에 손만 흔들었다.

어라? 근데 그 사람도 날 보며 손을 흔든다. 아주 반갑게 마치 오래전의 친구를 만난 것처럼...

이윽고 그 건너편 사람이 하는 행동에 나는 기겁을 했다.

"안! 녕! 하! 세! 요!"

"헉..." 건너편 사람이 하늘이 찢어질 만큼 큰 소리로 소리를 질르는 것이였다.

"저거 저 새끼 미친거 아냐... 지금이 몇시인데 다 깨면 어쩔라고..."

나는 행동으로 팔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면서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했다.

알아들을 리가 없다 건너편에 있는 놈은 술취했거나 미친놈이 틀림 없는 것 같았다.

"거!기!서! 뭐!하!세!요!"

"아 저런 미친... 옥상 폐쇄 되게 생겼네... 에이씨 그냥 내려가야 겠다"

나는 황급히 담배불을 끄고 건너편 사람에게 예의상 손을 흔들며 간다는 행동을 보낸 후 뒤돌아서 내려가려는 순간

"....자!살!"

"응?"

지금 건너편 사람이 뭐라고 한것 같아서 뒤를 쳐다 보았다.

"뭐래는거야?"

"전!뛰!어!내!릴!려!고!왔!어!요!"

순간 심장이 덜컹 했다. 농담이여도 난 저런 농담을 좋아할만큼 악취미가 있는 놈이 아니였다. 

"당!신!이!뒤!돌!아!보!는!순!간!뛰!어!내!릴!꺼!에!요!"

"아씨..."

꼼짝없이 앞만 보게 생겼다. 장난이던 진심이던 지금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다. 저 사람은 지금 술을 먹었는지 마약을 했는지 미친게 분명했고 분명 큰소리로 떠들고 있으니 주민들이 깨서 아무나 건너편 옥상으로 올라가서 말려주길 바랄 뿐이였다.

"뭐야...저자식 정말..."

"봐!요!"

그 사람은 아니 그 미친놈이 옥상에 불을 지폈다.

화르르르르르르~! 

큰불은 아니였다. 쓰레기 더미를 같이 가지고 올라왔는지 불이 붙어서 그 사람의 모습이 아까보다 뚜렷하게 보였다. 

"이!불!이!꺼!지!는!순!간!뛰!어!내!릴!꺼!에!요!"

"하....."

불의 크기를 보니 길어야 10분정도였다. 어찌해야 될지... 이럴때 왜 헨드폰은 안 들고 와서... 미쳐버릴것 같았다.

"봐!요!"

미친놈은 난간 위에 올라가 점프를 뛰며 정말 죽을려는 마음을 가지지 않는 사람은 하지 못할 위험한 행동을 스스럼 없이 하고 있었다.

"아...!"

"하!하!하!하! 재!밌!다!"

옥상 폐쇄고 주민이 깨고 지랄이고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였다. 우선 저 미친놈을 살려야 할것 같았다.

"하!지!마!요!위!험!하!자!나!요!"

내가 소리를 지르자 미친놈은 잠시 멈춰서 날 쳐다보는것 같았다.

"그!러!지!마!요!죽!을!용!기!로!살!아!야!죠!"

훗... 내가 말 해놓고도 웃음이 난다... 왜냐하면 난 방금 한말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기 때문이다. 

죽을 용기로 살아라... 용기만으로 세상을 살아갈수 있었다면 자살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빌어먹을 세상이 죽음을 뛰어넘는 용기도 철저히 짓밟아 버리니 자살을 택하는거라고 난 생각하고 살아왔다.

"불!이!곧!꺼!지!겠!네!요!"

아... 아까보다 불의 크기가 확실히 줄어있었다.

"내!가!그!쪽!으!로!갈!께!요!"

"뒤!도!는!순!간!뛰!어!내!립!니!다!"

아씨...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올바른 선택인가 고민했다. 앞만 보고 있다가 불꺼지면 저 미친놈이 자살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것인가...아니면...?

"제!가!갈!께!요!저!랑!얘!기!해!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내가 가야 한다. 나는 앞을 보며 뒷걸음질을 해서 그 미친놈에게 조금이라도 뛰어내리지 말라는 당부를 하고 있었다.

'내가 왜 뒷걸음질까지 해가며 내려갈려는지 그 마음을 제발 이해하고 기달려주라... 금방내가 가마'

옥상문에 도착하고 계단을 향해 발을 내딛는 순간... 엄청난 광음이 들렸다!

쿠앙~!!!!!

"서...설마...!!!"

나는 황급히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에서 건너편을 봤지만 작은 불만 피워져 있을뿐 그 미친놈은 보이지 않았다.

밑을 살펴보니 얼핏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 같았고 토 하는 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난 다리에 힘이 풀려 자리에 주저 앉아 버렸다.

"설마...내가 뒤...돌아봐서...그래서...죽은거야...?"

"내...내가 죽인거야?"

물론 내가 죽이지 않았다. 하지만 웬지 내가 죽인것 같은 그런 죄책감이 들어서 견딜수가 없었다.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였다. 내려가봐야 할것 같았다. 아니 내려가서 확인해 봐야 한다.

후들거려 잘 걸을수 없는 두 발을 이끌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갔다.

"욱..."

죽었다...형체를 알아볼수 없는 모습만을 남긴채...

"아 제가 들었구만유! 어떤 남자랑 같이 대화를 하더라니께유!" "저도 들었어요!" "그쪽으로 간다느니 어쩐다느니 막 그러는거 같았어요!" "그러게요"

아줌마들이 경찰들과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웬지 숨겨봐야 들킬 것 같았고 말을 꺼내야 할 것 같아 얘기를 꺼냈다.

"저....저기...."

"네. 무슨일이십니까?"

경찰은 별일 아닌 표정으로 수첩에 뭘 자꾸 적으면서 날 쳐다보지도 않은 채 대답을 했다.

"이 자살한 사람이랑 옥상에서 대화한 사람이요..."

"네..."

여전히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전데요..."

경찰이 수첩에 적던 손을 멈추고 날 쳐다본다.

"네?"

"저라고요 같이 소리쳤던 사람이요"

"저..실례가 안된다면 같이 서에 가셔서 조사좀 해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아...네 물론이죠...협조 하겠습니다.



굉장히 소란스럽다.

경찰서를 처음 와본 나로써는 이런 분위기가 익숙치 않았다.

술먹고 행패를 부리는 아저씨들... 얼굴을 가린채 짧은 치마를 입고 추위에 떨고 있는 여학생... 너무 어수선했다.

"자살한 사람과 마지막으로 대화를 하셨다구요?"

"네...담배피러 올라갔는데 저한테 말을 걸더라구요."

"경찰서에 연락...발 놓으라고!!!...없었나요?"

"네???"

질문과 취객의 말이 서로 뒤엉켜서 정신 없던 나는 제대로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고 반문했다.

"아씨...!!! 아저씨 조용히좀 합시다!!! 자꾸 떠들면 정말 밖에서 얼어죽게 내쫓는 수가 있어요!!!"

"아욱...저 호로쉑히... 넌 에비에미도 없냐? 얼어 죽여봐! 죽여봐! 새끼야!!!"

"아...저런..."

조사를 하던 경찰은 고개를 까딱거리더니 나를 보며 얘기를 다시 시작했다.

"그러니까 경찰서에 연락을 왜 안하셨는지...?"

"헨드폰이 없었어요..."

"얼른 내려와서 도움을 청했어도 됐을텐데 왜 계속 옥상에 계셨죠?"

"뒤돌아보면 뛰어내린다고 했어요... 저도 아무리 생각해도 도움을 청하는게 낫겠다 싶어 옥상에서 내려가자 마자 그 사람이 뛰어내렸구요..."

"흠...그렇군요..."

"네..."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충격이 크셨을텐데 댁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저 혼자서 갈께요..."

"그러시겠어요? 안녕히 가세요"









몇일이 지나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너무 괴롭다... 옥상에 올라간 그 날을 너무 후회한다. 내가 그 사람을 죽인것만 같다. 죄책감 때문에 버틸수가 없다.

맨정신으로 버티기가 힘들어서 집에서 소주 1병을 마신 뒤 술김에 옥상에 올라가보기로 했다. 

자살 사건이 있었으니 문이 잠겼을 가능성이 컸지만 혹시나 하고 옥상문을 열어보니 옥상문이 열렸다.

"후~~~~~~~"

치이이이이이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스읍.....후우..."

"........................!!!"

건너편에 사람이 있다. 그것도 그때 그 사람과 같이 담배를 피고 있는 사람이.

그 사람도 나를 발견했는지 그때의 나처럼 손을 흔든다.....

나 역시 손을 흔들며 말한다.







"안!녕!하!세!요!"

하늘이 찢어질 만큼 큰 소리로 소리쳤다.



난 저 녀석에게 죄책감이란 무거운 짐을 지게 만들고 싶어졌다... 






























출처



웃대 - 홍어근성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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