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의 아틀리에

Yeul 2012.01.05 01:23:08
미술교사를 하고 있는 누나가 아틀리에용으로 방 두 개짜리 오래된 아파트를 빌렸다.

그림 그릴 때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니, 조금 아깝게 생각되었다.
누나한테 간절히 부탁해서 사용하지 않는 다른 방 하나에 자취하기로 했다.
단 누나가 그림을 그리고 있을때는 집중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우거나, 가만히 있는다는 조건이 있었다.
뭐, 그 정도야 다른 방에서 자거나 하면 되니 신경쓰지 않았다.

누나에게 열쇠를 받아 처음으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처음으로 혼자 살게 되어 긴장도 되고 두근두근 기대도 되었다.
돌아가자마자 먼저 현관문을 잠그고 체인을 걸었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책을 읽고 노트북으로 웹서핑을 하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으니 마음이 너무 편하다.

자정이 조금 넘으니 졸음이 쏟아진다.
자기 전에 다시 한 번 문단속을 하고, 가스도 점검해본다.

아마도 새벽 두 시 정도 되었을까.
자고 있는데, 현관문이 열리는 것 같다.
누나가 그림을 그리러 온 것 같다.

이런 늦은 시간까지 노력하는 걸 보니 정말 대단하다. 
그림 그리는 방에서 누나는 혼잣말을 하면서 즐겁게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 
역시 예술가와 이상한 사람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그런 생각하면서 서서히 다시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누나는 없었다.
벌써 출근한 모양이다.
누나의 그림에 대한 정열은 정말 존경스럽다.

출근준비를 하고 현관을 나서는데, 갑자기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 후로 누나의 아틀리에에 발을 디디는 일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