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 저 이사해요"
어느날 후배 D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사한다고?
그래, 어디로 가는데?"
"시모키타자와요"
뜬금 없이 이사라니.
항상 빈곤하던 녀석이
갑자기 돈이 어디서 나서
이사를 간다는 걸까.
(일본엔 이사 3번하면
집이 망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로 이사하는데
돈이 꽤 많이 듭니다)
게다가 시모키타자와라면
젊은이들이 꽤나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살고 싶어하는 지역
1, 2위를 다투는 곳이 아닌가.
월세도 장난이 아닐터.
조금 의아했다.
"같은 아파트의 다른 방들은
다 10만엔(한화 약 130만원)인데
제가 이사갈 방은
월세가 8천엔(약 10만 원)이래요."
"야 그런 집이면 뭔가 있는게 뻔하잖아.
관둬 걍"
"아뇨. 집도 좋고 싸니까
그냥 이사 가렵니다"
터무니없이 싼 집세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인 후배가 마음에 걸려서
직접 부동산에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법적으로
와케아리붓켕(저렴한 이유가 있는 물건)은
반드시 입주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부동산에서는 절대 시치미를 뗄 수가 없다.
"저...이 집 왜 이렇게 싼 겁니까?
이유가 있나요?"
부동산측은 생각보다
아주 간단하게 대답해 주었다.
"예. 사실은 지금까지
D씨가 계약 하시기 전,
총 4분 들어오셨는데
어느 분도 2주를 못버티고 나가셨습니다"
역시나...
"그럼 D의 앞 전에 계약하신
그 네 분은 어떻게 됐습니까?"
"예, 앞의 세 분은 2주가 되기 전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지시고,
마지막 분은 14일째 되던 날
질식사로 발견됐습니다."
"......"
절대로 뜯어 말리고 싶었다.
그런데 후배D는 계속 고집을
부리는 것이었다.
결국 녀석은 시모키타자와의
그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D가 이사한 다음날, 전화가 왔다.
"이 집 아무래도 위험한것 같애요"
"왜 무슨 일 있었어?"
후배가 말하길,
어제 새벽에 자다가 갑자기
눈이 떠져서 시계를 보니
2시 22분이었다고 한다.
어쩐지 기분 나쁘다고 생각하던 중,
밖에서 어린 아이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엄청 크게 났다.
그래서 베란다 문을 열었더니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그러다가 베란다 문 닫으면
또 시끄러워지고.
열면 또 조용해지고...
그러던 중 갑자기 현관문 밖에서
뚜벅'하는 발걸음 소리가 한번 났다...
라는 것이 녀석의 설명이었다.
다음날 또 전화가 왔다.
"형..저 역시 이 집 이사갈까봐요"
후배는 어제 새벽에 또다시
2시 22분에 눈이 떠졌다고 한다.
그런데 어제는 전 날 한 번 났던
발걸음 소리가 "뚜벅뚜벅"
두 번 났다는 것이었다.
다음 날엔 발걸음 소리가 세 번,
그 다음 날엔 네 번...
너무나도 꺼림직해서
부동산에 물어봤더니 관계자가 말하길,
그 아파트는 부동산 업자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하다고 한다.
이유인 즉슨,
일반 아파트는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14개인데
그 아파트만 13개라는 것이었다.
13계단이 있는 물건은
후배가 살고 있는 아파트와
지방의 아파트 한 군데,
이렇게 총 두 곳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 발걸음 소리는,
하루에 하나씩 귀신이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이고 계단이 총 13개이니까
그 곳에 살았던 그 누구도 2주,
즉 14일을 버티지 못했던게 아닌가,
하는게 우리들의 결론이었다.
게다가 마지막 입주자는
질식사...
후배는
"그럼 2주만 버티면
전 그 집에서 계속 살 수 있겠네요?"
라는 황당한 대책을 내놓으며
그 꺼림직한 집에서
계속 살기로 결정했다.
13일째 되던 날,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형 무서워요.
어젯밤엔 한명이 아니고
한 수십명은 되는 사람들이
계단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타다다다다~하면서
오르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거에요.
그러면서 밤새도록 문을 쾅쾅쾅
두드리는 바람에
너무 무서워서 한 숨도 못잤어요.
만약 오늘밤에 그놈들이 들어오면
저 진짜 죽을 것 같애요."
D는 극도로 겁에 질려있었다.
이제 녀석도 더 이상
그 집에 미련이 없어 보였기 때문에
결국 그 날 급하게 짐을 싸서
집을 나가기로 했다.
당장 친구들
몇 명을 불러서 짐을 꾸렸다.
후배에게 들은 얘기들이
워낙 꺼림직해,
짐싸기 전 무속인에게서
부적을 몇 장 얻어다가 방 안
여기저기에 붙여 놓았다.
그러나 짐 싸는게
생각보다 일이 많고
꽤나 시간이 걸려서
결국은 밤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짐을 싸던 도중
갑자기 정전이 됐다.
차단기가 내려간 것이다.
"뭐야 누가 차단기 내렸어.
빨리 다시 올려"
어둠속에서 서로
당황해하고 있을때
발밑에서 누군가의
괴로워하는 신음 소리가 들렸다.
"우..우.."
불을 키고 보니
후배 D가 누워서 웅크린 자세로
목을 움켜 잡으며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우리는 급히 응급차를 불러서
후배를 병원으로 이송시켰다.
그 녀석의 목구멍 속엔,,,,
아까 우리가
벽에 붙여놓았던 부적들이
사람의 힘으로 뭉치기엔
도저히 불가능할 정도의 크기로
작게 말려서 들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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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화요일)에 일본 방송에
나온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출연자와 그 후배가
실제로 겪은일이라고 하더군요.
한국 실정에 맞게 바꾸려다가
집세같은건 얼마로 바꿔야 공감이 될지,
한국과 위에 나온
일본 부동산법이 다르면
안되기 때문에
그냥 올리기로 했습니다.
옛날부터 혼자
이불 뒤집어쓰고
토요 미스테리도 보고
무서운 영화같은거 혼자서 잘 보는데
이건 도저히 계속 생각이 나서
화장실도 못가겠더군요.
왔다갔다 하면서 보느라
중간에 아주 살짝 안맞는 부분이
있을수도 있지만
대부분 맞게 쓴 것 같습니다.
글로 쓰니 별로 안무서운듯ㅠㅠ
저 후배라는 분은 무사히 살아서
지금은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점 사장님이라고 하네요ㅎㅎ
일본엔 귀신이 무지막지하게 많다고 합니다.
귀신 보는 분들은 일본 공항에 내리자마자
돌아가는 분도 있다고 하죠ㅎ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