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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여행중에 배가 고파져서 가까운 돈까스 가게로 들어갔다.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작고 오래된 가게였다.
가게 안쪽 구석의 작은 방에서 주인 가족이 살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 작은 방은 문이 활짝 열려 있고 아이가 벽에 기대앉아 반쯤 등을 보인채 TV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청년이 들어올때 인기척이 들렸을텐데도 아이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몇번 헛기침을 했지만 여전히 아이는 TV만 보고 있었다.
작게 지직거리는 TV 소리만 들리는 묘한 침묵.
기분이 나빠진 청년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가게 부엌에서 부부가 모습을 나타냈다.
남편도 아내도 아무 말 없이 무표정인 상태로 안색이 좋지 않았다.
청년은 그냥 나가버릴까 하다가 기왕 온김에 배나 채우고 가자고 생각했다.
주문한 것은 돈까스.
그런데 의외로 돈까스는 아주 맛있었다.
만족스럽게 식사를 하자 청년의 마음은 금세 풀렸고 언짢았던 기분도 나아졌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설때 주인은 여전히 무표정인 상태로
「내년에도 다시, 아무쪼록」
묘한 인사였다.
뭐, 지역마다 가게마다 특색있는 인사법이 있는 거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돈까스는 진심으로 맛있었기 때문에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다시 오자고 생각하며 여행을 계속했다.
그리고 1년……
근처에 일이 생겨서 이곳을 들르게 된 청년은 작년의 돈까스 가게가 생각나 다시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그 가게는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이상한 걸. 주소도 맞고, 위치도 맞고, 주변의 풍경도 모두 그대로인데」
「설마 1년만에 망해버린 걸까? 그렇게나 맛있는 가게였는데」
터덜터덜 걷다가 주민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그러자 그 노인은
「아아, 그 가게말이지. 그곳은 15년전에 화재로 모두 타버렸어. 가족이 3명이었는데 모두 타죽었지. 아내의 불륜 때문에 남편이 미쳐서 가족을 모두 죽이고……」
설마 그럴리가……
청년이 가게에 들어간 것은 작년.
당황하는 청년의 얼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인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매년 화재가 일어났던 날, 그러니까 가족의 기일에만 그 가게가 다시 열린다…라는 이야기가 있어. 들어갔다는 손님도 여럿 있는 것 같은데….
혹시 자네도 들어갔던 겐가?」
갑자기 몸이 으스스 떨린다.
「내년에도 다시, 아무쪼록」
가게를 나갈 때 주인의 그 인사.
그 말은 내년의 기일에도 다시 와 달라는, 그런 의미였던 것일까.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온 청년은 도서관으로 가서 지난 기사를 뒤져 사고가 일어난 날짜를 확인했다.
예상했던 대로 청년이 작년에 가게에 들어갔던 바로 그 날이었다.
이 이야기를 청년으로부터 들은 친구는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있을라구. 너 정말 돈까스 먹은거야?」
청년은 대답했다.
「정말로 먹었다고! 그렇게 맛있는 돈까스는 처음이었고, 게다가 아이가 보고 있던 TV 애니메이션도 기억하고 있어」
그런데 청년은 잠시 골똘히 생각하고 나서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아이는 목이 없었던 것 같아…」
출처 http://blog.naver.com/keeper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