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언니 5] TV

달달써니 2013.03.27 06: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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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나 텔레비전, 라디오에 얽힌 괴담은 많지요.

그 대부분이 어딘가로 연결된다는 패턴이 있지만요.

지금부터 이야기할 것도, 이런 가전제품에 얽힌 체험이에요.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고스트 투어라고 칭하고

다섯 살 위인 사촌 언니와 다른 현까지 원정을 갔어요.

목적지는 어느 단지의 폐허. 상당히 유명한 장소였지요. 

그곳에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아직 해가 떠있었어요.

 

사는 사람이 없는 단지.

그리고 이곳저곳에 남아있는 생활의 흔적은

확실히 소문대로 무서운 곳이었어요. 

풀이 무성하게 자란 주차장에 홀로 남겨진 자동차.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잡지.

누군가 사용하다가 버린 토스터.

그리고 단지 주변에는 산밖에 없었어요.

 

겁먹고 있었던 저와는 달리

사촌 언니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앞으로 척척 걸어가더라고요.

오컬트를 좋아하는 사촌 언니는

평소에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건지 몰랐지만

이럴 때는 믿음직했어요.

 

그리고 어느 맨션의 집 안으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저는 너무나 기묘한 상황에 눈이 휘둥 그레졌어요. 

현관에는 구두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부엌에는 후라이팬이

벽장에는 이불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어요. 

확실히 얼마 전까지 사람이 살았던 느낌이 들었어요.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집주인만 홀로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랄까.

 

긴장한 채로, 안방을 보고 있는데

탁자 위에 작은 텔레비전이 있었어요.

빨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구식 텔레비전.

다리가 네 개 달려있고, 버튼식이 아닌 다이얼식의 텔레비전. 

묘한 그리움을 느꼈어요.

 

호기심에 다이얼을 돌리자

소리와 함께 화면이 천천히 밝아졌어요.

저는 놀라서 지켜봤지만, 화면에는 모래바람만 나올 뿐이었어요.

그러자 옆에 있던 사촌 언니가

 

[해 지고 있으니까 이제 돌아가자.]

 

라고 말해서 텔레비전을 껐어요.

창 밖을 바라보니까, 확실히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어요.

 

차를 타고 잠시 길을 달리고 있는데

사촌 언니가 갑자기 한숨을 쉬면서 말했어요.

 

[굉장한 걸 찾았네. 그 텔레비전.] 

 

저는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그러자 사촌 언니가 계속 말하더군요.

 

[아까 전까지 시선을 느끼고 있었어. 단지에서 계속 쫓아 오고 있었어. 아마도 네가 텔레비전을 켰을 때부터..]

 

그리고 사촌 언니의 결정적인 한마디가 저를 떨게 하였지요.

 

[그리고 그런 곳에 전기가 통할 리가 없잖아. 계속 그대로 보고 있었으면, 뭔가 재밌는 걸 봤을지도 몰라.]

 

그래서 제가, 텔레비전 내부에 전기를 비축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자, 사촌 언니는

 

[그럼 되돌아가서 확인해볼까?]

 

라고 말했어요. 저는 그 자리에서 싫다고 했죠.

나중에, 사촌 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로는

역시 그 단지에는 전기가 흐르지 않고 있었다네요.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혼자 가서 확인했다고 해요.

혼자서 랜턴 하나 들고 직접 찾아갔지요.

그리고 이어지는 사촌 언니의 한마디. 

 

[텔레비전을 켜려고 했지만, 전원이 들어오지 않더라. 왜 네가 할 때는 켜지고 왜 내가 할 때는 안켜지냔말이야! 그래서 열 받아서 직접 집으로 가지고 가서 분해해봤어.]

 

그렇게 말하며 웃고 있던 사촌 언니의 방에는

확실히 본 기억이 있는 빨간 플라스틱이 있었어요.

참, 대단해요. 대단해.. 




괴담돌이 http://blog.naver.com/outlook_ex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