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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친구
나에게는 친구가 한 명 있었다.

초등학교 때는 6년 내내 같은 반이었고, 중학교에서는 2년간 같은 반, 고등학교에서도 1년은 같은 반이었던 녀석이었다.

대학교도 같이 가고, 같은 과에 같은 동아리에 있었다.



가장 친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친구였다.

가끔 짖궂게 굴기도 했지만, 본성은 상냥하고 약간 겁쟁이인 정말 좋은 녀석이었다.

대학에 처음 들어가 동아리에 갔을 무렵, 이 중에 친구가 있냐고 선배가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 15명 정도가 있었는데, [있어요.] 라고 바로 대답한 것은 우리 뿐이었다.

그것도 서로를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에, 둘이 사귀는 것 아니냐는 농담까지 들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우리가 사회에 나오고 4년쯤 되었을 때였을까.



그 녀석이 대단히 우울한 얼굴을 한 채 우리 집에 찾아왔다.

뭐라고 하는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이야기를 횡설수설 늘어 놓았다.

그리고는 인생에 갈림길에 서 있다며 돈을 빌려달라고 말했다.



나는 돌려받지 못할 각오를 하고 친구에게 돈을 줬다.

그 후로도 두 번, 세 번 친구는 찾아왔다.

하지만 나는 결코 차갑게 대하거나 친구를 돌려보내지 않았다.



취직이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저 녀석의 장점은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언젠가는 반드시 멋지게 성공할 거라고 믿고 있었다.

오히려 세상이 그 녀석의 장점을 몰라주는 것에 화가 날 정도였다.



하지만 네 번, 다섯 번.

점점 친구의 모습은 야위어 갔다.

아무래도 걱정이 된 나는 친구의 집에 찾아 갔다.



문 앞에는 대나무로 만든 촌스러운 장식이 걸려 있었다.

아파트인데도 문패가 무슨 대리석 같은 돌에 새겨진 것에 종이를 끼워넣는 것이었다.

집에 들어간 후 나는 더욱 놀랐다.



그 녀석의 집안은 원래 기독교였던 탓에 방에 십자가가 걸려 있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십자가의 모습이 이상했다.

십자가 하단에 갈고리를 붙인 것 같은 이상한 장식이 벽 곳곳에 걸려 있었다.



마치 내가 초등학교 시절 미술 시간에 만든 것 같이 조악해 보이는 단지도 있었다.

혹시, 혹시 이 녀석 생활고에 시달린 나머지 이상한 종교에 빠진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 나는 그 단지에 손을 대려고 했다.



[손대지 마라! 가호를 빼앗아 갈 생각이냐!]

무서웠다.

몇 번이나 싸우면서 함께 자랐던 친구였다.



서로에게 화가 나서 말을 하지 않았던 적도 있고, 서로 때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때처럼 죽일 듯 노려보는 친구의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대충 웃음을 지어 넘겼지만, 친구는 그 후 내가 집에 갈 때까지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가호가 있으면 왜 취직을 못하는 거야?]

[지금은 시련의 시기야. 신께 선택받은 인간에게 내려지는 고행의 가운데 있는 거다.]

[그 신은 선택 받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기까지 해야하는 거야?]



[그걸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놈은 신께 버림 받을 거야.]

[그런가...]

내가 친구라고 불렀던 녀석은 이미 죽은지 오래였다.



이렇게 해서 우리들의 우정은 어이없게 붕괴했다.

나는 그 녀석의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이미 친구인 내 말은 듣지 않을 것 같았기에 울면서 두 분께 매달렸다.



그리고 종교 피해 지원 단체와 함께 나는 친구의 집에 가게 되었다.

친구는 온갖 욕을 하며 우리를 악마로 몰아붙였다.

모든 사람을 악마라고 부르며, 나는 악마장군이라는 소리마저 들었다.



옴진리교가 나돌 당시 나는 어린 아이였다.

어째서 인간이 저렇게까지 심한 일을 할 수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정작 가장 친한 친구를 이런 식으로 잃고 나니 이제야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똑같이 웃어주며 살며시 요코의 발 밑으로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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