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먹자골목

달달써니 2013.04.25 00: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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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먹자골목의 깊숙한 한편에는 먹자골목이라는 유명세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식당이 하나있다.


신기하게도 찾아가면 생각보다 자리는 어느정도 차있다.


그 사이를 비집고 안쪽에 들어가 나는 국밥을 한그릇 주문했다.




"잠깐 기다려요."

"네."


아줌마는 주문을 받고는 앞치마에 손을 쓱하고 닦더니 주방으로 들어갔다.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손은 분주하지만 얼굴은 하나같이 굳어있다.

저러면 음식이 코로 넘어가는 느낌이 아닐까.


표현하자면 마치 기계의 움직임처럼 유동적인 느낌이 부족하다.




"계산이요."


잠시뒤 음식을 다먹은 사람 한명이 주머니에서 꾸깃한 지폐 몇 장을 아주머니에게

내밀었다.




"4500원이요."


남자는 마저 백원짜리 다섯개를 지폐 네장과 함께 계산대에 올려놓고는 사라졌다.

아주머니는 돈을 앞치마 안에 집어넣고는 도로 주방에 들어가 내가 주문한 음식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감사합니다."


나는 수저를 들어 국밥을 한숟갈 떠먹었다.


따뜻한 국물이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게 느껴졌다.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음식을 먹었다.


아까와 같이 말없이 음식을 먹는 사람들.

문득 나도 그 사람들과 동일시 되고 있었지만 신경쓰질 않았다.


습기에 누래진 벽면과 갈라진 시멘트 바닥은 이 가게가 나름대로 오랜 역사를 지녔다는 것을

알려줬다.


하지만 근래에 몇 차례 이곳에서 밥을 먹으며 단골이라던가 그 비슷한 사람을 본적이 없었다.


기계적으로 먹은지 몇분이 되었을까, 내 그릇은 어느새 비어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마에요?"

"3000원."


나는 아까 남자처럼 주머니에서 꾸깃한 지폐를 꺼내들었다.

새파란 천원짜리 세장. 그것을 아주머니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으려 했다.


그러나 곧바로 돈을 계산대 위에 올려두었다.


아주머니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평소 습관처럼 손을 앞치마에 쓱하고 닦더니

계산대에 놓인 돈을 가지고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왜 새빨간 앞치마에 검붉은 얼룩이 묻어있는지 어느정도의 눈치로 알 수 있었다.







며칠 뒤의 일이다.


비오는 날의 가게는 더더욱 음산하다.

마치 한맺힌 처녀귀신이 있는 것처럼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적인 무언가가

흘러나온다.


나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 아무데나 자리를 잡고서 아주머니가 주문을 받기를 기다렸다.


평소와 별달리 다를것은 없었다.



손님이 한명도 없단것만 빼면.



사실 의식하지 않으려 했지만 내가 올때마다 이곳의 손님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사람들이었다.


그냥 나와 일과가 비슷하겠거니 했지만 한번쯤은 의심을 가져볼만도 했다.


하지만 가게에서 흐르는 무언의 분위기가 그런 의심을 사라지게끔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분위기가 없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주머니를 찾았다.



분명 가게는 열려있지만 주방은 조용하다.

항상있던 손님마저 없다.



나는 주방을 둘러보다가 문 하나가 굳게 닫히려다 만 것을 발견했다.


미세하게 지하실 공기가 이쪽으로 새어나왔다.

눈만을 그 틈새로 가져다대 안을 살폈다.


조용하다.



나는 문을 슬그머니 열어보았다.


분명한 범법행위지만 들키지 않는다면 합법이다.


열린 문 안에는 계단이 있었다.

가게 내부 바닥처럼 시멘트로 이루어진 계단.


다른게 있다면 바닥보다도 더 심한 균열이 나타나 있다.


나는 말라 비틀어진 계단을 내려갔다.

내려갈수록 내부의 공기는 더 침체되 호흡을 가로막았다.


계단의 끝에는 문이 하나 더 있었다.

위의 문 보다는 조금 더 큰 문.


이때쯤되면 뭔가 위험한 감각이 날카롭게 곤두서기 마련이다.

하지만 호기심을 앞지르진 않는다.


나는 문의 손잡이에 손을 얹고는 약간 힘을 주어 빡빡한 문고리를 내렸다.


그러자 끼긱하는 소리와 함께 문고리가 내려갔다.




판도라가 상자를 열듯이 호기심은 극에 달해 있었다.

원체 오지랖이 넓은 성격 때문일까?
이 문을 열면 나를 기막히게 할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문을 여는 순간.
둔탁한 무언가가 내 뒤통수를 강타했다.






━-·





"으으.."

화끈거리는 통증에 겨우 눈을 뜨지만 흐릿한 시야가 제대로 돌아오질 않는다.

통증을 무릅쓰고 고개를 조금 들어 주위를 살펴봤다.



"아아.."

나를 기막히게 할 무언가.

있었다.



"총각.. 너무 궁금증이 많아도 안되는거야."

왜 그간 오던 손님들이 항상 똑같은 자세로 이곳을 지켜왔는지
그들에게 단골이란 의미가 없었다.

항상 같은 사람들만이 모였으니까.


내가 가게에 찾아와 밥을 먹을때마다 있던 사람들이 동그랗게 나를 둘러싸고
앉아있었다.


무슨 의식을 치루듯이 괴기스런 장소의 한가운데에 누워있자니
몸이 덜덜 떨려왔다.



"이게 무슨.."
"글쎄.. 말하면 총각이 알아들을까.."

할아버지 한분이 뒷짐을 진채로 일어나더니 그들 뒤의 검은 천막을 천천히
옆으로 치우기 시작했다.



"말 보다는 직접 보여주는게 현실적이지."

천막이 옆으로 사라질수록 또 다른 사물의 실루엣이 잡힌다.





"씨발.."


이게 뭐지?


잘못된 실험으로 탄생한 결과물? 환경 오염의 폐해? 아니면 미친 종교집단이 소환해낸
또 다른 차원의 생물?


뭐가 됬든지 입을 떡벌어지게 하는 짐승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래서 말했잖나. 직접 보는게 현실적일 거라고."




그들은 나를 보며 혀를 끌끌찼다.




"그래서 어쩔껀가."
"네?"
"아니 총각말고."


할아버지는 내 왼편에 앉아있던 식당 주인 아줌마에게 말했다.



"이 총각으로 하자고?"


하다니? 뭘?


"외부인이잖아요."
"그럼 이대로 돌려보내려고?"
"…."

그들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다.

물론 그중에 내가 알아들을 만한 발언은 없었다.




"어쩔수 없지 그럼."
"정말로 하시게요?"
"방법이 없잖아 방법이."


할아버지는 내게 다가와 내 양손을 묶었던 줄을 풀어주었다.



"그래 본 소감은 어떤가?"
"네?.."
"정신차려야지. 앞으로 계속 볼텐데."


밧줄을 풀고는 나를 일으켰다.


그러더니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마저 일어났다.




"잘들어 총각. 못알아 들으면 아마 바로 죽일테니 한번에 알아들길 바라네. 응?"


살벌한 말이 내 귀로 들어왔다.
나는 눈에 띄게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며 말했다.



"ㄴ..네.."


할아버지는 나를 끌고는 짐승이 묶여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나는 달아나고 싶었다.




한발짝 다가설때마다 눈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모습이
당장에라도 내 목덜미를 물어 뜯을 기세였다.




"원래 순서란게 있는 법이지만.. 아무래도 이번엔 예외란걸 줘야될 것 같아서 말야."

할어버지는 갑작스레 내 다리를 걷어차 무릎꿇게 만들었다.




"자네는 외부인이니까 앞으로 1년. 1년동안 이 짐승을 돌보게."
"1년이요?"
"그래. 만약 기간을 못채우면 나한테 죽고 채우면 그땐 내가 책임지고 보내주지.
대신 보내준 뒤에는 다시는 여기 발도 들이지마. 알았나?"

할아버지는 내게서 확답을 받아내더니 내 고개를 땅바닥으로 쳐박았다.

나는 억지로 짐승에게 절을 했다.



짐승이 길다란 혀를 내밀어 내 얼굴을 더듬었다.






"어떤식으로 짐승을 돌봐야 하나요?"
"어떤식이든 좋아. 대신 절대로 죽게하면 안되. 절대로."




















충무로 먹자골목의 깊숙한 한편에는 먹자골목이라는 유명세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식당이 하나있다.



신기하게도 찾아가면 생각보다 자리는 어느정도 차있다.









나는 시켰던 음식을 다 먹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마에요?"









아주머니는 뭔가가 묻은 손을 앞치마로 슥 닦더니 내 돈을 받는다.




나도 계산대 위에 놓인 휴지를 조금 뜯어 손을 닦았다.








"잘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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