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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ch] 펑크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WAq2h




예전에 여자친구랑 동거할 당시의 일이다.

사실 동거를 시작한 이유도 여자친구가 그녀의 아버지와 큰 싸움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목수 일을 하셨는데 상당히 완고한 분이셨다.

그다지 만난 적은 없지만 나에게 있어서 상당히 두려운 존재였다.

 


하는 수 없이 그녀는 나와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 욕실도 없는 낡은 아파트를 빌려 동거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 집은 정말 최악의 아파트였다.

바퀴벌레는 우글우글하고 다다미는 습기에 절어 눅눅하고 윗층에는 가수를 꿈꾸는 청년이 사는지 하루 종일 큰소리로 노래 연습을 했으며 옆집에 사시는 할아버지는 겉모습부터가 섬뜩했다.

아무튼 그런 남루한 환경도 점차 적응을 하며 여자친구와 동거생활을 지속했다.

나는 건축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여자친구는 가라오케에서 밤근무까지 하며 생계를 지탱했다.

 

 

 

 

 

 

 

그렇게 동거를 한지 반년 정도 지나고 부터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날 아침 아르바이트를 가려고 자전거를 탔는데 느낌이 이상해서 보니 자전거 타이어에 펑크가 나있었다.

어쩔수없이 아르바이트는 한동안 걸어서 다녔다.

그리고 쉬는 날에 자전거 가게에 가서 수리를 받았다.

펑크 수리는 타이어에 구멍이 많으면 많을수록 금액이 높아진다고 한다.

내 자전거는 적어도 대여섯개는 구멍이 나있었다.

자전거 가게 주인은 누군가 못같은 것으로 찌른 자국일 거라고 했다.

 


위에도 썼듯이 우리 집에는 욕실이 없었기 때문에 매일 밤 여자친구와 목욕탕을 다니는 것이 일과엿다.

자전거를 수리한 뒤 여자친구를 태우고 목욕탕에 갔다가, 씻고 나와 자전거를 탔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확인해보니 아니나다를까 펑크였다.

자전거 가게에 수리를 맡기러 가서 확인해보니 엄청난 수의 구멍이 뚫려있었다.

 


어느날은 여자친구가 내 자전거를 타고 마트에 갔다가 장을 다 보고 나와보니 펑크가 나있기도 했다.

내가 자전거를 지하철 역 앞에 세워놓고 친구를 만났다가 돌아와보니 펑크가 난 적도 있었다.

하도 빈번히 펑크가 나다보니 타이어는 이미 손을 델수 없을 정도로 너덜너덜해져있었다.

자전거 가게 주인 말에 따르면, 앞뒤 바퀴 둘다 새걸 다는 것 보다 차라리 자전거를 새로 사는 편이 났다고 했다.

그런 식으로 나는 자전거를 새로 사고, 다시 펑크 공세에 시달리다가 다시 새 자전거를 사는 것을 반복하다 어느덧 자전거를 3 대째 갈아치우게 되었다.

 

 

 

 

 

 

 

도대체 누구 짓인지는 모르지만 무차별적 장난이라고 치기에는 당하는 횟수가 너무 많았다.

누군가 우리를 스토킹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이렇게 우리 자전거만 집중해서 노릴 리가 없다.

나와 여자친구의 짜증은 거의 극에 달했다.

윗층에 살던 가수 지망생. 옆집에 사는 섬뜩한 노인.

의심에 의심은 꼬리를 물었다.

 

 

무엇보다도 결정적 사건은 여자친구와 여행을 갔을 때였다.

렌트카를 빌려서 둘이서 멀리 여행갔다 돌아오는 길이었다.

휴게실에서 밥을 먹고 차에 탔는데 이상하게 기우는 느낌이었다.

설마설마하며 내려서 자동차 타이어를 확인해보니 오른쪽 앞바퀴와 뒷바퀴에 펑크가 나있었다.


화가나기는 커녕 무섭기까지 했다.

우리 여행 계획은 어떻게 알았으며, 단지 바퀴를 펑크내고 싶다는 일념으로 여기까지 쫓아온건가?

집념도 보통 집념이 아니었다.

도대체 우리가 무슨짓을 했길래 이렇게 원망을 받는 것일까.

도청기라도 설치되어있나 싶어 여자친구와 집안 콘센트란 콘센트는 전부 분해해서 뒤져보았지만 도청기같은 것은 물론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건축현장에서 아르바이트 하던 중 부상을 입었다.

미처 못을 보지 못하고 힘껏 밟아버린 것이다.

곧장 병원에 가긴 했지만, 못이 녹슬었을 가능성도 있고 해서 상당히 거한 의료조치를 받았다.

집으로 돌아가 여자친구에게 말하자 대번에 얼굴이 어두워졌다.


"만약 OO군이 타이어라고 치면 펑크가 난 상황인거네....?"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처음으로 나의 상처와 펑크사건들을 연관지어 생각하게 되었다.

그럴거라고까진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정말로 내가 그 펑크 사건들의 일환으로 다친거라면, 범인은 인간이 아닌 존재인건가?

그렇다면 필시 이것은 저주의 한 종류일 것이다.

여자친구는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이었다.


"그럴리가 없잖아."


나는 여자친구를 안심시켰지만 내심 속으로는 무서워 어쩔수가 없었다.

어떤 상황을 생각해도 최악으로 치닫고 만다.

혹시 이 아파트가 저주를 받은 것은 아닐까?

나는 혹시라도 여자친구까지 다치게 되는 것은 아닌가 그게 가장 두렵고 무서웠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여자친구의 신변에 이상은 생기지 않았다.

 

 

몇주간 고민끝에 여자친구를 다시 본가로 들여보내기로 했다.

혼자서 그 낡은 아파트에 사는 것은 무서웠지만 내 본가는 상당히 먼 지방에 있어서 돌아가기가 힘들었다.

그렇다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구할 경제적 여유도 없었다.

다리 상처때문에 아르바이트를 나갈 수도 없었다.

어쩔수 없이 나는 그 아파트에 계속 남아 생활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녀가 본가로 돌아가자 그렇게 빈번히 발생하던 펑크 사건이 거짓말처럼 그쳤다.

여자친구도 의아해했다.

우리는 동거는 그만 두었지만 여전히 교제를 지속했다.

 

펑크 사건이 멈추고 평온한 나날이 흐르던 어느날이었다.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찾아간 그 곳에서,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돌아가신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나를 상당히 미워했다는 것이었다.

소중하고 소중한 딸을 빼앗아간 남자라고 인식했던 것 같다.

 

 

여자친구의 아버지는 목수였다.

못을 접할 기회가 많은 직업이다.

그는 나에대한 미움과 원망을 담아 매일 몇번이고 목재에 못을 박았다고 한다.

마치 짚인형에 못을 박듯이.


"그렇게 하고나면 기분이 상쾌하더라고 하던데."


여자친구의 어머니는 웃으며 농담삼아 말씀하셨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물론 그분의 행동과 자전거 펑크사건, 내 다리 상처에 연관이 있을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왜인지 나는 영정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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