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바위

상어 2012.08.02 14:55:10



제가 중학교 일학년 때 겪었던 일입니다.



울산 범서에는 선바위라는 휴양지가 있습니다.

태화강의 상류로, 큰 바위가 촛대모양으로 오른 선바위와 그 주변의 빼어난 경관덕에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가곤합니다.



어느 여름날, 전 아는 동생의 가족들과 함께 선바위에 놀러가게 되었습니다.

발목까지 오는 얕은 물에서 동생은 위쪽, 저는 아래쪽에 앉아 놀고있었는데,

한참 노는 도중 동생의 신발이 벗겨져 물에 떠내려갔습니다.



둥둥 떠내려가는 신발을 따라가다보니 물은 점점 깊어져갔습니다.

아무래도 물속에서는 걷기가 힘든 것같아서 뭍으로 올라와 신발이 떠내려가는 방향으로 열심히 뛰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신발이 약을 올리는 것 처럼 잡을만 하면 멀어지고, 잡을만 하면 멀어지는겁니다.



한참 그렇게 반복하다, 신발이 떠내려가는 속도가 점점 줄어들더니 어느 한군데에서 빙글빙글 돌기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때다싶었던 전 주저없이 물 속으로 뛰어들었는데, 갑자기 누가 제 허리를 낚아채 뭍으로 들어올렸습니다.

전 다시 신발을 잡아야한다는 생각에 아저씨께 화를내며 물로 뛰어들려고했고, 결국 아저씨는 제 뺨을 치셨습니다.



뺨을 맞고나니 순간 멍했던 정신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저씨께서 말씀하기실, 제가 정신이 나간 것 처럼 물 속에 뛰어들려고 했다고 하셨습니다.

문득 해마다 이 주변에서 사고가 제법난다는 게 생각났습니다.



평소에 전 걸음걸이도 느린편인데다 뭔갈 쫓는 일도 드물었습니다.

신발 역시 비싼 것도 아니고, 이삼천원이면 살 수 있는 싸구려였는데 왜 그렇게 집착했는지...

정신이 들고 슬리퍼가있던 쪽을 쳐다보자, 아깐 자리에서 빙빙 돌던 슬리퍼가 어느샌가 다시 계곡 밑으로 떠내려가고있었습니다.



아저씨께서는 한 번 귀신의 표적이되면 그 이후로도 조심해야한다고 하셨고, 저 또한 그 이후로 선바위 근처에는 가지않습니다.

휴가철 물놀이, 부디 조심해서다녀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