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날 저는 아르바이트에 가지 않고 학교가 끝나자 곧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텅빈 집안에 혼자 있으니 형언할 수 없는 불안이 엄습해 왔습니다.
저에게는 예감이 있었습니다.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예감이… 저는 영감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유령의 존재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할 생각은 없지만 지금까지 먼가 영전이 체험을 한 일은 없습니다.
무서운 이야기나 호러 영화는 좋아하는 편이고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있어도 이상할 것 없다는 생각은 있지만
나에게 영감이 있다고 느낀 때는 한 번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비디오를 보고나서는 제 오감이 예리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 속에 있는 방어 본능이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로부터 몸을 지키려고 하는 듯이…
그 전화벨이 울린 것은 직장에서 돌아온 오빠를 위해 저녁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텅빈 집안에 갑자기 울리기 시작한 전화벨 소리에 심장이 멎는 느낌이 든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전화는 비디오가게 점장으로부터 걸려온 것이었습니다.
“지금 사장님이 와 있는데…”
사장님이라면 아스카의 아버지입니다.
“미레이와 이야기를 하고 싶대. 휴무인데 미안하지만 지금 와 줄 수 있겠어?”
저는 무슨 일 있어요? 라고 물어보려 했지만 관두고 가능한 빨리 가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저는 직감적으로 아스카의 신변에 뭔가 일었났다고 느꼈습니다. 전화가 왔을 때 이미 그 에감은 들었습니다.
아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어제 아스카와 헤어졌을 때부터 그 예감은 분명 있었습니다.
저는 저녁준비도 대충하고 바로 옷을 갈아입고 가게로 향했습니다. 가게에 도착하자 사장님의 모습도 점장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안 쪽 사무실에 있겠죠. 아르바이트생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안 쪽 사무실의 문을 노크했습니다.
“아스카가 없어졌어…”
사장님은 힘없이 말했고, 점장으로부터 대강의 이야기는 들었다며 저에게 택시로 데려다 주었을 때 뭔가 이상한 것은 없었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그 때의 상태를 이야기했지만 그녀가 말한 비디오에서 들렸다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꺼내지 않았습니다.
지금 그 이야기를 해도 사장님이 혼란만 겪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거꾸로 저는 집에 돌아간 후의 아스카의 상태를 물었습니다.
사장님은 일 때문에 귀가가 늦어져 아스카와는 얼굴도 대하지 못했다고 하면서 아내로부터 들은 이야기라며 아스카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 이야기에 따르면… 집에 돌아간 아스카는 기분이 조금 안좋다며 곧장 방으로 들어갔고 1시간 정도 지나 방에서 나오더니
제단에 있던 할머니의 영단을 향해, 갑자기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늙어빠진 계집” 이라던가 “너 같은 건 죽어버려” 라고 일방적으로 고함치면서
말리러 들어온 어머니게에 뭔가 알 수 없는 말을 하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할머니와 사이가 안좋았던 적도 없고 지금까지 딸이 그런 난폭한 말을 쓴적이 없었으므로
마치 사람이 변한 것 같은 딸의 변화에 어머니는 당황했다고 합니다.
그 후 정신을 가다듬고 아스카의 방을 노크하고 말을 걸어보았지만 반응이 없고,
지금은 가만히 놔두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방에는 들어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학교에 갈 시간이 되어도 일어나지 않는 아스카를 깨우러 갔을 때에는 이미 아스카의 모습은 방에 없었다고…
“아스카에게서 연락이 오면 바로 알려줘… 만일… 만일 오늘밤 아스카가 연락이 없으면 내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려고…”
라는 말을 남기고 사장님은 돌아갔습니다. 사장님을 배웅하고 나서 저는 점장과 사무실로 돌아왔습니다.
“비디오에 대해서 말했어요?”
“모두 비디오를 보고 그 후에 갑자기 몸이 안 좋아졌다는 건 얘기했어. 그래도 비디오 내용까지는 말하지 않았지…
사장님도 비디오에 대해 별로 흥미가 없는 것 같았어…”
분명 비디오를 본 일과 아스카가 행방불명된 일은 아무런 관계도 없을 터이고… 그래도 정말 그런 걸까?
갑작스런 실종… 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돌연 사람이 변한 것 처럼 할머니에게 욕을 했다고 사장님이 말했어…
그것과 비디오에 나왔떤 노파와는 무언가 관계가 잇는 것일까?
애당초 그 비디오는 누가 언제, 무엇 때문에 촬영하고, 어떤 뜻으로 이 가게의 수거함에 넣을 것일까?
목소리가 들렸어… 여자 목소리로, 아스카라고
귀가하는 도중에 그녀의 목소리가 제 안에서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메아리치고.. 알 수 없는 불안에 저는 슬쩍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마치 위험을 느낀 작은 동물이 그렇게 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