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중학교 앞. 주말이라 그런지 몇 몇 아이들만 공을 차고 있을뿐 대체로 한 산하다.
준식이 교문을 들어서며 태우에게 소리친다 "태우! 빨리와..니가 풀었잖아 그 암호…"
"아무리 내가 천재라지만, 낸들 그게 기억이 금방 나겠냐…" "아이고, 얼마나 대단한 천재길래..
사법고시를 3번이나 떨어지 셨을까…크크"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그건 이 몸 컨디션이…"
"됐고…이제 한번 풀어보자…노민우 수수께끼…"
15년전으로 돌아가 같은 운동장의 중학생의 준식과 태우가 서있다. "은빛의 강을 따라 여섯물결.
좌편 흙빛 호수를 지나 다섯발자 국. 거대한 돌산 뒷편에 새겨진 사라질 이름들이라…태우야 감 좀 잡혀?"
"글쎄…어딘가에 뭘 새겨놨다는 거 같은데.." 태우가 운동장을 천천히 둘러보며 생각에 잠긴다.
준식은 옆 에서 암호문을 계속 되뇌인다. "은빛의 강을 따라 여섯물결……은빛의 강을 따라 여섯물결…" "잠깐…은빛의 강? 물결?"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광남중학교. 태우와 준식이 서로 마주보며 동시에 소리친다. "그래! 가스배관!"
"맞아..운동장 담벼락 밑에 은색 가스배관..그게 마치 파도같이 구불 구불 생겼었잖아.." "나도 기억나..
그 가스배관 아직도 있을까? …가보자…" 태우 뒤를 준식이 다급히 쫒아간다.
도봉경찰서안. 이진호 경감이 상사인 유필한 반장한테 보고를 하고 있다. "반장님. 이거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니라구요..
토막살인 이예 요…토막살인…" "글쎄 알겠는데…좀 힘들지 않겠나?..피해자가 노민우가 아닌 거 같다며?
그럼 아직 신원불명이잖아..그럼 광역수사대로 넘 기는게 낫지 않을까?.." "아니오..이 건 제가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휴….그게 내가 결정해줄 수 있는 사항도 아니고…아무튼..자 신있나 보지? 뭔가 알아낸거라도 있나?"
"일전에 말씀드린 김준식이라는 사람..." "아…그 잘생긴 의사양반?" "네…지금 강남서에 실종사건하나가 올라왔는데요…
실종시간 이 피해자 사망 추정일과 비슷해요…무엇보다 김준식, 노민우 와 동창입니다…"
"그래서 의사양반이 실종자를 죽이고 시체를 훼손해서 노민우 로 둔갑시켰다 이건가?? 이봐 진호..너무 비약이 심하지 않 나??
잘나가는 의사양반이 무슨이유로.." "그게 반장님...중요한건…" "중요한거??" "실종자 백상진이 김준식씨 병원의 건물주 입니다…" "뭐?!..."
다시 광남중학교 운동장. 준식과 태우가 운동장 구석진곳에서 땅바닥을 훓고 있다. "여깄다..은빛의 강!"
"찾았어? 가스배관?" 준식이가 태우에게 성급히 다가간다. "자 봐봐…벽을 따라..가스배관이 학교 건물로 이어지고 있 지?"
"그럼 여섯 물결이라는건…?" "멍충아..쭉 봐봐..담벼락 기둥마다 U자 파이프를 썼잖아…
기 둥마다 출렁 출렁...즉 여섯물결이라는건 여섯번째 기둥을 말 하는거지…" "오오…천재…강태우…"
"짜식…이제 알았냐?" "알았어…인정.. 그럼 빨리 여섯번째 기둥으로 가보자…여기가 시작점 이니깐…하나 둘…셋…"
준식과 태우가 천천히 여섯번째 기둥쪽으로 다가간다. "준식..이제 다음 문구가 뭐냐?" "좌편 흙빛 호수를 지나…"
태우는 바로 좌측편을 바라보고 한동안 쳐다본다. "흙빛호수…흙빛호수…" "태우야..나 이거 어렴풋이 기억 나는데..흙빛호수…"
"그래? 뭔데??" "흙빛호수..저기 화단 이였던거 같아.." "화단? 화단이라..왜 화단이 흙빛 호수지?"
"그러게…분홍색 호수라던가…노란색 호수라던가…바닥은 흙 이라서 그런건가?"
"아…맞아…그거였어…바닥이 흙…아..아…이제 기억났다…흙 빛호수…"
다시 도봉경찰서안. "건물주? 실종자가 김준식이 병원 건물주라고?..
이거 이거…가 능하구만..그래서 원한관계..채무관계…조사해봤나?" "아니요…조사 전에 아까 말씀하신 광역수사대…확실히 해주 셔야…"
유반장이 벌떡 일어나 이진호경감의 뒷통수를 갈긴다. "이 자식이…이게 광역에 넘길 건이냐?
그 정도 꼬리 잡았으면 이 참에 우리도 큰 건 하나 올려봐야지... 정말 김준식이가 범 인이라면… 이거 정말 큰 건이야…"
이진호는 뒷통수를 부여잡고 대답한다 "네..반장님..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럼 정식으로 강남서에 협 조요청하고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잘해봐..그리고 진호..!" 이진호경감은 자리로 돌아가다 다시 유반장을 쳐다본다. "네?" "믿는다."
"아 네.." 이진호는 유반장 자리에서 황급히 나와 자신의 자리에 앉으며 최진철 경사를 부른다 "들었지? 반장님 허락 떨어졌다..
우선 강남서에 협조 공문날리 고 백상진이 김준식이 관계파악부터 확실히 하자.." "네…선배님!...간만에 탐문인가요?...일할맛나는데요.."
광남중학교. 준식과 태우가 운동장 한가운데를 걸어가며 대화를 나누고 있 다.
"태우....그러니깐, 예전에는 6번째 기둥에서 정확히 일직선상 에 있는 화단만 비어있었단 말이지?"
"어...그때 그쪽 화단만 바꾼다고 기존 꽃들을 전부 뽑아내고 새로 씨를 뿌렸었어..." "그럼 호수라는 말은 왜 붙은걸까?"
"이런 중학생 만도 못한놈...새로 씨를 뿌리면 그 바닥이 그냥 흙이겠어? 맨날 물을 뿌릴거 아냐...
그래서 그 쪽 화단만 항상 물웅덩이가 고여 있었지..." "아...그래서 흙빛호수...." "그러니깐....
그 흙빛호수에서 다섯 발자국을 걸어가면 답이 나 올거야...크크 중학생이 낸 수수께끼 따위...."
"그럼 여기 거대한 돌산 이건 뭘까?" "일단 가보자...가면 돌산이던, 나무산이던 뭔가 보이겠지..."
준식과 태우가 바쁘게 화단 쪽으로 걸어간다. 곧 화단 앞까지 온 두 사람은 천천히 그리고 정확한 보폭으로 다섯 발자국 앞으로 나아간다.
"뭐야 이거..." 준식이 다섯 발작국을 나아가서 태우를 돌아보며 소리친다. 태우는 준식에게 다가가며 입을연다.
"뭔데? 거기 있어? 거대한 돌산?" "돌산은 무슨....그냥 벽인데....학교 벽... 아무것도 없잖아..." "다시 한번 노민우 암호문 봐봐..."
준식이 품에서 태우의 서재에서 적어온 종이조각을 꺼내어 또 박또박 읽는다. "은빛의 강을 따라 여섯물결.
좌편 흙빛 호수를 지나 다.섯.발. 자.국. 거대한 돌산 뒷편에 새겨진 사라질 이름들...이게 전부 인데..."
"거대한 돌산...거대한 돌산...." 태우가 되뇌이며 나즈막하게 말을 잇는다. "그때도 분명 여기서 엄청 해맷던거 같긴 한데..."
15년 전 광남중학교. 어린 준식과 태우가 화단 앞 학교 외벽 앞에 서있다. "태우야...어딜봐도 돌산은 없는데?
그냥 벽 뿐이야....여기 안 은 학교 박물관인가..." 준식이 까치발을 들어 창문 안을 바라본다. "그러게...노민우...이 자식...역시 장난친건가?"
"아...몰라...나 학원 가야돼...그만 할래...." 준식이 한참 창문안을 바라보다 이내 포기한듯 몸을 돌려 화 단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뭐야...김준식...니가 이거 풀어보자고 해서 난 학원도 땡땡이 치고 왔건만..." "넌 학원 안가도 일등 하잖아..."
준식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태우에게 말을 한다. 태우는 한참을 벽 앞에서 창문안을 바라보고 있다가
"잠깐! 준식아!" 하고 준식이를 급하게 부른다. 준식이 태우에게 다시 뛰어온 다 "왜? 찾았어 거대한 돌산?"
"우리 학교 만든 그 할아버지...그 할아버지...있잖아...맨날 교 장선생님이 조례 시간에 말하는..." "아마...이재춘 선생이라고 했던가...?"
"이름말고 이름앞에 붙히는 '호' 석산? 석산 이재춘 맞지?" "어 맞을걸?..석산 이재춘...근데 그게 뭐..." "석산...돌산...이잖아..."
"아...그렇네...돌산....근데 여기 그 할아버지가 없잖아..." 태우는 대답하지 않고 창문 안을 가르킨다. 준식은 다시 발을 들어 창문을 바라본다.
준식이 바라본 창문 안에는 석산 이재춘 선생의 거대한 초상 화가 인자한 미소를 띄우며 준식을 바라보고 있다.
도봉경찰서. 이진호 경감이 서류를 뒤적이다 최진철 경사를 부른다 "최형사...지금 당장...백상진씨 집에 연락해서...
사망자 신원 확 인해달라고 해..." "네? 노민우..아니 그 시체 말씀하시는 거죠? 너무 이른거 아닐 까요?..아직 확실하지도 않은데..."
"아니....어차피 시체 훼손정도가 심해서 육안 확인은 힘들테고 DNA 검사를 진행해야돼...그렇게 하려면 한시라도 빨리 부르 는게 나아.."
"역시...일단 백상진 인지 아닌지 파악하는게 우선 이겠군 요..." "그렇지...최형사 니가 시체와 백상진 일치 여부를 책임지고,
나는 김준식과 백상진의 관계를 탐문하겠다...빨리 움직이 자..." "네! 선배님!"
광남중학교 준식과 태우. "아직도 있을까? 돌산 이재춘??" 태우가 말을하며 천천히 창문을 안을 들여다 본다.
준식도 태 우를 따라 창문을 들여다 본다. 여전히 석산 이재춘 선생의 초 상화가 늘름하게 걸려있다.
"아직...죽지않고 살아있네...저 노인네...크크" 태우가 나즈막히 웃으며 초상화를 바라본다. "
근데 어떻게 들어가지...저 초상화 뒤편만 확인하면 끝인 데..." 태우가 고민하고 있을때, 준식이 말없이 창문을 연다.
"강태우...이거 열리는데..." 태우는 벙찐 표정으로 준식과 창문을 번갈아 바라보다 "넘어가자.." "뭐?" "넘어가자고..."
"진짜? 너 법을 수호하는 변호사가 아니더냐?" "민법 제 185조 26항 모든 공공건물은 국민의 소유이며,
공개 된 공공건물은 국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학교 역시 공 공건물" "창문 열려있는게 공개된 공공건물이냐...
그리고 여기 사립학 교야...짜샤..." 태우는 이미 창문을 반쯤 넘어선 채로 준식에 말을 한다. "이걸로 잡혀가도 너는 꼭 변호해주마...
걱정말고 따라와..." "나..참..." 준식은 한숨을 길게 쉬고 태우를 따라 창문안으로 들어간다. 학교박물관 안은 오랜시간 방치된듯
내려앉는 모든곳에 먼지 가 쌓여있다. 준식과 태우가 바닥에 발을 딛자 눈에 찍히는 것 마냥 바닥에 발자국이 찍힌다.
"잠깐...." 태우가 앞서가려던 준식을 막아선다. "준식..밑을 봐봐" 준식이 내려다본 마루바닥엔 누가 앞서 다녀간듯 초상화 쪽으 로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다. "발자국이네...그것도 돌산 쪽으로..." "아...씨...나 무서워...진짜..." 태우가 몸서리 친다. "
누군가...우리처럼 암호를 풀러 온건가?" "설마..." "일단 이 발자국을 피해서..." 태우가 다른길로 돌아서 초상화 앞으로 다가간다.
이어 준식 이 태우를 뒤따른다. 초상화 앞에 서자 준식이 망설이듯 입을 연다. "이거 뒷편이란 얘긴데...잠깐 떼어봐도 괜찮겠..."
태우는 준식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초상화 한 켠을 잡는다. "반대편 잡아" 준식과 태우는 조심스레 초상화를 들어 바닥에 천천히 내려놓 는다.
초상화가 떼어진 부분은 때가 안타 유난히 하얗다. "아...젠장...여기서 누군가한테 잡히면 완전 초상화 도둑인줄 알거 아니야..."
"닥치고 뭐가 있나 보자..." 태우가 초상화가 떼어진 벽면에 조심스레 다가간다. "준식아...여기봐봐...여기 진짜 뭔가 쓰여져 있어...그리고..."
15년전, 광남중학교 2학년13반 교실. 쉬는시간, 시끄러운 교실안 무리를 뚫고 혼자 앉아있는 노민 우에게로 준식과 태우가 다가간다.
"노민우..우리 이거 풀었어…" "아..그래? 그럼 이.름 적었나? 그래야 내가 확인하고 선물을 줄텐데 말이야…"
"야..당근 적어놨지..나랑 태우…둘다..." "알았어…그럼 내가 확인해보고 선물 줄께.." "시시한거면 알아서해...
노민우...니 수수께끼 때문에 학원 빠 져먹고 엄마한테 죽다 살아났으니..." 태우가 엄포를 한다. "알았어...걱정마...꼭...줄께...선.물"
민우는 의미를 알수없는 미소를 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