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모씨는 거기까지 단숨에 이야기를 마치고 울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저는 혼자서는 도저히 그방에서 나오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잠시 고민하다가 가게에 전화해서 아무나 데리러 와달라고 말하기로 했습니다.
저 자신도 패닉상태가 되어 상황설명을 제대로 못했지만 점장은 "지금 바빠서 여유가 없지만 30분쯤 후에 다른 사람을 보낼게" 라고 말했습니다.
그 후 토모씨도 겨우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듯했지만 저는 아무런 말도 건낼 수 없었고 잠자코 마중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 참 뒤에 남자 아르바이트생이 와 주었습니다. 제가 돌아가려고 하자 그녀는 걱정되는 듯한 표정으로 저를 보았습니다.
그 눈은 마치.(혼자두지 말아줘)라고 말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가게에 돌아오자 점장에게는 "토모씨는 당분간 가게에 나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라고만 전했습니다.
점장은 "그런가..."라고 말할 뿐, 다른 사정은 묻지 않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어딘가에서 그 하얀 옷을 입은 여자가 나타나지는 않을까 두려움에 겁을 먹었습니다.
다음 날, 저는 학교를 마치고 토모씨의 집을 다시 방문했습니다. '그것'을 보고 나서부터 그녀는 무서워서 밖에 나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자기가 나가는 것을 그것이 기다리고 있다고. 그런 그녀를 위해 먹을것을 갖다주기위해 갔던 것입니다.
그녀는 어젯밤과 비교해서 상당히 기운을 차린듯하여 안심했습니다.
계속 제지하는 그녀에게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 한다고 말하며 그녀의 방을 뒤로 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하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날이 저물기 전에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겁니다.
어두워지고부터 그 전주 옆을 지날 용기가 제게는 없었습니다... 아스카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지만 그 날은 그럭저럭 아무 일 없이 지나갔습니다.
그 다음 날은 일요일이라서 눈을 떴을 때는 정오가 가까운 시간이었습니다.
아르바이트 시간까지 넉넉히 3시간이 남았습니다. 그 날은 오랜만에 쾌청한 날씨여서 커튼 틈새로 햇살이 비치고 있었습니다.
어제까지 두껍게 뭉쳐있던 잿빛 구름은 깨끗하게 물러가고 햇살은 장마철의 마지막이 가까웠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모두 열고 바깥 공기를 가슴 가득 들이마셨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니 요사이 일어난 기분나쁜 일들이 거짓말처럼 느껴졌습니다.
모든 것은 꿈속의 일이고 현실에서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던게 아닐까라고.
하지만 그 일들은 꿈속의 일이 결코 아니었던 겁니다.
그리고 모든 것은 그 비디오를 본 날 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좋을텐데 하고 생각하면서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 거실로 향했습니다.
오랜만에 비가 그친 탓인지 일요일에 가게는 상당히 붐볐습니다.
비교적 한가한 저녁 시간대를 골라 점장에게 말하고, 편의점에서 식료품을 사서 토모씨의 아파트를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부저를 누르자 모르는 여자 얼굴이 나타나서 저는 놀랐습니다.
아르바이트하는 곳의 동료라고 말하고 이름을 말하자 그 사람은 토모씨의 숙모라고 말하고,
토모는 자고 있다고 말하면서 안으로 들어오라고 권했습니다. "줄곧 자지 못했나봐요.
아무리 흔들어도 일어나질 않아요." 숙모의 말처럼 토모씨는 침대위에서 죽은 듯이 자고 있었습니다.
숙모는 저에게 차를 내어 주시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숙모의 말로는, 토모씨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정신병을 앓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 일이 있고부터 시골의 부모님도 도쿄에서의 생활을 크게 걱정하고 있고 주말에는 꼭 전화를 하도록 했답니다.
하지만 어제 몇 번이나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서 도쿄에 살고 있는 숙모에게 가 봐달라고 부탁했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하루 전날 제가 이 방에서 가게에 전화했을 때도 전화 코드가 빠져 있었습니다.
아마도 토모씨가 빼 놓은 것이겠죠.
"오늘 아침 내가 왔을 때는 눈이 빨갛게 충혈되서... 결계를 쳤으니까 괜찮다나 뭐라나,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어요."
결계를 쳤으니까 괜찮아???
결계는 영화에서 닌자나 마법사가 사용하는 결계말인가?
결계를 치고 그 하얀 옷의 여자가 방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다는 말일까?
"내일 이와테로 데리고 돌아가기로 했어요. 이 아이는 남들보다 감수성이 조금 예민할 뿐이에요"
라고 말하면서 저에게 이와테의 본가의 전화번호와 주소를 적은 메모를 주었습니다.
"이제 도쿄에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거기로 전화해 줘요."
토모씨는 당분간 일어날 기미가 없어서 저는 숙모에게 인사하고 그 방을 나왔습니다.
(이와테로 돌아가면 이제 토모씨와는 만나지 못할지도 몰라...)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파트를 뒤로하고 걷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등 뒤로 시선을 느끼고 무심코 아파트 쪽을 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확실히 그곳에는 먼가가 있고 나를 보고 있어...)
저는 등골이 오싹해져 가게까지 빠른 걸음으로 갔습니다. 대로로 나와 인파속에 섞여들자 저는 휴 하고 한숨을 내쉬고 걷는 속도를 줄였습니다.
(이 아이는 다른 사람보다 감수성이 조금 예민할 뿐이에요.)
숙모의 말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그녀는 감수성이 높기 때문에 남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인다는 것일까요?
그녀는 자신에게 영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감이 있기 때문에 귀신에게 농락당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스카의 경우도 그럴까요? 그녀에게 영감이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지만 아마 그런 건지도 모릅니다.
저와 점장은 영감이 없기 때문에 똑같이 비디오를 보아도 직접적으로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뿐인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면 아까 느낀 뭔가의 기척도, 제게 영감이 조금만 있으면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어느쪽이라도 하나 더 신경쓰이는 일이 있습니다.
저와 점장, 아스카와 토모씨, 그리고 그 때 비디오를 본 또 한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그 날 이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낮에는 맑았던 하늘이 어느샌가 잿빛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마치 불길한 것을 보고 있는 듯 올려보았습니다.
밤의 어둠은 바로 앞 까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