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 프로그램 제작사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번화가에서 행인을 대상으로 하는 깜짝 카메라 프로그램을 찍게 되었습니다.
깜짝 놀라게 하는 방법은 일단 늦은 밤에 인적이 드문 역 벤치에 연기를 맡은 여자를 앉혀두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옆 자리에 누군가 혼자 앉으면, 연기자는 갑자기 [으... 으... 괴로워...] 하고 신음하기 시작합니다.
연기자는 미리 안색이 창백해 보이도록 메이크업을 해둡니다.
만약 옆 자리에 앉은 사람이 [괜찮습니까?] 라고 질문을 하면, 연기자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당신 눈에는 내가 보이나요?] 라고 반문합니다.
한마디로 귀신 흉내를 내는 것입니다.
조금은 뻔한 방법이지만, 역 주변은 상당히 음침한 분위기였기 때문에 효과가 좋았습니다.
놀라서 도망치는 사람, 패닉에 빠져버리는 사람 등 괜찮은 반응을 여럿 찍을 수 있었습니다.
슬슬 시간이 새벽이 되어 우리는 다음 사람까지만 찍고 돌아가기로 하고, 연기자를 준비시키고 카메라를 켠 채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곧 샐러리맨 같은 느낌의 중년 남자가 혼자 역에 들어왔습니다.
잔업이 끝나서 지친 것일까, 그 남자는 심하게 피곤해 보이는 모습으로 벤치에 축 늘어져서 걸터앉았습니다.
그 사이 우리는 계속 약간 떨어진 촬영 장소에서 녹화를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연기자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거만 찍으면 돌아갈건데 저 녀석 뭐하고 있는거야? 졸고 있기라도 한건가?]
나는 투덜대면서 어쩔 수 없이 촬영을 중단하고 역으로 들어가 연기자의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야, 뭐하는거야.]
[네? 왜 그러세요?]
멍하니 나를 바라보는 연기자 앞에 서서, 나는 샐러리맨을 가리켰습니다.
[왜 그러냐니! 사람이 왔으면 연기를 시작해야지!]
[네? 그러니까 아직 아무도 안 왔잖아요.]
[어...?]
나는 뒤돌아서 샐러리맨이 앉아 있던 벤치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 남자는 내가 연기자와 옥신각신하던 사이 일어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는 나를 보며 말했습니다.
[당신 눈에는 내가 보이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