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

Yeul 2012.01.13 00:57:22
어느 할아버지가 큰 병을 앓고 일 년 이상 병원에서 지냈다. 퇴원하게 되었을 무렵, 병은 치유되었지만 후유증으로 청각을 거의 상실했다.

하지만 이전보다 시각, 후각, 미각, 촉각이 예민해졌다고 생각되어 잃어버린 오감을 다른 감각들이 보충하는 거구나 라고 감탄했다. 그렇기에 보청기를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뒤. 요양을 위해 동네를 산책하고 있던 할아버지는 옆집 할머니가 마당의 꽃을 보고 있는 걸 봤다. 길었던 입원으로 오랜만에 본 옆집 할머니의 모습은 할아버지에게 즐거움이 되었고, 문득 그녀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는 바로 집으로 가 아들에게 보청기를 사달라고 했다.
아들은 그 날 저녁 바로 보청기를 사다주었다.
보청기를 끼자 안방에서 대화하고 있는 아들 부부의 대화까지 들을 수 있었다.

"여보. 우리 아버님은 건강하셔서 다행이에요."
"그러게 말이야. 옆집 할머니는 오늘이 돌아가신지 일 년 되는 날이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