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밤은 비가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우린 목표로 한 심령 스폿 터널 앞에서 잠시 차를 대었다.
영감 따위는 없지만, 분위기는 확실히 기분 나쁘다.
무서운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일까?
우리는 잠시 멈췄다 서서히 터널 안으로 들어섰다.
이런 체험은 처음이었기에, 두근두근거리는 기묘한 느낌이었다.
친구들도 유원지에서 탈 것을 앞에 둔 아이처럼 눈을 빛내고 있다.
그다지 외딴 곳은 아니지만, 다른 차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천천히, 꽤 느린 속도로 나아갔다.
무엇인가가 일어나기를 바라면서.
그렇지만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도 않은 채 터널 반대편으로 나와 버렸다.
터널 벽을 관찰하던 친구들도 딱히 이상한 것을 보지는 못했다고 한다.
결국 [한 번 더 가보자.]라는 제안이 나왔고, 모두가 찬성했다.
나는 차를 터널 구석에서 U턴 했다.
이번에도 아무 일도 없다.
우리는 한가했기에 몇 번 왕복해 보기로 했다.
비가 더욱 강해진 것인지, 빗방울이 차를 두드리는 소리가 더욱 시끄러워졌다.
서너번 정도 왕복했을까, 친구 중 한 명이 [야, 이제 돌아가자.] 라고 말했다.
딱히 이상한 일도 없었기에, 질려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왠지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터널 출구가 보이는 곳에서 일단 차를 세우고 뒤 쪽의 친구를 돌아 보았다.
돌아가자고 말했던 녀석은 어깨를 움츠리고 덜덜 떨고 있다.
[야, 왜 그래? 뭐라도 봤어?] 라고 물었지만,
[빨리 여기서 나가자.]라는 말 뿐이었다.
비는 더욱 심해져 본넷을 두드리는 소리가 귀청을 찢을 듯 했다.
어쨌거나 우리는 터널을 나와 쉴만한 곳을 찾기로 했다.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던 것은 국도변의 패밀리 레스토랑에 도착해서였다.
여름인데도 덜덜 떨고 있던 친구 녀석도 간신히 안정을 찾은 듯 했다.
[야, 이제 괜찮냐? 도대체 왜 그랬던거야?]
[안 들렸냐, 그게?]
친구는 의아하다는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괴음 같은 게 들렸나?
그렇지만 나는 전혀 듣지 못했다.
[나는 잘 모르겠는데... 뭐, 운전도 하고 있었고, 빗소리가 너무 커서...]
[들렸잖아!]
갑자기 그 녀석이 소리를 질러서 깜짝 놀랐다.
심야이다보니 패밀리 레스토랑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아르바이트생이 깜짝 놀라 우리 쪽을 바라본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도 그 녀석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뭐가 들렸다는거야? 제대로 좀 말해봐.]
부끄럽기도 해서 나는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
잠시 무거운 침묵 뒤 친구가 입을 열었다.
[비야, 비. 우리는 계속 터널 안에 있었잖아! 어째서 빗소리가 차 바로 위에서 들리는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