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추억 Chapter 5.

야차굿판 2012.03.18 23:21:30

Chapter 5.

태우 사무실 복도. 준식과 태우가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간다.

뒤에서 태우를 부르는 소리 “강태우 변호사님!” 태우가 준식과 얘기를 하다 자신의 이름을 듣고 뒤를 쳐다본 다.

태우의 비서이다. 태우에게 다가온다. “어디가시나요?” “어..바로 퇴근할거야..정윤씨도 시간되면 퇴근해…”

“아니…그게…” “왜? 뭔 일 있나?” “금일 오후 여덟시에 계약이 있어서요…” “뭔 계약?” “그 방산업체 김재형 사장 소송건이요…”

비서는 노트를 보며 또박또박 태우에게 일정을 전한다. “아….그게 오늘 저녁 이었나?...” “네…식당 잡아놓으시라고 하셔서 8시에

식당도 예약해놓았는 데요…” 태우가 머리를 긁적인다. 곤란한 듯 준식을 바라본다. 준식이 입을 연다. “됐어..학교는 내일 가지 뭐…”

태우 잠시 생각을 하다가 “아냐..아냐..정윤씨! 일단 식당 취소하고 김사장님한테 사무실 로 오시라고 해…

일정 때문에 식사는 어려울거 같다고 말씀드 리고…인감도장만 챙겨오시면 된다고 전해드려…” “아..됐다니깐…일 봐…”

“야 임마….괜찮아…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야…” 준식은 미안한 듯 태우를 바라본다. “그럼 어떻게 해? 기다릴까?..”

“아니야…학교 앞에서 10시쯤에 만나자…내가 일 끝나는데 바 로 갈께…” “그러지 뭐…” 준식은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고 태우는 비서가 건네 준 서류를 뒤적이며 사무실로 돌아간다.

오후 10시쯤 광남중학교 앞. 한 밤의 오래된 사립학교는 더욱 음산하다. 드문드문 켜져 있는 형광 가로등 불빛이 분위기를 더해준다.

멀리 자동차 한 대가 길목을 따라 천천히 진입하고 닫혀진 교 문 앞에서 멈춰 선다. 이내 꺼지는 헤드라이트. 다시 주위는 어둠에 휩싸인다.

운전석에는 준식이 앉아있다. 크게 기지개를 한 번 키고 태우에게 받은 랜턴을 집어 한 번, 두 번 작동해본다. “10시 10분….”

시간을 확인한 준식은 지루한 듯 입술을 내민다. “아..이 자식..왜 이렇게 안와…” 핸드폰을 집어 다시 한번 시간을 확인한다.

10시 11분…5초… 6초… 메시지 그리고 메시지 작성. [오고 있냐? 난 도착했다 교문앞.] 전송 준식은 음악을 틀고 시트를 뒤로 제낀다.

차가운 Acid Jazz가 자동차 내부에 울려퍼진다. 핸드폰으로 메시지가 도착한다. [진짜 미안하다. 짜증나게 계약서를 꼼꼼히 보네.

좀 있음 출발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좀 만 기둘려] 메시지를 확인한 준식은 순간 얼굴이 찌그러진다. “아..뭐야…”

준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답장. [됐고, 내가 후딱 들어가서 적어 올테니깐 집으로 바로 와 니네 집으로 갈께]

전송. 준식은 랜턴을 챙겨 차문을 열고 나온다. “아..맞다..” 다시 차 안으로 들어가 대쉬보드를 열고 수첩과 볼펜을 챙긴 다.

수첩을 열어 볼펜을 확인하는 준식. “후우…그럼 가볼까….”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단숨에 담을 넘어 학교 안으로 들어 간다.

빛한점 없는 어두운 운동장을 준식이 홀로 걸어간다. 계절 늦은 매미소리가 귓청에 맴돈다. 준식 렌턴을 비춰 학교 담벼락을 비춘다.

“하나…둘..셋…넷..다섯…여섯….” 여섯번째 담벼락에서 그대로 빛을 학교쪽으로 향하게 한다 “저 화단 이군…”

준식은 랜턴 불빛을 따라 화단쪽으로 묵묵히 걸어간다.

화단을 넘어 학교박물관 창문 앞에 선 준식, 랜턴을 비춰 안을 살펴본다. 오래된 건물, 교실을 개조한 듯한 오래된 박물관.

준식은 석산 이재춘 선생의 초상화를 비춘다. 인자한 인상이 불빛에 일그러져 약간은 괴기스런 느낌이다. “은근히..무섭네…

태우랑 같이 올 걸 그랬나…” 준식 잠시 서서 초상화를 이리저리 비쳐본다. 빛에 방향에 맞 춰 얼굴이 움직이듯 하다.

웃고 있는 모습이 섬뜩하다. [스르르르르르르르…] 귓가를 울리는 매미소리 끊김이 없다. 시끄럽고 소리가 따갑 다.

창문을 천천히 열어본다. [끽끽…]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듯한 소리. [끽끼..파바박…] 준식은 얼굴을 찡그리며 빡빡해진

창문을 한번에 활짝 열어 제낀다. “후우…빨리 끝내자..” 준식은 랜턴을 입에 물고 창틀을 넘어 박물관으로 들어간다.

[쿵…끼긱…끼긱…] 준식이 내려앉자 박물관 마루바닥이 비명을 지른다. 랜턴을 다시 손으로 잡고 초상화를 비춘다. 여전히 웃고있다.

천장, 오른쪽벽, 왼쪽벽, 태극기, 이리저리 랜턴을 돌려본다. 여기는 학교박물관이라기 보다 비워놓은 교실 같다는 느낌.

“이래서 학교 괴담이 생기는 거군…” 준식은 대단한 사실을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인다. 불빛을 초상화로 고정시키고 천천히 걸어간다.

[끼긱…끼긱…끼긱…끼긱…] 발걸음에 맞춰 마루바닥은 아픈 강아지 마냥 낑낑댄다.. . 초상화 앞에 서서 랜턴을 입에 문다.

양 팔을 크게 벌려 초상화를 잡고 조심히 들어서 바닥에 놓는 다. 벽면에 적혀있는 노민우의 수수께끼. 불빛을 비춰 확인해 본 다.

[오랜만이야! 친구들! 드디어 오늘이 왔군!] [mrzmxexmsr. tevxc는 tyrkret 617-9. 69.wit]

준식은 지난번 태우가 적어오지 않은 알수없는 알파벳 조합을 수첩을 펼쳐 꼼꼼히 적는다. “이거…혹시…그건가?..”

준식은 문득 생각난 게 있는듯 적어놓은 문장을 한참 바라본 다. 그리고 손을 들어 손가락 숫자를 여러차례 세어본다.

“일단 집에 가서 체크해봐야겠다…” 준식은 수첩을 닫고 불빛과 함께 시점을 위로 돌린다.

congratulation how are You Fine 16 Thanks 20 and you!!

“이건 태우가 제대로 적었네…F랑 T만 대문자 맞구나…” 바닥에 놓여진 초상화를 걸기 위해 몸을 돌리다가 “잠깐..”

하고 불빛을 벽면에 다시 비춘다.

최초발견자는 이름을 적어주세요 21312 김준식

준식은 벽면에 얼굴을 가까이 하고, 글씨가 새겨진 부분을 이 리저리 살펴본다. “없어…” 태우의 이름이 없다. 순간 준식의 눈이 커진다.

태우 사무실 지하 주차장. 썰렁해진 주차장 통로를 태우가 바쁘게 걸어가고 있다. 한 손은 휴대폰으로 통화중이다.

블록에 유일하게 세워져있는 고급 외제 스포츠카. 태우는 뒷자석에 가방을 던져놓고 운전석에 앉는다.

들고있던 핸드폰을 내려 [재발신] 누른다. “안받네…혼자 들어간건가?...” 태우는 걱정스런 말투로 혼잣말을 한다.

광남중학교 학교 박물관 안. 준식은 태우의 이름이 있었던 자리를 몇 번이고 확인한다. “분명 지난번엔 태우 이름도 있었는데…”

그 때.

[끼긱..]

어디선가 마루바닥 밟는 소리가 난다. 준식은 숨을 멈추고 눈동자만 움직여 본다.

[끼긱...]

다시 한번 같은 소리. ‘분명 복도는 시멘트 일텐데...’ 박물관 내부만 예전 방식

그대로 마루바닥을 보존해 왔다는 생각이 준식의 머리로 순간 스쳐진다. 준식의 몸이 굳는다. 움직일 수 가 없다. 공포가 휘감는다.

[끼긱..끼긱..]

누군가가 준식의 등 뒤로 조심스레 다가오는 듯 하다. 준식이 수그리고 있던 몸을 천천히 일으키자,

[끼긱끼긱끼긱다다다다다다...]

준식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돌린다. 준식이 입에 물고 있던 랜턴이 바로 등 뒤에 있는 누군가를 비 춘다.

웃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