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시선 (下)

달달써니 2013.03.25 11: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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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일어나!]


내가 10살 때 사고로 죽은 1살 어린 남동생 목소리가 들렸다.


[형, 일어나. 학교 지각해!]


[시끄러워! 3분만 더 잘 거야.]


[형, 안 일어나면 죽어!!!!!]

 


 

자고 있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정도의 공포와 긴장감 속에서... 내가.. 내가 잠들었다니!! 옆의 큰아버지를 봤다. 자고 있었다.


나는 급하게 깨웠다. 큰아버지가 벌떡 일어나면서, 손목시계를 봤다. 5시 반. 주변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식은땀이 흘렀다.


[00야. 들었니? 방금 그 소리.]


[네?]


[목소리... 노래?]


신경을 집중시켜서 귀를 기울이니까, 숲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는 조금씩 조금씩 이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옛날 민요 같은 노래. 무슨 말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기분 나쁜 소리. 공포심으로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았다.


목소리만 들었는데도 세상의 모든 것이 싫증 나기 시작했다.

 

 


[괜찮아? 이제부터 움직일 때, 무조건 발밑만 비춰!]


큰아버지가 그렇게 외치면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나는 그 녀석이 나오려고 하는 숲 아래쪽을 손전등으로 비췄다.


발이 보였다. 털 하나 없이, 엄청나게 하얗다.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다가왔다.


기분 나쁘다! 기분 나쁜 노래다! 아.. 기분 나.. 기분이..


한순간 정신을 놓고 말았다.


[아아아.. 아햏궯벩뚫훌륭욵...]


[정신 차렷!!!!!!!!!!!!]

 

 


그때 그 녀석이 허리를 숙이고, 손전등을 비추던 곳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정면에서 보고 말았다.. 낮에 느꼈던 감정이 나를 습격했다.


[죽고 싶다.... 죽고 싶다... 이런 얼굴을 보느니, 차라리 죽는 게 더 낫다!!]


큰아버지도 페트병을 뒤집어엎고 울고 있었다.


떨어트린 손전등이 녀석의 몸을 비췄다.


뜻을 모르는 이상한 노래를 부르면서.. 마치 갓 태어난 망아지와도 같은 움직임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오른손에는 녹슨 낫. 혀라도 깨물고 죽을까? 그렇게 생각한 그때였다.

 

 


큰아버지의 휴대폰이 울렸다. 계속해서 울고 있던 큰아버지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서 휴대폰을 봤다.


[이런 상황에 지금 뭘하는거야.. 이제 곧 죽을텐데..]


나는 어둠 속에서 멍하니 큰아버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휴대폰은 계속해서 울렸다.


[띠리리리리리~ 띠리리리리리~]


큰아버지는 휴대폰을 계속해서 바라보고만 있었다.

 

 


녀석이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이미 공포로 오줌을 지린 상태였다.


[죽는다..... 죽는다...]


그때 큰아버지가 아주 큰 소리로 울부짖으면서 땅에 떨어진 손전등을 집어들더니, 내 페트병을 손에 들었다.


[이쪽을 보지 마!! 녀석의 얼굴을 비출 거니까 눈 꼭 감아!!]

나는 정신없이 이리저리 구르는 바람에, 선글라스도 벗겨졌지만, 머리를 꼭 감싸 안으면서 눈을 감았다.

 

 


여기부터는 큰아버지에게서 들은 이야기.


우선 녀석의 얼굴을 비추고, 째려보듯이 녀석을 바라본다. 그리고 조금 더러운 이야기지만,


내 페트병에 입을 대고, 오줌을 입에 넣고 손전등으로 녀석의 얼굴을 비춘 채로, 얼굴에 오줌을 힘차게 내뿜었다.


그리고 그 순간 재빨리 눈을 감았다. 고래가 물을 뿜어 내듯이 뿜어냈다. 녀석의 단말마와도 같은 비명이 들렸다.


입안 한가득 오줌을 붓고, 뿜었다. 뿜었다. 녀석의 눈에. 눈에.




아까와는 다른, 색다른 비명이 울러 펴졌다. 하지만 아직 근처에 있다!!


초조해진 큰아버지는 바지와 속옷을 벗고, 자신의 사타구니에 손전등을 비췄다.


녀석은 그것을 보고 만 것이다. 그리고 자세한 말은 모르겠지만, 뭔가 저주하는 말을 하고 등을 돌렸다고 한다.

 

 


나는 그 상황에서 고개를 들었다.


손전등이 녀석의 등을 비추고 있었다.


그래도 무서웠다. 뭐가 무서웠느냐면, 그 녀석은 도망치면서도


이상한 노래는 부르며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던 점이다.


큰아버지는 녀석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가만히 손전등을 비추고 있었다.


언제 되돌아볼지 모르는 공포를 견디면서...


 

 

영원할 것만 같던 공포의 순간이 지나고,


드디어 녀석의 모습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우리는 산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고, 묵묵히 걸었다.


안에 들어가자, 큰아버지는 모든 문을 걸어 잠그고 커피를 끓였다.


나는 커피를 마시면서 입을 열었다.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린 건가요?]


[음.. 아마도. 고추는 비참할 만큼 바싹 오그라들었지만..]


쓴웃음을 짓는 큰아버지.


그리고 띄엄띄엄 사시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큰아버지는 직업 때문에 배를 타고 해외로 가는 일이 많다.


자세한 것은 말할 수 없지만, 소위 기술사다.


큰아버지가 북유럽에 있던 나라에서 체류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현지에서 사이가 좋아진 직장동료가 재미있는 걸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직장동료는 인기척이 없는 어두운 골목길로 큰아버지를 데리고 갔다.


그리고 작은 집으로 들어갔다.

 

 


큰아버지는 집안에 들어가자마자 깜짝 놀랐다.


한눈에 봐도 고급품처럼 보이는 융단, 항아리, 귀금속..


그리고 집안에 좋은 향기가 떠돌고 있었다.


직장동료는 큰아버지를 데리고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촛불이 켜져 있었고, 60대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가 앉아있었다.


이상한 점은, 밤인데도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직장동료가 말하길 [이 사람은 사시의 주인이야.] 라고 말했다.

 

 

사시라는 것은 세계에 널리 퍼져있는 민속 또는 미신 중의 하나로서,


악의를 가지고 상대를 자주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에게


저주를 걸 수 있다는 내용의 이야기다.


이블아이, 사안이라고도 불리며, 사시의 능력에 따라서


사람이 병에 걸리거나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


큰아버지는 처음에는 재미로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앉아 있던 남자가 직장동료에게 귓속말을 했다.

 

 


그리고 직장동료가 말하길


[못 믿는 거 같으니까, 직접 그 힘을 보여 줄게. 하지만 지금부터 좀 괴로울 거야. 일단 몸을 꽁꽁 묶을게. 아! 오해는 하지 마.

그만큼 저 남자의 힘이 강하기 때문이야. 그렇지 않으면 00씨가 미친 듯이 날뛸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러는 거니까...]


라고 말했다.




큰아버지는 처음에는 눈에다가 이상한 세공이라도 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아니면 눈이 정말 보기 흉하여져 있는지도 모르고..


어쩌면 향기에 어떠한 신경제 같은 효과가... 큰아버지는 무서웠지만, 직장동료는 믿을만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냥 하기로 했다.


의자에 묶인 큰아버지. 그리고 남자가 큰아버지에게 다가왔다. 동료는 뒤에 숨어있다. 그리고 남자는 큰아버지의 선글라스를 벗겼다.


[정말이었어. 오늘 그 녀석을 본 것처럼 똑같이 행동했어.]


큰아버지는 커피를 테이블에 내려두고 계속 이야기했다.

 

 


[그 눈을 본 순간, 죽고 싶어지는 거야. 눈동자는 정말 평범한 눈동자였는데.. 어쨌든 세상의 모든 것이 싫증이 나는 거야.

길지도 않았어. 1~2초 정도? 무슨 암시라든가 최면 같은 건 아니었다고 생각해.]


친구의 말에 의하면, 그 사시라는 남자는 마피아의 싸움에서도 이용된다고 한다.


그리고 큰아버지가 귀국하고 7일 후에, 남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남자는 의자에 묶인 채로 죽어있었다. 그리고 남자 주변에는 똥오줌이 가득 뿌려져 있었다.


남자는 굉장한 힘으로 줄을 잡아 뜯고, 자신의 양쪽 눈을 도려낸 채로 죽었다고 한다.


[아까도 말했지만, 사시는 부정한 것을 싫어하지. 사람의 노출 장면이나 성행위 장면을 본 걸지도..]


나는 말할 기력이 없어서, 계속 듣기만 했다. 아까 전의 그 괴물도 사시였던 것일까?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큰아버지가 말했다.


[그 녀석이 괴물인지 아니면 저런 용도로 훈련된 사람인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그 녀석을 보자마자 도망쳐야만 한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어.

그래서 죽을 각오로 행동한 거지.]

 

 


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죽은 남동생의 꿈을 떠올렸다. 남동생이 도와준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울고 있었다.


큰아버지는 내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그러고 보니 휴대폰도 이상했어. 이런 산속에서 휴대폰이 된다는 게 이상하지 않니?

봐. 지금도 신호가 잡히지 않잖아. 어쩌면, 그녀가 날 도와준 걸지도.. 그녀에게 빨리 전화하고 싶어.]


큰아버지는 멋쩍은 것처럼 웃으면서 커피를 마셨다. 







괴담돌이 http://blog.naver.com/outlook_ex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