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등가교환 25~28[完]

Yeul 2011.06.25 00:09:08

" 작은 것과 큰 것의 사이엔 사랑이 숨쉰다. "



얼마나 흘렀을까...성진과 민호를 껴안고 울었던 시간이..

방의 바닥은 정확히 5x5로 되어있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있는 곳은 2,1 지점...처음 지뢰가 터졌던 지점은 3,1 지점...폭발로 인해 뒤덮힌 바닥으로 인해 나는 내가 서있는 이 안전지대를 확실히 구분해보았다.



한참울고 진정이 되자 문제가 생각났다.

" 작은 것과 큰 것의 사이엔 사랑이 숨쉰다. "

작은 것과...큰것..그 사이에 사랑.

아...도저히 모르겠다. 금방이라도

' 그 문제는 어떻게 푸는 것이냐면요...' 라고 성진군이 말해줄것 같다. 하아...나는 성진군과 민호군이 없으면 문제 하나도 맞출수 없는 걸까...

아냐...나도 혼자 문제를 많이 풀었었고 도움은 받았지만 마지막 층까지 왔다. 나도 할수 있다. 나도 .. 꼭 나가서 ...

문제다..문제를 다시 한번 보자..큰것과 작은 것. 뭔가 큰것과 작은 것 사이에 있는 사랑이란 것인데..그렇다면 사랑이란 쪽이 정답이 될 것 같군..

작은 것..큰것...사랑...하아...



*" 두사람의 도움 없이는 문제를 못 푸실 것 같군요. "

-"...."

*" 제가 계속 기다리는 것도 생각해 주셔야죠...지루합니다. "

-" 조금만 더 시간을 주면.."

*" 많이 드렸습니다. 예외적으로 시간을 걸기로 하죠. 시간은 10분 드리겠습니다. "

-" 이봐 , 시간이 모자르다고... 조금만더 "

*" 죽느냐 문제를 푸느냐 , 그건 제 영역이 아닙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10분뒤에 볼까요.."

-" 이봐..이봐!!! 야이 새끼야! "



그렇게 나는 살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 버렸다. 10분뒤에 죽는다. 여기 쓰러져 있는 두사람 처럼 죽는다..

문제를 낸 사람의 의도와는 다르게 10분이란 시간이 주어지자 난 전혀 문제가 들어오지 않았다. 집에 있는 가족만 생각 날뿐...

내가 왜 여기 들어온 걸까..얼마나 여기 갇혀있던 걸까? 무슨일이 있었지?

죽기전에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회상한다고 누가 그랬었다. 나는 지금 내 딸들이 태어나고 아내와 결혼하고...그리고 여기 갇혔던 장면이 내 눈앞에 파노라마로 펼펴지고 있다.

이곳에 와서 처음에 검은 방에서 죽을 줄만 알았던 난 죽임의 창들과 문제와 싸웠고, 그리고 10층이나 되는 곳에서 문제나 풀고 한때는 심장을 빼앗길 뻔도 하고 성진과 민호 그리고 많은 사람도 만났지...

아 그 어르신도 만났지...



!?



어르신...분명..왼손에...

큰것과 작은 것 사이에 사랑이 숨쉰다.

중지와 새끼손가락 사이에 사랑이 숨쉰다 ?

반..지 ?

물론 억측일 수 도 있지만...가장 긴 중지, 가장 짧은 새끼손가락, 그리고 결혼의 증표인 반지. 억측이라고 하기엔 너무 딱 맞는 배경...

몇분이 지났을까? 좀 더 고민 할수 있는 시간은 있는 걸까?



-" 이봐요 "

*"답이 떠오르셨습니까? "

-" 답인지는 모르겠는데 뭔가 떠올랐어요,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

*"그건 안되죠...조금이라도 더 살고 싶으신 겁니까? 실망입니다..앞으로 13초 남았습니다. "

-" 정말입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

*" 6초...5초...4초.."

-"...정답은 반지 입니다! "

*" 3초...2초..1초.."

-" 반지란 말입니다! 반지! "

*" 펑~ "

나도 이렇게 죽는 거구나...성진군과 민호을 볼 면목이 없구나..하..난 모든 걸 보기하고 툴썩 앉아버렸다. 그리고 두사람의 손을 꼭 잡았다.



*" 하하하...왜 그러십니까? 답을 말씀하시면 전 처음에 정답이든 오답이든 길을 가르쳐 드린다고 했잖습니까 하하 .."

- 살아서 기쁜 걸까...아니면 치욕스러운걸까? 나도 모르게 두눈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 재밌지 않았습니까? 하하하하..전 재밌었는데 말이죠 "

-"길이나 알려주시오 "

*"크큭...네..다음길은 정면 한칸입니다 . 건투를 빕니다. 아! 그리고 또 길을 알려주었다고 계속 그자리에 머무를 생각은 하지 마십시요. 이동하지 않으셔도 정확히 10분 뒤에 그 자리의 지뢰를 가동시키겠습니다. "



나는 나만이 알고 있는 두 시체를 질질 끌며 나는 앞으로 한칸 발을 옮겼다. 어디선가 나의 악마적인 면의 '나'는 고깃덩어리밖에 안되는 시체를 이용해 폭탄을 터뜨리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들의 시체가 더이상 상하지 않도록 나 먼저 발을 옮겼다.



눈을 질끈 감고 얼마나 흘렀을까?



*" 태양과 달, 그리고 바다와 산, 사랑하는 이 모두가 도둑맞았다. "



....성진군...민호군...힘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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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과 달, 그리고 바다와 산, 사랑하는 이 모두가 도둑맞았다. "


시간을 끌어도 이제 소용없는 짓...밖으로 나가는 문을 몇발자국 앞에둔 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태양과 달, 바다와 산 이 4가지는 아주 큰...현실적으로는 훔칠수 없는 것들이다. 사랑하는 이. 그러니까 이 5가지를 도둑맞았다는 건데...어떻게 ? 누가 ?

이것도 우주에 관한 문제일까 나의 모든 상식을 동원했지만 도무지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도 이렇게 고민만 하다가 시간을 다 써 버리는 것은 아닐까...조급한 마음에 문제가 머릿속을 맴돈다.



자...다시. 태양과 달. 바다와 산. 이 4가지를 우선 생각해 보자.

태양과 달. 지구에서 보이는 가장 큰 천체.그러니까 지구에서 볼때 하늘에 가장 큰 천체정도로 요약되고...

바다와 산. 당연히 지구에서 가장넓고 가장높은 대상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4가지가 나타내는 뜻은 '큰것,현실적으로 훔칠수 없는 것' 이라는 소리가 되는데...하지만 여전히 헷갈리는 점은 사랑하는 이까지 훔쳤다는 점. 앞의 4가지와는 스케일이 다른 5번째.이 5번째 키워드가 힌트일 가능성이 높겠구나..



*" 언제까지 기다리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

-" 문제가 너무 어렵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오 "

*"흐음...알겠습니다.30분 드립니다. "

-" 제기랄! 당신은 사람의 목숨을 그렇게 한 손으로 좌지우지 하는 것이 즐겁습니까?! "

*" 크크크큭...29분입니다. "



어쩌지...나는 다시 문제에 매달렸지만 이내 내 머리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고 말았다.

끝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나에 기댈 곳이 되어 버린 두사람을 바라 보며 마지막 폭발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성진의 품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사진...어린아이의 돌사진, 색이 바랄때로 바랜 사진은 이 사진이 한사람의 , 아니 여기 갇힌 한 사람의 희망이였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휴...나도 가족사진이나 품에 넣어 둘껄...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이나....사랑하는 이....

!!

사진?

그렇게 뜨거운 태양도, 그렇게 차가운 달도, 높디 높은 산도, 깊고 넓은 바다도....사진안에 담을 수 있다...

물론 사랑하는 이도....이건 가? 이건 가?

성진군...마지막까지...나에게 힘을 주다니. 포기해서 미안합니다...이젠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당신과 민호군을 위해서라도 꼭 나가겠습니다. 꼭.



-"답을 말하겠습니다 "

*"오호...전 시간을 꽉 채울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답은 카메라로 찍은 사진. 모든 것을 훔칠 수 있죠 "

...

*" 전방 한칸. "



한걸음...두걸음...

처음에는 한발 한발 걸음을 옮기기가 힘들었다. 무섭고 두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모두 내 결정에 의한 결과일 뿐. 내 자신을 믿는다. 점점 다음 지뢰가 있는 곳이 다가온다. 지뢰위에 선 나는 눈을 감고 호흡의 여유를 즐긴다...

...

*" 운이 좋으신건 가요...아니면 제가 과소평가를 한건가요?...정답입니다 "

당당하게 서있던 나는 살았다는 기쁨에 긴장이 풀려 툴썩 주저 앉아 버렸다. 그리고 성진의 손을 꽉 잡았다.

*" 다음 문제 드리죠. 이제 마지막 10층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

*" 북동쪽으로 달리는 기사여 나에게 길을 가르쳐 다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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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동쪽으로 달리는 기사여 나에게 길을 가르쳐 다오. "



9층이라 그런지 문제들이 모두 너무 어렵다. 솔직히 앞선 두 문제도 내 힘으로 풀었다기 보다는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키워드는 북동쪽. 달리다. 기사. 길.

달리다와 기사는 달리는 기사로도 볼수 있으니...음..생각해 보자.

북동쪽. 북쪽과 동쪽사이. 음..지금 내가 있는 위치로 보면 오른쪽 대각선으로 위쪽 방향....얼래? 10층으로 가는 입구방향이잖아?

이게 우연일까? 아무튼..다음 달리는 기사. 가장 애매해 보이는 문구. 달리는 기사란 무얼 뜻하는 걸까?

길. 아마 이 문제를 풀면 길이 보인다는 의미. 즉 이 문제는 답이 길의 방향을 뜻하는 것을 말하는 걸까?

이번 문제는 꼭 내가 풀어보일테다...꼭...

아무래도 기사라는 말이 핵심인 듯하다. 달리는 기사가 무엇인지만 알면...알면...

아냐...생각의 전환이 필요해. 기사라는 단어를 곧이 곧대로 기사로 생각하면 죽어도 풀리지 않을 꺼야..기사..기사..

기사...나이트...잠깐! 나이트? 체스말 중에 나이트가 있잖아!

나이트...그렇다면 북동쪽은 뭐지...북..동? 혹시 ...?

체스에서 나이트의 이동범위. 앞으로 한칸, 대각선으로 한칸.

즉. 북으로 한칸. 북동쪽으로 한칸?

잠시...그렇다면 , 이 문제가 내가 가야할 길을 가르쳐 준다고 한다면. 분명히 답을 안다고 말해도 ...



-" 답을 알았습니다. "

*"....."

-" 저기요 답을 알았다니까요! 이봐요! "

*"....."



맞다. 답은 내가 직접움직여야 된다. 체스...말처럼..

나는 성진과 민호를 두고 움직였다. 마지막 문제. 내가 선택한 마지막 문제다. 나는 당당히 그리고 주저없이 이동했다.

...



아무런 문제 없이 입구 앞까지 왔다. 문제대로 한칸,한칸 움직이니 우연히도 입구 앞이였다. 자...와라...10층이냐, 죽음이냐.



*" 이야~ 용케도 푸셨습니다. "

- 맞춘건가? 이제 ...이제 나갈 수 있는 건가...이제..밖으로..

*" 자 이제 제가 드릴 수 있는 마지막 문제를 드리겠습니다."

-" 또 문제가 있다고!? "

*" 아아...이 문제는 그런 문제가 아니니 안심하십시요."

*" 그 전에 앞서 작별인사를 드려야 겠군요. 이제 볼일이 없을 것 같으니 말입니다..."

-하...하...이제 집에 갈 수 있다...왠지 악몽을 꾼 기분이야...



*" 이 문을 열고 나가시겠습니까? "



...문제가...뭐라구!?



" 이 문을 열고 나가시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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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을 열고 나가시겠습니까? "



하하...이 문제는 낯이 익군..맨 처음...그 까만방에 있을때 그 곳에서 나올때도 이런 문제가 있었지..그때는 Yes였지..

솔직히 그땐 바로 나올줄 알았다. 그걸 위해 죽임의 창들 아래에서 숨죽이며 필사적으로 문제를 풀었으니까..하지만...하지만 그곳보다 끔찍한 일을 겪었고 지금 여기서 다시 이 문제를 볼 줄 이야...

나가겠냐고? 하하...성진, 민호...그리고 이곳에서 다신 빛을 못 보게 된 사람들은 어쩌고...나 보고 나가겠냐고? 크...



-" 이봐."

*" 정하셨습니까? "

-" 이 문을 열면 나갈 수 있는 건가? "

*" 9층에서는 나갈 수 있죠 "

-" 이 문을 지나면 또 이런 지옥같은 곳이 나오는 거 아냐? "

*"....Yes 또는 No로 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

-" 끝까지 이렇게 나오는 구만.."

-" 내 대답은.."



누워 있는 성진군...피범벅이 된 민호군..을 바라보며 외쳤다.

- " Yes! "



그르릉...



문이 열렸다. 문이...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이고 그 끝에..끝에는 빛이다! 빛!

달린다. 빛을 향해...빛을 향해 달리고 있다. 새하얀 빛. 내 마음을 정화시키고 편안하게 해줄 그 빛을 향해 달린다.



터벅터벅..



이...이곳은!?



온통 까만벽...위에는 가시같은 죽임의 창...그리고...꺼져있는 모니터.

아닐꺼라고...난 아닐꺼라고...이곳이 내가 알던, 내가 있던 그곳이 아닐꺼라고...생각했다.

하지만...맞다. 방안이 외부조명에 의해 훤해졌다는 것만 을 빼곤..내가 아는 그 지옥의 입구가 맞았다.



-" 왜 또 여기로 온거야! "

퍽.

난 홧김에 까만 벽을 주먹으로 세차게 내려쳤다.

그때 알았다. 내가 이제껏 까만 벽으로만 알았던 벽...사면의 벽. 벽은 온통 누군가 피로 써놓은 글이였다.

하나하나...죽음 직전에 써 놓은 것인지 삐뚤삐뚤하고 흔들려 있지만 읽을 수 있었다.



- ' 문제를 모두 푸니 이곳으로 왔다. '

- ' 제기랄...밖으로는 애초에 못나가 '

- ' 차라리 여기서 죽어버릴까 ? '

- ' 왜 내가 여기 갇힌거야? 애당초 왜 내가? '

- ' 남에 손도 자르고 심장도 잘라내서 왔는데 왜 또 여긴거야? '



왜...왜...왜 ... ....그렇게 문제를 풀었는데...왜...왜!!!



까만방...아니, 억울함과 분노가 섞인 피로 쓴 글로 가득한 이 방안.

내가 처음에 있던 곳으로 다시 올줄이야...왜...도대체...



실망감, 혼란, 패배감, 배신감...어떤 감정일까...그저 난 울고 있다..

울고 또 울고...그러다 난 익숙한 시계소리와 깜빡이는 모니터에 ... 그리고 천정의 무거운 진동을 느끼고 서서히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