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 계단 괴담

달달써니 2013.04.21 04: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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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괴담]이라는 것을 들어본 적 있는가? 인터넷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는 걸 보아 아마 우리동네에서만 유행하는 것 같지만, 그 [계단괴담]에 관련해서 내가 경험한 무서운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내가 [계단괴담]에 대해 처음 알게 된건 6학년 때였다.

나는 5학년때문터 친하게 지내던 A, B, C 이렇게 넷이 항상 뭉쳐다녔는데 반에서 꽤나 시끄러운 축에 속했다.

우리 넷 다 실험적인 면이 있어서 비밀기지를 만들거나, 심령관련으로는 콧쿠리상부터 시작해서 근처 무덤가에 담력훈련을 가는 일도 잦았다. 


[계단괴담]은 언제부터랄것 없이 시작되어 학교 내에서 화제가 되고 있었다.

그냥 지나칠수 없었던 우리 4인방도 디데이를 정했다.




[계단괴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학교 계단 맨 윗층의 옥상으로 통하는 문이 있는 그 앞 층계참에 앉아서, 옥상에 이르기까지의 층수의 갯수만큼 순서대로 돌아가며 괴담을 이야기 하는 것.


괴담 하나당 '무엇인가' 가 한층씩 올라온다. 그 '무엇인가' 가 우리들이 앉아있는 층계참까지 다 올라오면 기괴한 일이 벌어진다는 게 이 괴담의 내용이다.

* 도중에 멈춰서는 안된다.

* '무엇인가'가 다 올라올 때까지 계단 아래를 보아서는 안된다.


그 밖의 룰도 많았지만 대충 중요한 토대는 이랬다. 딱 백물어(百物語)와 콧쿠리상(コックリさん)을 섞어놓은 내용이었다.




멤버는 우리 4인방에 같은반 여자아이 D를 포함하여 총 5명이서 실행하기로 했다.

[계단 괴담]은 큰 화제였기때문에 선생님들 귀에도 들어갔고 학교에서 강력히 금지 했기 때문에 우리는 디데이를 일요일로 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이윽고 일요일이 되어 우리는 각자 서너개씩 괴담을 준비해서 학교에 모였다.

여자 앞이라 멋져보이고 싶었던 나는 나머지 아이들을 겁주기 위해 무서운 책을 탈탈 뒤져가며 괴담을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5명이서 옥상의 층계참까지 올라가며 충수를 세었다. 총 12층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여유 만만이었다. 홍일점인 D쨩도 의외로 담력이 세서 전혀 겁먹은 모습이 없었다.



먼지투성이의 층계참에서 원을 그리고 둘러 앉아 놀이를 시작할 준비를 했다.

내가 앉은 곳은 계단을 등지고 바로 앞이었다. 사실은 그 자리가 싫었지만 D쨩 앞에서 멋져보이고 싶어서 잠자코 있었다.

이렇게 우리의 [계단괴담]은 시작되었다.





괴담은 A, B, C, 나, D쨩의 순서로 차례로 이야기했다.

나를 포함해서 준비해온 괴담들은 각각 나름대로 오싹해서 한명씩 차례가 돌았을 즈음 등줄기에 식은땀이 났다. 몇몇은 의욕을 살짝 잃은 것 같았고 D쨩은 불안한 얼굴이었다.


주말의 학교는 기분 탓일지 몰라도 조금 어둡다. 으스스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들은 [계단 괴담]의 두바퀴 째 괴담을 시작했다.

A의 이야기가 끝났다. 법칙대로라면 그 '무엇인가'는 6층에 올라왔을 것이다.

이제 반 남았다. 

그때.






삐걱.......... 





밑에서 소리가 들렸다.

우리들은 부지불식간에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 누구도 잘못 들은 거라는 말은 감히 하지 못했다.

나는 집에 가고싶었다. 

아마 나머지 친구들도 그랬겠지.


하지만 도중에 멈춰서는 안된다 는 법칙이 있었다. 이대로 그만두면 무슨일이 벌어질지 알수가 없었다.



B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갑자기 공기가 바뀌었다.

무겁고 갑갑한, 갇혀있는 것만 같은 공기.

진짜 위험할지도 몰라......

모두의 얼굴에서 느낄수 있었다.

B의 이야기가 끝났다.







.......삐걱........ 





나의 등뒤에서 또 소리가 들렸다.

앞으로 다섯 층.

다 올라오면 무슨 일이 생기는 걸까?

우리들은 겁에 질려있었다. 

D쨩은 거의 반쯤 울고있었다.




C의 괴담이 끝났다.







.......삐걱.......



기분 탓이 아니었다.

뒤에서 들리는 확연한 소리.

뒷편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내 맞은 편에 앉은 A는 필사적으로 얼굴을 돌리고 있다.

벌써부터 힐끗 보이는 '무엇인가'를 보지 않기위해 안간힘을 쓰는 거겠지. 




 

다음 차례는 나다.

나는 힘을 쥐어짜내서 준비해온 괴담을 시작했다.

그 순간. 

 





"너어네드을~ 내 소리 들었지이이~?"






바로 등 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도 모르게 숨이 멈췄다. 

누군가 조그맣게 비명을 질렀다.

옆에 앉은 D쨩이 오열하기 시작했다.

잠시동안 정적이 흘렀다.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확신이 잘 서지 않았다.

지속할 수 밖에 없어.

도중에 그만둬서는 안된다는 조항이 있다는 것 이외에는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몇번이고 중간에 멈추고 막히던 나의 괴담도 이윽고 끝났다.






.......끼익.................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계단을 오르는 소리와 함께, 어디서인지 모를 커다란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뒤에서 여자가 바닥을 탁탁 치는 소리가 났다.

우리는 모두 울고있었다.





다음 차례인 D쨩이 중간중간 막히고 목이 메여가며 짧은 괴담을 이야기 하는데 10분이 걸렸다.

이제 더이상 누구도 괴담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삐걱.........







"앞으로 이층남았네?"

그 여자였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땀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바로 지척까지 와있다는 게 느껴졌다.

여자가 계단을 올라오며 옷이 스치는 소리마져 들리는 것 같았다.





A가 이야기를시작했다.


"우리 이제 그만하자!!!"

별안간 C가 외쳤다.


"하지만 중간에 그만두면 안된다는 규칙이 있잖아....."

A는 주춤 주춤 말했다. 


"그렇지....안되는거지.....미안해......


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미미미미미미미미안미미미미미미미미미미미미미안미미미미미미미미안"


C는 고장난 것 처럼 미안 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눈에는 촛점이 흐릿했다.

하지만 C를 신경써줄 여유는 없었다.

D는 눈을 감고 귀를 틀어막고는, A의 괴담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고장난 라디오처럼 미안 두글자를 반복하고 있는 C를 를 배경음 삼은 A의 괴담이 끝났다.






........삐걱.............




"이제 한층 남았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제 단 한층.

모두가 이 상황이 끝나기 만을 빌었다.

마지막 타자인 B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영원처럼 느껴지던 B의 이야기가 끝이났다.





그리고 내 오른쪽에 그것이 도착했음을 알았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었다. 

C도 어느새인가 잠잠해져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그러자 갑자기 갑갑했던 공기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의아함에 조심스레 귀를 막던 손을 내리고 고개를 들었다.






"재밌었어?"





그 여자는 어느새인가 우리들이 둘러앉은 원 중앙에 서 있었다.

바로 눈 앞에 그녀의 얼굴이 바싹 가까이 있었다.

바랜 꽃무늬 원피스에서 뻗은 팔, 슬쩍 들여다보이는 다리, 

그리고 정상보다 두배는 커보이는 얼굴.

빼곡히 둘러싼 수많은 얼굴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얼굴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들은 모두 일어나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C도 어느새인가 정신을 차린 듯 했다.


"무서웠어....저건 진짜 위험했어."


운동장까지 도망나온 우리는 엉엉 울면서 잠시 멈춰 섰다.

그때,


"저기봐!!"


D쨩이 옥상을 손으로 가리켰다.

옥상에는 그 여자가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우리는 다시금 달아났다.





이 날 이후로 그 여자를 본 적은 없다.

이 경험담은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았고 그날 멤버들 만의 기억으로 남았다.

우리 외에도 [계단 괴담]에 도전한 아이들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그렇게 사건의 막은 내렸고 이 [계단 괴담]의 진상은 밝혀지지 않은 채로 오늘에 이르렀다.

아무리 인터넷에서 찾아보아도 이 놀이를 아는 사람이 없어서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혹시 있을까 해서 이 글을 올리게 되었다.








비비스케 http://vivian9128.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