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빨간 구두
초등학교 4학년 무렵의 이야기이다.
당시 나는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몇 있었다.
나와 친구인 K, T, R까지 여자 아이 4명이었다.
우리 4명은 초등학교 2학년, 3학년 때 같은 반이었고 자리도 가까워서 서로 친하게 된 친구들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는 K랑 T는 다른 반이 되었지만, 쉬는 시간이면 복도에서 만나 놀곤 했다.
어느 더운 여름날, 우리들은 평소처럼 복도에 모여 오늘은 어떻게 놀지 떠들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K가 창문 너머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높은 맨션 가 보지 않을래? 아직 가 본 적 없지?]
그 맨션은 15층짜리 건물로, 마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당시만 해도 맨션은 주민 이외의 사람들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어서, 우리도 근처의 여러 맨션에 놀러가곤 했었다.
하지만 그 높은 맨션은 조금 먼데다 아는 사람이라곤 한 명도 살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그런데 K의 말을 듣고, R이 말했다.
[거기는 안 돼...]
왠지 의미심장한 말에 K는 [어째서?] 라고 물었다.
[잘 모르겠지만... 거기 가면 안 된다고 부모님이 그랬어.]
그렇게 R은 말했다.
나는 그게 무척 신경 쓰여서, [뭐야, 그게. 가 보자! 신경 쓰이잖아.] 라고 말해서 친구들을 부추겼다.
그러자 R은 [나는 먼저 갈게... 미안해.] 라고 말하고 먼저 가 버렸다.
T는 R이 먼저 돌아간 것을 걱정하고 있어서, 결국 나와 K만 맨션에 가기로 했다.
그 맨션까지는 학교에서 3km 정도였을까, 조금 멀어서 도착할 무렵에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 있었다.
그 날은 비가 내린 뒤 날이 개어서, 아스팔트와 빗물이 섞인 이상한 냄새가 주변에 자욱했다.
언제나 맨션을 탐험할 때는 계단으로 맨 위층까지 걸어갔지만, 그 날은 너무 지쳤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기로 했다.
그렇지만 K가 많이 지쳤는지 조금 쉬자고 말을 해서, 탐험 전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로비에 앉아 쉬기로 했다.
10분 정도 학교 이야기나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이, 2개 있는 엘리베이터 중 하나가 1층에 내려왔다.
눈 앞에서 엘리베이터가 열렸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어라?] 하고 생각해서 안을 보았더니, 새빨간 여자 구두가 엘리베이터 안에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K를 불러서 그 빨간 구두를 보여주려고 했지만, K가 오자 구두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어... 금방 전까지는 있었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우리는 둘이서 그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까지 가기로 했다.
하지만 그 엘리베이터는 1, 3, 5, 8, 11, 14층에만 서서, 그 외의 층에 가려면 가까운 층에서 내려 계단으로 걸어가야만 했다.
우리는 14층으로 가서 걸어 올라가기로 했다.
엘리베이터가 5층을 지나갈 무렵, 엘리베이터의 유리창 너머 아까 그 빨간 구두가 보였다.
내가 [어! 아까 전의 그 구두야...] 라고 말했을 때는 이미 5층을 완전히 지났을 때였다.
K는 [응? 무슨 소리야?] 라고 물었다.
나는 [조금 전 1층에서 봤던 빨간 구두가 5층에 있었어!] 라고 말했다.
하지만 K는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는지 별 반응이 없었다.
나는 왠지 걱정이 되어서 8층의 버튼을 눌렀다.
5층까지 내려가서 확인하려고 했던 것이다.
나는 K에게 [먼저 위에 가서 기다리고 있어.] 라고 말하고 8층에서 내렸다.
8층의 홀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나는 7층, 6층으로 계속 내려갔다.
그리고 5층.
아무리 찾아도 그 빨간 구두는 없었다.
도대체 아까 그건 뭐였을까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5층에서 엘리베이터의 오름 버튼을 눌렀다.
반대쪽 엘리베이터는 14층에 도착했음을 표시하고 있었다.
나는 K가 이미 도착한 것이라 생각해서 마음이 급해졌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5층에 도착해서 문이 열렸다.
그 순간 나는 [으악!] 하고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었다.
그 새빨간 구두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던 것이다.
구두 전체가 기묘할 정도로 붉고,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사람은 역시 타고 있지 않았다.
나는 그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이 몹시 무서워졌다.
하지만 위에서는 K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계단으로 걸어서 15층까지 가기로 했다.
나는 초조해져 있었다.
어떻게든 빨리 K를 만나고 싶다는 이상한 고독함이 나를 덮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15층에 도착했다.
...하지만 15층 어디에도 K는 없었다.
혹시 내가 너무 늦게 온 나머지 화가 나서 먼저 가 버린걸까?
나는 K의 이름을 큰 소리로 외쳤다.
[K! 어디 있어!]
맨션 안에 내 목소리가 메아리 친다.
근처에 있다면 목소리가 들릴 것이다.
...하지만 대답이 없었다.
생각보다 더 아래에 있는 걸까?
아니면 목소리가 들리는데도 무시하는 걸까?
나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기분 나쁜 것을 계속 본 것에 의한 공포감과 K를 만나지 못하고 혼자 방황하는 고독감이 가득했다.
나는 한시라도 빨리 K를 만나 이 맨션에서 빠져 나가고 싶어서, 1층까지 엘리베이터로 내려가서 바깥에서 K를 기다리기로 했다.
14층으로 내려가 엘리베이터를 탄다.
다행히 이번에는 빨간 구두가 없어서 살짝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나는 1층의 버튼을 누르고 빨리 도착하라는 마음으로 눈을 감고 기도했다.
솔직히 너무 무서웠다.
눈을 감아서라도 엘리베이터 유리창 너머를 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문이 열렸지만 나는 무서워서 차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그러자 남자 어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 한 명을 발견했습니다. 초등학생 같습니다.]
[어라?]
눈을 뜨자 경찰관 2명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한 명은 무전기에 말하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이 내게 말을 걸었다.
[왜 그러니?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거야?]
나는 이유도 모른채 안도감에 사로잡혀 그 경찰관에게 안겨 통곡했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서 경찰관에게 사정을 모두 설명했다.
[나 말고 K도 같이 왔어요.] 라고 말하자, 경찰관들의 얼굴이 단번에 새파래졌다.
그 다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K가 15층에서 뛰어 내려 즉사했다는 것이었다.
경찰관들은 그것 때문에 출동했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CCTV에는 나와 K의 모습만이 찍혀 있었다.
나는 경찰에게 여러번 심문을 받았지만, 결국 이 사건은 사고로 처리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 날 확실히 보았었다.
무서울 정도로 가지런히 놓여 있던 빨간 구두를, 3번씩이나.
K는 정말 단순한 사고로 죽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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