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 비화

달달써니 2013.07.16 04:5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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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정말로 있던 무서운 무명 2007/11/06 (火) 20:36:17 ID : RoZI7CVm0


아직 상경한 후 학생이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 날은 여름방학인 데다가 아르바이트도 쉬는 날이어서 낮까지 자고 있었는데,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뭔가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는 것. 


누나 친구의 당시의 남자친구가 심령스포트 순회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이미 몇번이나 굿을 받기도 했다는데, 뉘우침도 없이 또 그런 장소에 갔던 모양이었습니다.


아래부터 누나의 친구를 A, 그 남자친구를 B라고 하도록 하겠습니다.


A는 B의 방에 자주 놀러가는데, 어느날 갑자기 B가 "뭔가 오르골 소리가 나지 않아?"라고 말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장난치는거라고 생각한 A는 "그런 소리 안나! 그만해-"라고 말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계속 심각하게 "아냐. 소리 나. 진짜로"라고 말하며 초조해하기에 방안을 한번 뒤져봤지만, 결국 소리가 나는 물건은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A는 기분이 나빠져서 "기분탓이야"라고 말하고 자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B가 "그래도 계속 오르골 소리가 들려"라고 이야기해서 A는 B를 어떻게든 진정시키고 잤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A가 화장실이 가고싶어져서 화장실에 갔는데, 창문에 얼굴을 찰싹 붙인 여자의 형상이 있었다고 합니다. 순간, B가 A의 손을 잡았다고 합니다. 분명 무서워서 잡은거라고 생각했는데, A의 손을 잡고있던 또 다른 손이 B의 손이 아니라는 것에 참을 수가 없어서, A는 B의 집을 뛰쳐나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누나에게 전화를(우리 집은 이런 일이 많기 때문에), 누나는 어머니에게 연락을 하고 그 날은 아침까지 A와 함께 데니스(역주 : 미국의 레스토랑 체인점)에서 보냈다고 합니다.

아침이 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는 아무도 없는 방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던 모양입니다만, 랩하는 것처럼 중얼거리는 소리가 방안에서 났다고 합니다.


거기서 나에게 전화를 해 온 것입니다만, 그 이야기가 끝날 무렵에 전화 저쪽에서 "꺄하하하하하하하"라고 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머니도 들렸던 모양인데 "전화같은걸로 이 이야기를 하지 않는 편이 나았을껄. 이번에는 네가 있는 곳에 갈 수도 있는데.."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시작이었습니다.




211 정말로 있던 무서운 무명 2007/11/06 (火) 21:56:19 ID : RoZI7CVm0


그 전화가 있고나서, 집에 혼자있을 때는 중얼거리는 소리가 나고, 가위눌림도 매일 밤마다, 그 여자의 웃음소리가 끝없이 들려왔습니다. 옆으로 잘 때, 여자의 손이 달라붙어 있던 적도 있었습니다. 가위눌림같은건 솔직히 지금까지 많이 있었어서, 지금까지는 복근에 힘을 넣으면 간단히 풀렸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것도 효과가 없습니다. '꽤 강한 놈이 와버렸어...'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어서, 정신적으로도 이상해져 있었습니다. 노이로제같은 것이 아니라, 이른바 홀린 상태였습니다.


부모님에게 전화가 걸려와도 받지 않고, 집에 찾아오셔도 집에 없는 척 했습니다. 전혀 만날 생각이 없었습니다. 학교도 가지 않고, 한 걸음도 집에서 나오지 않고, 무엇에 대해서든 비관적으로 생각하게 되어버려서, 자살충동까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매일 괴로운 상태, 침대에 계속 누워 '어떻게 죽을까'라는 생각만 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냉정하게 또 그런 것과 투쟁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있었습니다(이상한 이야기지만, 이 때는 또 다른 자신이 몸 속에 있는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홀린거야'라고 자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와서 생각하면, '악령에 씌여서 죽는다'는 것은 이런 식의 느낌이 반복되다가 지쳐서 자살해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신과에 가면, 우울증이라고 확실히 진단받겠죠.


그날도 매일처럼 가위눌림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른쪽 귀에서는 언제나와 같이 여자가 크게 웃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왼쪽 귀에서는 평소와는 다르게 남성보다 더 낮은 목소리로 염불을 외우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순간 가위눌림이 풀렸습니다. 깨보니 밖은 이미 아침이라 밝았습니다만, 너무나도 지쳐있었기 때문에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꿈을 꾸었습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나왔습니다. 거기는 바다로, 굉장히 조용한 곳이었습니다. 바다와 모래와 하늘이 펼쳐져 있었습니다만, 강렬한 파랑같은 색이 아니라 희미한 잿빛같은 색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 바다에서 할머니는 생전에 만나러 갔을 때와 같이 "잘왔다"라고 하면서 저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할머니의 웃는 얼굴은 여전히 밝았습니다.

깨어났을 때,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할머니의 무덤에 가봐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219 정말로 있던 무서운 무명 2007/11/06 (火) 22:09:06 ID : RoZI7CVm0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부랴부랴 집을 나와서 할머니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할머니의 무덤은 일본에서도 유명한 큰 절 안에 있었기 때문에 성묘하고 나서 절 산책도 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가기는 싫었지만 이럴 때 본가에 기대는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본가로 갔습니다.


어머니는 저를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너는 그런 영향을 받기 쉬운 체질인가보다-'라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지금은 많이 강해졌습니다만). 많은 이야기를 나눈 후에 저는 본가로 돌아갈 결심을 했습니다. 대학은 그 때 이미 너무 많은 날을 나가지 않아서 퇴학처리가 되어있었습니다. 


현재 내 인생에서 그 때가 가장 어두운 시기였으며, 잃은 것은 많지만(대학 퇴학으로 인해 다른 친구도 몇몇 잃었습니다), 그래도 그 때 충동에 지지 않고, 자살을 하지 않고 끝난 만큼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때는 소중한 생명을 돌아가신 할머니가 지켜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지켜봐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이야기는 이상입니다.




* 번역자 : 구운바나나

* 출처 : 구운바나나의 공포게시판(http://bakedbanana.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