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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ch] 튀김(天ぷ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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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중학교 동창인 A에게서 들은 이야기.



A에게는 자살한 동생이 있다.   

머리에 뜨거운 튀김 기름을 끼얹고 엄청난 화상을 입어 죽고 말았다고 한다.

풍문에 의하면 A의 어머니가 만드시는 튀김은 정말로 맛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A의 동생은 튀김의 맛에 매우 민감해서 어머니의 튀김을 용납할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저녁반찬이 튀김이었던 날 어머니가 튀김을 만들지 못하도록 기름을 뒤집어 썼다나 뭐라나....

 

 


최근들어 A와 다시 연락이 닿았다.

사실 우리는 근 10년간은 교류가 없었다. 내가 졸업하고 택배회사에 취직했는데, 어느날 배달을 갔더니 그 집이 A의 집이었다.

그 일을 계기로 우리는 다시 연락을 주고받게 되었다.  

A는 간만에 술이나 마시자고 했다. 

우리는 고령화가 진행되는 시골동네 출신이라 동창들은 다 도심으로 흩어져 살고 있어서 피차 동네친구가 전혀 없다.

A는 딱히 내가 아닌 그 누구라도 상관없었던거 같다.

 


처음엔 갑자기 만나자고 하는 A에게 경계심이 들었다.  

만나면 종교 포교하는거 아니야? 동생이 그런식으로 죽었으니 종교에 빠질만도 한데.  

하지만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었고 이상한 종교권유면 딱 잘라 거절하고 가면 될테니 일단은 약속 장소로 나갔다.

예상과는 다르게 약속장소엔 A 혼자 서있었다.(종교 포교활동은 보통 2인 1조가 기본이다. 몇번이나 당해본 적이 있다.) 


어쨌거나 인사도 하는둥 마는둥 근처의 주점에 들어갔다. 맥주를 주문하고 기본안주를 집어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별로 친한 사이도 아니었기 때문에 대화는 드문드문 끊겼다. 이윽고 서로 정적속에 맥주만 홀짝이게 되었다.

솔직히 나는 동생 이야기만은 피하고 싶었다.

주문한 시져 샐러드가 나왔을때 이제까지 조용하던 A가 갑자기 운을 뗐다.

 

 


" .....있잖아 K (A의 동생) 말이야." 

"K라면 전에 자살한 니 동생? 아....... 동생 이야기 꺼내도 괜찮겠어?........" 

"응..누구라도 좋으니까 이제 진실을 밝히고 싶어...."

 

 

 

 


A의 시점 

우리 어머니는 결혼할때까지 손에 물 한방울 묻혀본 일이 없는 사람이었대.

결혼을 기점으로 남편인 우리 아버지한테서 대충 요리를 배우셨다나봐.

그나마도 귀찮았던지 중간중간 과정을 빼먹어서 매일 말도 안되는 요리만 만드셨어.

그래서 나랑 K는 편식도 무지 심했었는데, 또 어머니는 편식하면 안좋다고 그 요리들을 억지로 다 먹이곤 하셨지.

특히 튀김을 만드실 때는 정말 심했어. 재료 밑손질도 안하고 튀김옷을 입히는 기본단계도 안거치고, 저온에서 장시간 튀기셨어.

그게 '우리집'의 상식적인 튀김방식이었고 나와 K는 튀김은 입에도 못대게 되었지.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동생이 튀김장인이 되겠다는거야.

어떤 도시락집에서 치쿠와 튀김을 먹어보고 그 감동을 잊을수가 없었대.

동생은 외가쪽에서 경영하던 프랜차이즈 튀김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

하지만 아르바이트 하던 곳 점주가 그만 세상을 떠나서 가게가 문을 닫게된거야.

그래서 동생은 이번에는 우리동네 유명한 튀김집에서 수행을 하겠다고 하더라.

 

 

 

 


"뭐야, 소문이랑은 아주 다른데?"

"일단 끝까지 들어줘."

 

 

 

 


A의 시점


수행은 힘들었지만 '맛있는 튀김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동생은 열심히 하더라.

그리고 점차 '맛있는 튀김을 먹겠다' 에서 '나만의 가게를 갖겠다'는 꿈이 생겼는 모양이더라고.

근데 수행하던 그 튀김집도 문을 닫게됐어. 311 지진때문에 점포가 아주 참담해졌거든.

K는 계속 수행을 할 생각이었지만 일단은 얼마간 쉬기로 했어.

그 후에는 이제까지 적금도 꽤나 모였으니 여행을 다니며 더욱더 맛있는 튀김집을 발굴할 생각이라고 했지.

하지만 그전에 요리를 못하는 부모님께 수행의 성과를 맛보여드리고 싶었던 모양이야.
어느날 내가 서점에 갔다 돌아와보니 K가 주방에 있었어. 새우, 오징어, 생선, 야채 등등 밑손질을 하고 있더라.


A "어, K. 튀김 만드려고?"

K "응. 모처럼 저녁에 솜씨한번 부려주지. 기대해!"

A "그래. 불 조심하고."  



대충 그런 대화를 했을거야. 나는 그리고 2층에 올라갔어. 그게 내가 동생이랑 나눈 마지막 대화였어.
2층에서 사온 만화를 읽는데 잠시 후에 어머니가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어. 그러더니 곧 옥신각식 하는 소리가 들려왔어.


母 "어머, 뭐하는거니!!위험하니까 당장 그만둬!! 튀김은 엄마가 해줄테니까!!"

K "시끄러워. 내가 지금 하고있잖아 방해하지마."

母 "그.러.니.까. 위험하다잖니. 그만해! 엄마가 해준다잖니!!!!"


투닥투닥하는 소리, 엄마의 고함소리 그리고 동생의 고함소리가 들렸어. 그렇게 옥신각신하는소리가 10분정도 들렸을 쯤이었어.



K "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동생의 비명소리가 들렸어.

  

 

 





" ..........그게 무슨뜻이야?"

"그냥 내 추측인데....동생이 죽은건 자살이 아니라 엄마가 죽인것 같아."

"어째서..."

"그때 우리어머니가 소리지르던 걸 들었어.

초심자가 가정용 가스렌지로 튀김을 제대로 만들수나 있을거 같냐며 노발대발 하고 있었어.

아마도 어머니는 K가 어머니랑 같은 조건에서 더 맛있는 튀김을 만들까봐 무서웠던게 아닐까......."



결국 그 사건은 K의 자살로 종결되었었다.  

솔직히 이 이야기를 A 에게 들을 당시, 듣지 말껄 하는 생각 뿐이었다. 

요즘에도 A의 어머니는 집안일도 제대로 안하고 매일 K의 유품인 DS를 붙들고 게임만 하며 시간을 보낸다는 것 같다.  

그분과는 지금도 가끔 동네에서 마주칠 때가 있다.

겉으론 예의상 웃는얼굴 하면서도 속으로는 '....살인자...' 라고 중얼거리게 되지만서도. 







비비스케 http://vivian9128.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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