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무렵, 여름방학 숙제로 곤충채집을 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포충망을 들고 야산을 이리저리 떠돌며 돌아다니곤 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정말 대단한 것을 잡았습니다.
몸길이 13.5cm의 풀무치를 잡은 것입니다. (다리길이는 미포함.)
표본으로 학교에 제출했는데,
다음 날 학교에 소문이 퍼져 전시장이었던 과학실은 쉬는시간마다 엄청나게 붐볐습니다.
그러나 화제가 된 것도 잠깐,
그 표본은 이틀만에 철거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모든 학생들에게 이런 내용의 프린트를 나눠주었습니다.
「과학실에 있던 표본 메뚜기는, 풀무치가 아니라 메뚜기 과의 외국계 다른 종의 곤충으로 밝혀졌습니다.
토종 곤충이 아니라 원래 크기가 큰 종류의 곤충이며,
학생 여러분들은 더이상 화제로 삼아 과학실 인근 교실의 수업을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그 후, 부모님과 함께 교장실에 불려가 선생님이 아닌 몇몇 어른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생활지도방침 등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어린 생각에도 그들이 매우「화를 내고 있다」라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나 무심코 당시의 일이 생각나 부모님께 묻자 그 표본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표본 밑에는 이렇게 쓰여있었습니다.
이 름 풀무치
크 기 13.5cm
잡은 장소 미하마 원자력 발전소 녹지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