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풍선

달달써니 2013.07.13 20: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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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앙, 으앙! "

 

" 조용히 해, 조용히 해, 아가야. 착하지. "

 

두 손에 들려진 아기의 무게는 너무도 가벼웠지만 세상이 찢어져라 울어대는 소리는

어느 어른의 목청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았다. 살고 싶어하는 울부짖음, 그것만큼은 애어른의 구분이 없었다.

 

" 진짜, 진짜 미안.. 네 아빠랑.. 엄마는 널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어. 넌 너무 일찍 왔어..

네 잘못이야, 미안. 조금만 참아.. 그게 너나 나나 편해지는거야.. "

 

" 으앙, 으.. "

 

뽀글뽀글, 몇 번의 기포가 올라온다.. 얼마 전 내린 비로 불어난 물살을 따라 작은 핏덩이가 따라간다.

탯줄조차도 치지 않은 어린 것, 불과 2시간 전 공원 화장실에서 의사도 간호사도 없이 스스로 세상으로 나왔다.

살고자 하는 본능, 태어나기로 정해진 운명, 지금이다, 결심하곤 세상을 향했을 생명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쯤에 있을까, 어미가 원하지 않은 생명은 그렇게 3시간 만에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 ..... "

 

두리번두리번, 어미는 불안한 듯 주변을 살핀다.

차디찬 물에 자기 아이를 담군 생각은 벌써 잊은 채 자기는 추운지 자켓을 꼭 감싸쥔다.

누가 볼새라 기척을 죽이며 어디론가 도망가는 어미는 교복을 입고 있다.

첫사랑.. 적어도 어미와 아비는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탄생이란 결과는 꿈에도 바라지 않았던게다.

 

 

미선이란 명찰을 단 여고생 한 명이 강 어귀에 나타났다.

몇 번이고 강을 바라보다, 고개를 떨구다를 반복한다.

그 속내는 불안감과 죄책감으로 뒤범벅이 되어있다.

어미로써 자식을 죽이다시피 한 죄책감.

그 악마 같은 죄의 댓가를 치루게 될까 걱정하는 불안감.

 

시간은 그 날로부터 일주일 정도가 흘러있었다.

미선은 강을 따라 걷는다, 그 날부터 지금까지 날씨는 내내 좋지 않다.

덕분에 강가를 산책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점은 그나마 미선을 안심하게 했다.

누군가 자신을 바라본다면 감수성 깊은 여고생이 강길을 따라 사색에 잠겨있다고 볼까.

하지만 자신은 찾고 있었다, 자신이 주었다 거둔 한 생명의 흔적을..

 

" 헙.. "

 

미선은 한 순간 얼어붙었다.

고무풍선..?

풍선처럼 팽팽하게 부풀어오른, 정확히 말하자면 '불어오른' 울퉁불퉁한 것..

몇 가닥의 털, 그리고 길게 늘어진.. 채 자르지 않은 탯줄이 이것의 원형을 가늠하게 하는..

이 비누처럼 끈적해보이는 덩어리..

 

" .... "

 

미선이 당혹감에 꼼짝을 못하는 새에 어디선가 나타난 떠돌이 개 몇 마리가

그것의 냄새를 킁킁 맡더니, 덥썩 물어 어디론가 향한다.

 

" 안 돼.. "

 

낮게 ;조렸지만 개들은 알아들을리 없다,

그들은 오늘 고기를 포식할 것이다.

미선은 '오히려 잘 된거야'라고 속삭이는 내면의 목소리에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더 깊은 마음 속에선.. '넌 인간도 아냐, 넌 악마야'..

미선은 눈을 질끈 감고 두 귀를 막은 채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첫 사랑, 얻은 행복도 많았지만 끝끝내 이어지지 못한 사랑은..

앨범에서마저 사라져 이젠 기억으로만 가끔씩 떠오른다.

 

그 기억마저도 점차 희미해져가는 이유는.. 새로운 사랑,

그래.. 내가 사랑하는 이 사람..

 

" 자기야.. "

" 왜 그래? 우울해보인다? 오늘 놀이공원 왔으니까 신나게 놀자. "

" 응! 우리 커플 머리띠하고 다니자~ "

" 좋지, 내가 사올게. "

 

뒷모습마저도 어쩜 저렇게 믿음직스러울까?

 

" 여기, 머리띠하고.. 풍선도 사왔어. "

 

" 응? 풍-선? 어디? "

 

꺄아아아악!!

 

 

" 아악! "

 

온 몸이 땀으로 젖어있다, 미선은 그제서야 깨닫는다.

집이구나.. 꿈을 꿨구나.

 

미선의 옆에선 미선의 남편이 일어나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는다.

 

" 또.. 꿈 꿨어? 여보.. "

 

" 으, 응.. 미안.. 놀랐지.. 나 때문에. "

 

" 난 괜찮은데, 뱃속에 우리 애기가 놀라면 어떡해~.. 엄마- 무서워요- 하겠다. 그지- 울 아가.. "

 

미선은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사랑스럽게 고개를 갖다대는 남편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그래, 아기를 위해서.. 안정을 취해야 해..'

 

하지만 미선은 그러면서도 꿈 속에서 본, 이미 몇 번이고, 몇 년이고 꿈 속에서 나타나 온

악몽같은 그 모습을 머릿 속에서 떨쳐낼 수가 없다. 아직도 심장이 쿵쾅거린다.

꿈 속에서 남편이 들고온 풍선..

그건, 자신이 강가에 버린 첫 아이의 익사체..

퉁퉁 불어서 풍선처럼 부풀어오른, 털 몇 가닥이 겨우 붙어있는 시체였다.

남편은 아무 것도 모르는 얼굴로 그것의 탯줄을 풍선줄처럼 들고선 자신에게 건네오는 것이다.

 

그와 비슷한 꿈을 몇 년씩이나 꿔오고,

그때마다 이렇게 혼비백산하면서 깨어나는 것이다.

 

' 잊자.. 잊어야 해.. 그땐, 어쩔 수 없었어.. 떠나간 아이는 다시 돌아오진 않아..

지금의 행복만 생각하자. 뱃속의 이 아이만을 생각하자.. '

 

 

미선은 하루 하루를 지옥 속에 살아간다.

남편은 아무 걱정하지말고 태교에만 집중하라고 하지만 이미 포기한 얼굴이다.

시부모님도, 친정 식구들도 자신을 괴물보듯이 바라본다.

 

임신 기간이 이미 15개월을 넘어섰는데도.. 아이는 태어나지 않는다.

미선은 매일 꿈을 꾼다.

자신의 뱃속에 있는 아이..

아니, 그것은 이미..

풍선..








[환상괴담 괴담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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