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여자친구는 질투심이 강합니다.
착한성격이지만, 외로움을 많이 타는 타입이거든요
사귀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부분이었는데, 사귄후론 확실히 그녀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제 핸드폰에 문자가 올 때마다 누가보냈는지 집요하게 묻거나,
주말에는 반드시 자신과 함께해야하며,
부득이한 업무나 약속이있는 경우에는 꼭 몇 분 간격으로 연락을 해야합니다.
그리고 제 모든것을 자신이 관리하고싶어합니다.
또한 자신이외의 여성과 이야기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데, 이는 대상을 불문합니다.
옆집사람과의 형식적인 인사조차도 싫어합니다.
음식점에 가서도 여성점원이 주문을 받을때면 반드시 여자친구가 주문합니다.
사이가 매우 좋았던 아는 누나가 갑자기 연락이 끊긴이유도 여자친구가 괴롭혀서 그렇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이 정도면 상태가 좀 심하다싶어 여자친구 부모님께도 진지하게 말씀드렸었습니다.
여자친구 부모님께서는 “우리 아이가 전 남자친구에게 상처를 많이받았었네, 저래도 자네랑 만난뒤론 많이 자리도 잡혔고...
지금은 좀 이상해보일지 모르지만 우리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조금만 더 믿고 기다려주게나, 더 좋아질거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한마디로 소용이 없었습니다.
경찰인 친구들에게도 상담해봤지만, 연애문제에는 사망피해처럼 확실한 경우가 아니면 크게 도움을 줄 수 없다고했습니다.
저는 마음속에있는 불만을 지울 수 없었고, 여자친구와의 대화도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함께있을 때 마다 미쳐버릴것만 같았습니다.
결국 여자친구 아파트에 찾아가, 최대한 부드럽게 이별을 통보하게되었는데,
그녀의 얼굴이...... 도저히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을정도로 일그러지더니 필사적으로 매달리는겁니다.
목이라도 조를 기세로 두 손을 들어 달려드는데, 너무 무서웠습니다.
저는 너무 두려운나머지 저에게 다가오는 여자친구를 밀쳐냈는데,
여자친구는 일어나더니 부엌으로 향했습니다.
순간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느낀적없던 살기라고할까요?
아무튼 목숨의 위협을 느낀 전 그녀의 집에서 뛰쳐나왔습니다.
안절부절못한 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여자친구가 제 뒤를 바짝 쫓아 나오는겁니다.
급하게 뛰쳐나왔는지 신발도 안신고 맨발에..... 한 손에는 부엌칼을 들고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간 당하겠다싶어서 급히 계단으로 뛰어갔습니다.
구르다시피 계단을 뛰어내려와 1층에 도착하자마자 주차장으로 냅다 뛰었습니다.
필사적으로 뛰고있는 제 귓가에 그녀의 거친 호흡이 뒤따라 들려왔습니다.
이대로 잡혀버리겠다 싶었던 찰나, 갑자기 그녀가 주저앉는 것 처럼 넘어졌습니다.
넘어지면서 칼을 놓친걸 보고 발로 멀리 차버리고 다시 도망쳤습니다.
차가 보이는 거리 쯤 와서 주머니에서 차키를 찾아, 도착하자마자 열쇠로 문을열고 시동을 걸었습니다.
시동을 거는순간 우전석 문이 벌컥 열리면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어딜가려고!!!!!!!”라며 악을쓰는 그녀가 보였습니다.
전 너무 무서워서 떼어낼 생각도 못하고 바로 엑셀을 밟으며 차를 몰았습니다.
그녀는 끝까지 문을 잡고 제 이름을 부르며 악을써댔지만 결국은 차 속도에 못이겨 손을 놓더군요.
손톱에 운전석 문이 긁혀 붉은 선이 남았습니다.
그 뒤로 저는 제한속도고 뭐고 다 무시한채 빠져나왔고 안도감이랄지 흐느껴 울었습니다.
그 때 당시 살던 아파트에서 짐을 모두 챙겨 시골의 본가에 옮겼습니다
다행히 그녀에게서도, 그녀 부모님께서도 연락같은건 일체 오지않았습니다.
혹시라도 그녀가 자살이라도한건 아닐까 걱정은 됐지만,
지인을 통해 전해물은 결과 별다른 사고는 없이 잘 살고있다더군요.
몇 달 후, 시간이 어느정도 흘렀으니 괜찮겠지싶어 제 아파트로 돌아갔습니다.
짐을 어느정도 풀어놓고, 목이 말라 물이라도 시원하게 해서 마실요량으로 냉장고를 열었는데,
냉장고에 웬 소포가 하나 있었습니다.
열어보기 싫은 느낌이 물씬 풍겼지만 호기심을 이기진 못했습니다.
안에는, 편지봉투와 그 날 여자친구 아파트에 놓고 온 제 신발이 칼에 여기저기 뜯겨 너덜너덜하게 된 채로 들어있었습니다.
그걸 보자마자, 그 날 겪었던 공포가 되살아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심장이 미칠듯하게 뛰고 토가 나올 것 같았습니다.
애써진정하며 편지봉투를 열었는데.... 아... 아찔했습니다.
편지봉투에 들어있던건 편지가아닌, 딱딱한 꽃잎같은 것들이었습니다.
........그건 뿌리까지 뽑힌 손톱들이었습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않아 휘청거리다 주저앉은 제 뒤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