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겨울
20살이다.. 누나들이 전부 대학생인 이유로 난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다.
군대가기 전까지 마땅히 할게 없어서 장사가 아주 잘되는 대박 고기집에서 알바를 했다.
밤 11시... 알마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길에 집 근처 가게에서 빵과 과자따위의 간단한 군것질 거리를 샀다.
집으로 가기위해 사람하나 보이지 않는 스산한 밤거리를 터벅터벅 걸었다.
집에 다 와갈 무렵... 집 근처 가로등 아래에 사람이 한명 서있었다.
멀리서보니 체구가 작았다. 추운 겨울인데 집에 안들어가고 뭐하고 있는걸까....
가로등과 가까워졌다.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날 보더니 배가고파서 그런데 먹을거좀 주면 안되냐고 물으셨다.
기분이 이상했다. 이 야밤에 사람하나 오가지 않는 골목에서 음식구걸 이라니....
이상한 기분에 난 "예"라는 대답과 함께 빵 하나를 드렸다.
아니.. 드리진 못했다.
할머니는 빵을 만진 순간 사라지셨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아귀였나보다.
[아귀는 아사한 귀신으로 가끔 저렇게 음식 구걸을 한다고 함. 먹을걸 가지고 있는 사람한테 음식달라고 하는데 안주면 사람을
잡아간다는 망태할아버지스런 귀신]
2003년 가을
군인이다. 국방의 의무...는 잘 모르겠고... 그냥 군에 끌려왔다.
전국 모든 무대에는 귀신이 산다. [카더라 통신..........]
군필자들은 다들 한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우리 부대에도 귀신이 존재한다.
많은 이들이 봤으며.. 그중 몇몇은 졸도했다.
하나는 장교 귀신.. 하나는 처녀귀신인데 난 제대하는 날 까지 처녀귀신은 보지 못했다.
처녀귀신은 지박령이라 한 자리에만 있는듯 하다. 위병소 옆 소나무에....
장교귀신은 대대원 반 이상이 봤을만큼 자주 나온다.
시피 정면에 탄약고가 있다.
탄약고 [땜빵]근무를 서고 있는데 시피에서 사람이 나와 위병소로 향하는게 아닌가...
난 위병소에 전화를 넣었다.
간부 하나가 위병소로 가니깐 조심하라고...
3분뒤 위병소에서 전화가 왔다.
간부가 오질 않는다고... 이상하다... 난 분명 봤는데... 같이 근무하는 녀석도 봤는데....
시피에서 위병소 사이엔 PX밖에 없다... 새벽 두시경에 PX가 열었을리가 없지 않은가...
혼자 온갖 추리를 하며 궁시렁 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한기가 들었다.
싸늘한게 온몸이 소름이 돋았다.
난 조심스레 고개를 돌렸다.
있었다. 그 양반이.....
파란 얼굴로 미소를 띤채 날 보고있는 대위 양반이.....
처녀귀신은 듣기만 한거다.
위병소 바로옆에 커다란 소나무가 한그루 있다.
위병 근무자들은 12시 이후부턴 소나무를 보지 않는다.
일종의 불문율이며 법칙이다.
왜일까? 소나무에 뭐가 있는걸까?
소나무 중간쯤에 처녀 귀신이 있다.
나무에 목을 메단채 흔들거리면서 위병 근무자들을 쏘아 본다는데
난 본적이 없다. 위병근무를 서본적이 없어서 그런가.....
2004년 초 여름
여름이다. 제대까지 두어달 남았다.
말년에 진지 공사라니!! 말년에 작업이라니!!
그렇다. 말년에 예초기 메고 산을 깎았다.
오전에 내내 작업을 하고 점심을 먹었다.
오침은 필수이기에 충성관 의자에 누워서 잠을잤다.
그 곳에서 잔 사람은 나까지 세명이었다.
30분쯤 잤을까? 갑자기 가위가 왔다.
소복입은 여자가 목을 조르는 것이었다.
평소땐 금방 떨치고 일어나는데 이 처자는 힘이셋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깨지도 않고...
군인은 입이 험하다. 다 그렇다는건 아니다...
한참을 바둥거리다 짜증나서 쌍욕을 했다.
싸움하기 전 주먹쥐고 욕하면서 달려들지 않는가...
딱 그런 느낌으로 정말 쌍욕을 했다.
욕이 통한걸까?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가서 바람이라도 쐴까 하는 마음에 의자에서 일어났다.
전투모를 머리에 걸치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옆에서 컥컥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같이 잔 후임이엇다.
양 손을 목에 올리고는 괴로운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두녀석 다 같은 자세로 누워있었다.... 쿨하게 발로차서 깨웠다.
깨운 후 물어봤다. 왜그랬냐고... 가위 눌렸단다.. 소복입은 귀신한테...
내가 본 처자랑 인상착의가 똑같았다... 세명다 한 여자한테 당한것이었다.
앞마당 멀티깠나보다.... 누가 본진이었을까....
2005년 여름
일본 오사카에 놀러갔다.
학교에서 가는거라 어쩔수 없이 가야했다.
안 가면 학점을 안준단다...
태어나서 처음 하는 해외 여행이다.
나름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한지라 기대되고 자신감에 차있었다.
숙소 도착 후 간단한 설명을 듣고 바로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처음부터 가이드는 없었다. 알아서 놀다 오라는 거였다.
그렇다.. 방목형 교수였다....
나까지 5명이 짝을 이뤗다.
확실히 오사카 여름은 덥고 찝찝하고 짜증났다.
오사카 성 도톤보리 다이마루 백화점 시장등을 구경하고
신사이바시로 걸음을 옮겼다.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걷고 있는데 앞쪽에 작은 신사가 보였다.
카메라를 들고 그곳으로 향했다.
안쪽에서 신도가 무슨 행위를 하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몰래 그것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카메라를 손에 쥐기 시작했다.
사진을 막 찍으려는데 일행중 한명이 말리는 것이었다.
과에서 일어를 가장 잘 하는 녀석인데... 오덕이다.
애니로 일어를 배운 녀석이다. 이녀석 말이 신도가 하는 행위를 지켜보거나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귀신이 씌인다나 어쨋다나...
이러면서 설명하고 있는데 옆에있는 여자가이가 셔터를 눌러버렸다.
"찰칵!!" 그순간 신도가 고개를 홱 돌리더니 우릴 처다보는 것이었다.
분명 거리가 멀었는데... 우린 놀라서 도망갔다.
한참을 달리 후 멈춰 서서 숨을 골랐다.
시계를 보니 다섯시다. 슬슬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왔던길을 되돌아 가는거라 어렵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아무리 걸어도 제자리였다. 우회전을 해도.. 좌회전을 해도...
지나가는 사람 잡고 길을 물어물어 걸어도....
제자리였다. 정말 뭐에 홀린 기분이었다.
그렇게 세시간을 해멧다. 세시간 동안 같은 공간만 맴돌고 있었다.
여자아이들이 울기 시작했다. 그중 신사에서 사진찍은 녀석이 울면서 미안하다고 빌었다.
아무래도 자기가 사진찍어서 이러는것 같다고....
우여곡절 끝에 그곳에서 벗어났다.
[지나가는 사람 설득해서 그곳 밖까지 안내를 받았다.]
그곳에서 벗어나니 다행이란 기분이 들었다. 온몸에 힘이 없었다.
그리고 허탈하면서 약간은 오싹했다.
우리가 세시간 동안 해멘공간이 고작 두블럭이었다.
[두블럭.. 직선거리로 걸으면 십분걸림]
주의 : 오사카 관광 지도에 보면 무슨무슨 대공원이라고 있음. 이름은 기억안남.
절대 밤에는 가지말것. 대공원이란 글만보고 갔는데 지하철 역 주변이 다 홍등가였음
뭣도 모르고 야밤에 역 뒷길로 갔다가 할머니랑 야쿠자한테 납치당할 뻔 함
2006 1월 중순
친구녀석과 해돋이를 보러 갔다.
목적지는 땅끝마을 해남...
카 오디오를 힘차게 틀어놓고
노래를 따라부르며 즐거운 마음으로 고속도로를 탔다.
그렇게 한참을 갔을까...
갑자기 뒷자리에 앉은 녀석이 날 불렀다.
"야!! 밖에 이상한게 있다"
이야밤에 밖에 이상한게 있다니?
난 창밖을 처다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장난치지 말랬더니 바닥을 보라는 것이었다.
정말 있었다... 이상한게....
무언가가 차랑 똑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대충 100~120정도 달리고 있었음]
꼬마였다... 3~4살 정도로 보이는...
발이 안보였다... 발바닥 아플텐데.....
이대로만 자라다오... 올림픽 나가서 금메달 따자꾸나.......
돌아오는 길엔 고속도로 중앙 분리대에서 갈색 점퍼입고 차보다 빨리 달리는 아저씨를 봤고,
쌍 라이트를 껏다 켯다 하면서 날 덮치는 거대한 덤프를 보았다.
조수석에 앉아 있다가 큰소리로 피해! 라고 외치면서 손으로 얼굴을 가렸는데...
같이 간 친구들이... 개소리 하지말고 처 자랫다..
잠도 안오는데....쩝...
[친구들은 내가 헛것을 보는걸 안다]
2008년 여름
대학 졸업 후 소일거리로 에어컨 설치를 했다.
정확하겐 보조일이다.
에어컨이 한철 장사라 내 일도 금방 끝났다.
딱히 일자리는 없고 놀기는 싫고해서
국비로 직업 전문학교에 갔다.
이론과 실습을 겸하며 공부를 했다.
어느날 부턴가 학생이 아닌 외부인이 보였다.
개방된 곳이라 외부인이 충분히 들어올수 있는지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이 났다.
궁금해졌다. 매번 똑같은 옷만입고 있는 불청객이....
그 사람은 항상 칠흙과도 같은 새까만 옷을 입고 있었다.
밖에서 실습을 하고 있었다.
낑낑 거리면서 연장을 돌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강의실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까만 사람이었다. 난 따라들어갔다.
닫힌문을 벌컥하고 열었는데.... 아무도 없었다.
강의실에서 나온 후 사무실로 갔다.
그리곤 물었다. 새까만 양반 뭐냐고....
나이 60을 바라보시는 직훈 원장? 교장? 선생님이 조심스레 이야기 하셨다.
예전에 불이나서 학생한명이 타 죽었는데.. 그사람이 아닐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