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파트 단지의 5층에 살고 있다.
돈이 없기 때문에 맨 위층의 빈방을 빌린 것이다.
물론 엘리베이터 따위는 없다.
산 지 1년이 넘을 즈음, 처음 왔을 때는 알아차리지 못하던 것이 들리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가 옥상을 저벅저벅 사람이 걷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낮이던 밤이던, 문득 걸어가는 소리가 들려오곤 했다.
하지만 별 게 아니라고 생각한 탓에 그다지 신경은 쓰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며칠 전 강풍이 불었던 탓에 안테나가 고장났는지 옥상에 올라가기 위해 사다리를 가지고 수리공이 왔다.
아파트 단지에 사는 사람은 알겠지만, 옥상에 통하는 구멍이 있어서 그 아래에 사다리를 두고 올라갔다.
아무래도 시끄러울 것 같다면 내 방에도 직접 수리공이 이야기 해 주러 왔다.
나는 농담으로 말했다.
[전부터 옥상에서 발소리가 나더라구요. 뭐가 있는지 보고 알려주세요.]
수리공은 쓴 웃음을 지으며 [무서운 소리 하지 마세요.] 라며 말하고 돌아갔다.
작업은 무사히 종료되었고, [특별히 이상한 건 없었어요.] 라고 말하고 그는 돌아갔다.
문제는 그날 밤, 즉 어젯밤 일어났다.
내가 화장실로 향하자, 마치 뒤를 밟듯 저벅거리는 소리가 옥상에서 들려왔다.
지금까지는 내가 가는 곳과는 상관 없이, 이 곳 저 곳을 걸어다니는 소리일 뿐이었는데...
화장실에 들어가니 왠지 무서워서 언제나 환기용으로 열어두던 창문을 닫았다.
그런데 잿빛 유리에 분명히 위에서 고개를 숙인 사람의 그림자가 비치는 것이었다.
정말로 놀라서, 바로 화장실에서 뛰쳐나와 집 주인에게 전화를 했지만 전혀 믿어주지 않았다.
이제 정말 무서워서 당장 내일이라도 이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