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고단한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
오늘도 거래처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심난하다.
집에 가서 가족들과 함께 주말을 보내면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지만.. 가족들은 미국에 있다.
나는 기러기 아빠다.
복잡한 기분에, 그냥 무작정 길을 걸었다.
걸으면서 문득 옆을 보니, 노인이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남자 앞에 있는 책상에는 점이라는 종이가 붙여져 있었다.
아무래도 점쟁이인 듯 했다.
평소같았으면, 무슨 점이냐며 혀를 찼겠지만,
왠지 오늘은 호기심이 생겼다.
그대로 이끌리듯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
"음, 저 말고 형 운세를 봐주실래요?"
점쟁이는 형의 이름과 나이를 물어봤다.
나는 사실 형이없다.
단지 심난한 마음에 점쟁이에게 대신 화풀이할 생각에,
내 이름과, 5년후의 나이를 불러줬다.
"**씨? 음……."
점쟁이는 점을 치기 시작했는데, 이상하게 안색이 좋지 않았다.
책상에 쌓아둔 책을 닥치는 대로 뒤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점쟁이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물었다.
"저, 굉장히 실례인 줄은 알지만.. **씨 건강하시죠?"
"네, 건강하죠. 너무 건강해서 탈이죠."
그러자 점쟁이는 형에게 몸을 소중히 하라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점쟁이의 태도에서 이상함을 느껴 도대체 왜그러느냐 물었더니,
점쟁이가 머뭇거리며 대답해주었다.
"음, 당신의 형은……. 운세대로라면 5년 전 오늘, 죽을 운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