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 시체를 낚는 남자

달달써니 2013.03.24 03:4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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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시절 겪은 일이다.


그날, 나는 아침부터 친구 한 명과 함께 바다로 낚시하러 갔다.


당시 살고 있던 마을에서 산 하나 넘으면 바다가 있었기 때문에 어린 시절 자전거를 타고 자주 놀러 갔다.


초등학생 시절은 수영만 했었지만, 중학생때 부터는 낚시를 시작했다.


약속 장소였던 지장다리에 가보니까, 친구는 먼저 와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해파리다. 물론 진짜 해파리가 아니고 본명도 아니다. 해파리는 그의 별명이었다. 해파리는 소위 [자칭 보이는 사람] 이었다.


나는 중학교때 부터 오컬트에 빠져 있었지만, 그 계기가 해파리 때문이었다.


집에 있던 욕조에서 해파리가 둥둥 떠있는 것을 본 날부터, 그는 보통 사람은 절대로 볼 수 없는 것이 보이게 된 것 같다.


그는 [나는 질병이라고 생각해..] 라고 자신의 상황을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해파리와 함께 그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곳에 가끔 가보면, 희미하게 보이지만 보일 때가 있었다.


해파리가 말하는 질병이란 건, 다른 사람도 감염시키는 모양이다.






해파리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낚싯대는 없었다. 그는 낚시를 하지 않는 것이다. 이유는 들어 본 적이 없다.


[보기만해도 좋으니까 와.]


그렇게 말한 사람이 바로 나다. 해파리를 끌어들이게 된 데에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


우리가 앞으로 가려고 하는 곳에는 어떠한 묘한 소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근처에 사는 어부의 말에 의하면, 자기 마을에 시체를 낚는 남자가 있다고 한다. 이른바 도시 전설이다.


해파리는 자전거를 탄 채로, 내 뒤를 천천히 따라오고 있었다.


고개를 넘자 눈앞에 푸른 바다와 하늘이 펼쳐졌다. 순백의 구름이 떠있는 하늘은, 볼수록 화창했고 바람은 거의 불지 않았다.


근처에는 바닷가 특유의 냄새도 났다. 나는 잠시 멈춰서서 바닷가 특유의 냄새와 바람을 느끼기 시작했다. 물론 땀을 식히기 위해서도. 


 

 

작은 항구에서 바다로 튀어나온 방파제. 근처 소나무 숲 옆에 자전거를 두고, 우리는 콘크리트 외길을 걸어서 끝까지 가보았다.


방파제 길은 오 ~ 육십 미터 정도? 방파제의 막다른 골목에 도착한 우리는 그 자리에 앉아서 도구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물결은 잔잔했고, 귀를 기울이면 철썩철썩! 파도가 방파제를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문득 옆을 쳐다보니 해파리가 방파제 가장자리에 앉아서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뭘 보는 거지?


[야 해파리! 너 시체 낚는 남자 이야기 들어 본 적 있어?]


해파리는 바다 쪽을 본 채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 도미를 낚는 남자 이야기?]


[아니 그거 말고. 시체 낚는 남자 이야기.]


[아. 시체....... 그래, 알고 있어. 여기 항구에 있던 할아버지.]


나는 혀를 찼다. 알고 있었구나.. 쳇, 재미없다.






바늘 끝에 미끼를 달아, 떡밥도 안 뿌리고 그대로 던졌다.


앉은 상태로 적당한 힘으로 던졌기 때문에 바닷물은 그다지 튀진 않았다. 빨간 찌가 해면에 머리를 내놓고 있다.


시체를 낚는 남자도 방파제 끝에서 나무로 된 낚시 도구 상자를 의자로 써서, 온종일 낚시만 했다고 한다.


하지만 낚시가 서투른 것인지, 아니면 원래 낚시할 생각이 없었던 것인지, 소문으로는 항상 허탕만 친다고 했다.


[스즈키라는 이름이던데.]


해파리가 입을 연다.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스즈키? 아, 그 시체 낚는 남자의 이름이?]


[그래. 옛날 근처 친척 집에서 논 적이 있었어. 그때 보고 사이가 좋아진 거야. 여러 가지 말을 하더라. 낚시도 배웠어.]


나는 내심 놀랐다. 아는 사람인가. 하지만 어찌 됐든 재미있다.


[내가 여기에 3개월 정도 있었는데, 그때도 혼자 낚시하더라.]


조류 탓인지, 여기 항구와 근처 해변에는 많은 표류물이 밀려온다.


보통은 일반 쓰레기지만, 그중에는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이 조류를 타고 돌아오는 때도 있다. 시체를 낚는 남자는 그중에서 수십 명을 낚았다.


사람이 바다에서 빠져 죽은 경우, 육체가 온전한 상태로 돌아오는 경우는 드물다.


물고기나 작은 해산물에 파먹히거나 해서, 얼굴도 못 알아볼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 시체도 많다.


그리고 주로 많은 경우가 체내에 부패 가스가 모여서, 시체가 부풀어 오른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의 시체는 온몸이 하얗게 변색하고, 조금만 물리적인 힘을 가하여도 부서지게 된다. 


 

 

[......하지만. 스즈키씨가 낚아 올린 사람은 얼굴상태가 양호했고 몸도 정상인 사람이 많았어.]


그리고 해파리는 내 쪽을 향해, [이상 하네..] 라고 말했다.


나도 거기까지는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들은 기억이 없는 이야기였다.


[스즈키씨의 최후는 어떻게 되었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시체를 낚는 남자에 관한 소문은 여기 항구에 있는 노인이 시체를 잘 낚았다는 부분이었다.


남자의 결말까지는 소문나 있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남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조차도 몰랐다.


[스즈키씨. 바다에 빠졌어. 낚시 도중에......]


몇 구의 익사체를 낚아 올렸던 남자의 마지막이 익사라니..


하지만 왜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가 소문나지 않은걸까. 아니, 재미 있다고 말하면 좀 버릇없는 것 같다.


[저녁에 어두워서 그랬던걸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잖아.]


나는 해파리를 바라 보았다. 내가 이상한 얼굴을하고 있었던 걸까.


[나야. 스즈키씨를 잡은 것은.]


잠시동안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침묵했다.






그날 저녁 식사 전에 해파리는 방파제 끝에 가보았다. 하지만 스즈키씨는 없었고, 낚시대만 놓여 있었다.


잊어먹고 돌아간 것이라고 생각한 해파리가 그것을 무심코 들어 보더니 실 끝에는 스즈키씨가 걸려 있었다고 한다.


상상해 보면, 이보다 더 소름끼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야, 뭐해.]


해파리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낚시대의 실 끝에 있는 것은 물고기일까? 아니면.. 나는 천천히 낚시대를 들어올렸다.


거기에는 바늘만 남아 있었다. 그냥 물고기였던 것 같다. 안심하는 동시에 그런 것에 두려워한 자신이 뭔가 병신스럽게 느껴졌다.


[나는, 낚시는 안 할래.]


옆에서 해파리가 중얼 거렸다.


[하지만 나에게 낚시를 가르쳐 준 것은, 스즈키씨니까.]


나는 휘파람을 불면서 일부러 못 들은 척했다. 그리고 일어서서 다시 한번 낚시대를 수평선을 향해 힘껏 내던졌다.


이번에는 아무 것이라도 좋으니 제발 낚이기만 해달라고 속으로 빌면서 말이다.







괴담돌이 http://blog.naver.com/outlook_ex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