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 死守り[사수] (죽음을 무릅쓰고 지키다)

달달써니 2013.06.10 03:5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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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5단, 튼튼한 체격으로 흙과 땀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커다란 등짝.

햇빛에 그을린 얼굴. 내가 시시한 짓을 할 때마다 날려버려 거칠어진 손.

솔직하지 않게 깐죽거리기만 하던 나는 그래도 역시 할아범을 좋아했고,

그러니까(내 나름대로) 친밀감을 담아 할아범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내가 지금도 존경해 마지않는 그런 할아범의 밤샘 장례식 이야기.

 

 

5년전 7월의 마지막 무렵.

나의 고향은 지금은 희미해졌다고는 하지만 토착의 독자적인 신앙이 아직 남아 있다.

일반적인 밤샘 장례는 술을 마시며 떠들썩한 느낌(인가? 잘 모르겠지만)

우리 동네의 경우는 꽤 이상해서 사방에 맹장지를 바른 방을 꽉 닫고 부처님(이 때는 할아범)을 중심으로 안치해서

혈연이 있는 남자 4명이 거기에 등을 돌리고 사방으로 둘러 앉는 것.

거기에 더해서 각각 손잡이가 나무로 된 작은 칼 하나만(마을에서 제사용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을 빌린다)을 옆에 둔다.

 

 

그 때 고교생이 된 직후였던 나에게는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지만 그 앉는 역할 「사수(시모리 라고 하는 듯)」를 하도록 외할머니에게 전해 들었다.

「너는 할아버지 젊을 때를 쏙 빼닮았어. 이어진 피는 진해. 너밖에 할 수 없어」라고.

요컨대 악귀를 막는다는 거다. 영혼을 먹히지 않게.

 

 

사수를 함에 있어서 규칙이 있다.

 · 무슨 일이 있어도 뒤를 돌아 봐선 안 된다

 · 누구에게 이름을 불려도 대답해선 안 된다

 · 칼을 칼집에서 끝까지 뽑아내면 안 된다

의 세 가지.

잠자지 않는다든가 하는 것은 당연하고.

사수 이외의 사람들에게도 그 방에는 결코 다가지지 말라든지, 맹장지나 사립문을 열어놓지 말라든지 여러가지 금제가 있는 듯.

까닭은 몰랐지만 존경하고 있던 할아범의 장례식.

한번쯤은 할아범을 위해 훌륭하게 완수하려고 잔에 따른 술을 마신 후 사수에 들어갔다.

할아범의 남동생(작은 외할아버지), 할아범의 아들(외숙부) 2명, 그리고 할아범의 장녀(어머니)의 아들인 나.

내가 앉은 곳은 북동쪽 방위였다.

 

 

방안은 깜깜하고 공기는 싸늘했다. 

향냄새와 맹장지 벽 너머에서 외할머니가 염주를 굴리는 따각따각 소리가 기분 나빴다.

어둠속에서 죽은 사람을 둘러싼 채 새벽까지.

숙부들의 하품이라든지, 옷깃 스치는 소리라든지, 벌레나 개구리 울음소리라든지.

다다미 10조(약 5평)정도의 방, 어두워서 내 손도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어둠속에서 갑자기 눈앞의 맹장지 벽이 "쿵"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깜짝 놀라 얼굴을 들었다. 동시에 내 "바로 등 뒤에서" 스르륵 소리가 났다.

심장이 뛰었다. 뭔가 곤란하다, 곤란해. 결코 뒤돌아 봐서는 안 된다.

숙부들이 숨을 삼키는 기색이 역력하다. 들리고 있는 거야.

아무것도 안보이는데 눈만 크게 뜨고 있었다. 깜박이는 것도 잊고.

불쾌한 땀이 솟아 나오고 숨이 차오른다. 몸이 굳어진 것 처럼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토록 울어대던 벌레소리도, 개구리 소리도 딱 그쳐 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또다시 눈앞의 맹장지벽이 쿵하며 울렸다. 전신에 소름이 끼쳤다.

바로 등 뒤에서는 사수 이외의 "무엇인가" 가 때때로 스르륵 소리를 낸다.

나는 이미 울음이 터질 것 같고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런데도 몸은 옴짝달싹 하지 않고 정말로 오줌을 지릴 것 같았다.

뒤에서는 스르륵 스르륵.

갑자기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생각했다.

 

 

「뽑아라」

 

 

다시 몸이 움찔거린다. 아아, 움직인다.

변함없이 눈은 정면에서 떼지 않고 손으로 더듬어 칼을 잡았다.

한심할 정도로 떨리는 손으로 칼자루를 잡아 심호흡을 하고 반쯤 뽑았다. 결코 모두 뽑아내면 안돼.

 

 

세번째로, 정면의 맹장지벽이 이번에는 안들을래야 안들을 수 없을 정도로 큰 소리를 내며 "쾅!" 하고 울렸다.

떨려서 칼날과 칼집이 부딪쳐 철컥철컥 소리를 내고 있었다.

뒤에서 소리를 낸 그 "무엇인가" 도 사라져 있었다. 끝난 건가.

침착해질 무렵 다시 벌레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날이 새고 외할머니가 사수의 마지막을 고하는 방울을 울렸을 때

나를 포함한 사수 전원은 뒤돌아 볼 기력도 없이 푹 고꾸라져서 그대로 잠들어 버린 모양이다.

얼마 후 외할머니 때문에 일어났다.

「진짜 수고했어. 가져가지 못하고 끝났어. 진짜 수고했어」

외할머니는 울면서 나에게 손을 모아 몇번이고 고개를 숙였다.

 

 

그 때가 되어 처음으로 할아범을 뒤돌아 보니 입이 조금 열려 있고 이불이 약간 벗겨져 있었다.

나중에 들으니 할아범이 죽은 해는 잘 모르겠지만 여러가지로 「곤란한」시기라서

원래대로라면 숙부의 아들(나의 사촌형, 성인)이었겠지만 할아범과 비슷한 내가 북동쪽에 앉는 처지가 된 것 같다.

외증조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에는 아무 일 없이 아침을 맞이했다고 한다.

 

 

…「가져가 버렸다」면 할아범은 어떻게 됐을까.

 

 

 

그 때 들렸던 「뽑아라」하는 목소리.

그 목소리는 나 이외의 사수의 목소리도 그리고 할아범의 목소리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