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에서 생겼던 일 - 3 여름편

디어싸이드 2012.09.15 15:01:29

"보여.. "

"보여.? 그게? 귀신이..?"

"응.."

"허.. 어딨는데. 지금도 있냐?"

"지금은.."

 

지금은 없다는 녀석의 말에 순간 안도를 해버린 저였습니다.

 

"지금은 발밖에 안보여. 우리쪽으로 서있어.. 모르겠지.? 정확히는 형을 보고 있는거야. 난 눈을 안보여 주니까.. 난 모를꺼야."

 

소름이 끼치는데 까지 몇초가 필요했습니다. 뇌가 이해하기까지 몇초나 필요했을 정도였고 제 눈은 발이 있을 위치로 향했지요.

아무것도 없었는데.. 공포가 확 밀려왔습니다.

 

"이.. 이게 이 욕나오게 하네. 야 그만 가자. 무서운 이야기도 정도껏이어야지. 이게 밤잠 설치게 하려고 작정을 했네."

"응. 그래."

 

녀석은 고개를 숙인채 걸어갔습니다. 마치 자기 길을 그대로 따라오라는 듯이 보였지요.

그래서, 저도 일부러는 아니지만 그 뒤를 따라 갔습니다. 계속 등이 이상하고 누군가 보고 있는거 같고 해서 자연히 녀석의 어깨만

바라보며 걷게 되었지요. 그렇게 걷다보니 금방 고시원에 도착했습니다. 입구에서 그 녀석이 말했습니다.

 

"형.. 저 길에 보면 약수터 있잖아. 저거. 거기부터야. 거기부터 전나무 앞까지가 귀신들이 돌아다니는 길이야. 그러니까 벚나무 까지만

무사히 가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게 쉬워."

"야.. 너.. 괜찮냐?"

"응.. 나야 뭐.. 난 피하는 법을 아니까. 형 밤에 돌아댕기지 마. 자꾸 접촉하면 형도 느끼게 되고.. 향을 맡게 되는 순간 형은 귀신을 보게되."

"아.. 아니 내 말은.."

"들어갈께."

 

녀석은 그렇게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얼핏보니 그때 총무실에서 복도로 이어지는 통로 커브에 있는 쓰레기통에 뭔가를 버리는 듯 했고

전 담배한대 더 피우곤 들어가며 그 쓰레기통을 열어보았지요.

그 안엔 빵과 우유가 들어있었습니다. "이 sㅐ끼가.." 라고 궁시렁 거리며 그날 밤 무서움 속에서 잠이 들었지요.

 

다음 날. 아침이 되니 무서운 것도 까맣게 잊고는 전날 못산 치약이었나 샴푸였나 여하튼 뭔가를 사러 가게로 갔습니다.

주위에 약수뜨러 온 사람도 많고 근처에 작은 창고를 짓고 있는 곳에서는 사람들 망치질 소리도 들리고 해서 무섭지도 않았지요.

그런데..

 

"야.. 너 뭐야. 알고 있었지. 그 할머니 돌아가신거.. 그치. 맞지 이 sㅐ끼야."

 

그랬습니다. 그 가게에는 3일장을 치루고 온 손녀가 와있었습니다. 갑작스레 심장마비로 쓰러지셨다면서요. 뭔가 무서운 걸 본듯한

표정으로 쓰러지는걸 그 할머니 가게에 마실 나왔다가  돌아가려던 할머니 두분이 잡았다더군요. 손가락으로 뭔가를 가르키면서

"사.."

라고 외치시곤 절명하셨다더군요. 물론 이 이야기를 그 손녀가 해줄 리가 있나요. 나중에 그 할머니들 중 한분이 얘기했다고 하네요.

그게 고시원까지 흘러들어왔었고요.

 

"몰랐었어.. 형.. 난 밤에 안다닐려고 일부러 학교에서 올때 근처에서 필요한 걸 미리 사온단말야.

형.. 내가 알았으면 어제 빵사러 갔겠어? 내가 아무리 귀신을 보고 느끼고 맡아도 그건 막상 근처에 가까이 가지 않는 이상은 안된단 말야.

그래서. 그랬잖아. 돌아가자고.. 그냥 가자고.."

"야 너 그럼 그때 왜 아무말도 안했었어. 그 할머니가 귀신이라고 말야. 가게근처에선 그랬다 쳐. 돌아오면서 왜 안했어. 엉?"

"그 할머니가 따라왔으니까.."

"뭐.. 뭐?"

 

순간 뒷통수를 쳐맞은 듯한 느낌이었지요.

 

"나쁜 마음으로 따라온게 아니었어. 내가 있는 줄 몰랐으니까.. 형이 빵봉지를 줬을 때 내가 있다는 걸 느꼈겠지만

난 보이지 않았을 거야. 그리고.. 귀신들은 단순해져. 내가 안보이니까 그냥 형이 걱정되서 뒤에서 따라와 준거야. 나도.. 몰랐어.

어제 얘기 나눈 곳 있지. 거기서 형이 고양이가 냄새 어쩌구 그랬을 때 내가 소릴 질렀잖아. 그때 형을 보니까 그 뒤에 그 할머니가 있었어.

무서웠는데.. 그 할머니는 괜찮은 거 같았어. 주위를 돌아보면서 혀를 차시더라고.. 여긴 안좋은 데.. 여긴 안좋은 데.. 이러시면서..

동생한테 다녀와야겠네. 하시더니 산소로 가시더라고. 그 산소들에 있는 딱 하나있는 귀신은 바로 그 할머니 동생이시니까.

그 할머니 동생분 너무 무섭게 생기셨어. 전쟁때 안터진 불발탄이 터져서 이십여년 전에 죽으셨거든.

그 귀신이 어제 우리 앞에 나타난 귀신이었어. 잡귀나 동물들로부터 우릴 도와주려고 한 분인데 난 그 분 보기가 겁나. 너무 무섭게 생겨서."

 

녀석이 울기 시작했어요. 훤칠하고 핸섬한 녀석이 훌쩍대기 시작했습니다.

전 왜그런지 모르게 화가 미쳐버릴 정도로 나있었어요. 왜 그렇게 열받아했는지..

잘못된 곳에 발을 들이밀어버린 느낌이랄까요. 장난이면 죽일뻔했지요. 그런데 그게 장난이 아니라 진실로 느껴졌으니 제가 죽겠습디다.

그런데, 여기서 녀석이 말을 잘못한 건지 잘못전달한건지 진실을 말한건지 모르지만 이렇게 말했습니다.

훌쩍거리며..

 

"형.."

"왜.. sㅐ끼야."

"형.. 나 아는채 하지마. 형.. 재수가 없어."

"뭐?"

"형 재수가 정말 더럽게 없다고.. 형 미칠거야. 어서 여길 떠나라 형."

 

그거 아시죠? 갑자기 머리가 빡 하고 터져버리는거. 귀여워해준 녀석이 갑자기 들이대면 열받지요?

진짜 고시원사람들이 다 뜯어말릴 정도로 피투성이를 만들어놨습니다. 팔에서 투둑 소리가 날정도였으니 뼈가 부서졌지요.

뭐가 그리도 화가 났던 건지.. 그 말은 어떻게 이해를 하던 다 되는 말이었습니다.

자기와 친하면 나에게 재수가 없을 거라던가. 내 재수가 정말 위험천만할 정도로 없으니 이 흑의 고시원을 떠나라는 소리였을지도 몰라요.

아니 그게 맞을 겁니다. 그런데 당시 저는 가뜩이나 귀신을 봤던 것에 대해 분노를 하고 있던 상황이었고 거기서 제 뇌가 제 멋대로 해석을

한 것이겠지요. -_- 정말로 재수 없다고 말한 건 아닐거에요..

 

그렇게 한참 두들겨패곤 말했습니다.

 

"야.. 뒤지기 싫으면 니가 여기서 꺼져. 신고해보던가. 이 xxx야."

 

그 후.. 그 아이는 병원에서 퇴원 후 고시원을 나갔습니다.

한동안은 정말 신고하면 어케하지.. 등등의 고민을 하면서 몇일을 지냈습니다.

 

그와중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윤총무의 경우 어느방인지 자꾸 밥을 태우는 냄새가 나서 갑자기 모든 건물의

방안을 샅샅히 검사했습니다. 고시원 방안에서는 취사가 금지였거든요. 한 삼사일 밥 태우는 냄새에 노이로제가 걸려

원장님께 소리를 치고는 고시원을 나갔습니다. "총무말을 말같이 안듣는 sㅔ끼때문에 돌아버리겠어요."

뭔 그딴 일로 나가는건지 원; 같이 공부하던 여자애 둘은 방학 앞두고 학교에서 높은 위치의 선생님께 담배피다 걸려 정학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저만 남았더군요. 물론 다른 애들과 다른 고시생들은 많았지만..

 

이런 저런 일들속에서 그 일은 금방 잊게 되고 그렇게 몇주가 지나 가을편에 나온 그 실화를 또 겪게 됩니다.

 

녀석은 제게 일어날 일을 알고 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정말 제가 재수없이 보여서 일까요.

후자라면 오히려 좋습니다. 제게 일어날 일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싫으니까요.

한참 지난 후 생각해보았습니다. 고시원을 떠난게 잘한 일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게 정말이던 아니던 그 고시원은 제게 좋은 추억을 모두 삼켜버릴 만큼의 흑의 역사를 제게 심어준 곳이니까요.

 

 

한 3년전인가?

들려오는 소식에 그녀석 경찰 되었답디다. 강력반이네 사이버수사대네 뭐 이런 저런 소리가 들려옵니다.

 

지금은 모르겠네요. 그녀석이 뭘 하는지는.. 하지만, 그 녀석은 어딘가에서 우리를 위해 일을 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만약 호응이.. 생각보다 좋으면(두세분만 좋다고 말해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신.. 쿨럭)

 

제가 겪은 일들을 자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님.. 말고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