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TEQDO
예전에 베게괴담을 투고했던 강예명입니다.
그간 모두 이상한일 없이 안녕하셨는지..
이번에 투고할 이야기는 한달전에 겪은 일입니다.
겨울을 지나오면서 몸이 조금 둔해졌습니다.
그래서 체중을 조절하기 위해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 다니는 회사까지 걸어다니기로 했습니다.
회사는 제가 사는 집에서 걸어서 2시간 거리로 아침 5시반 쯤에
출발해야 여유있게 도착했습니다.
제가 걷는 코스를 3구간으로 나누면
1구간- 동네를 벗어나 고개를 넘어 벌판이 보이는 길
2구간- 벌판보이는길 끝에있는 고등학교서부터 굴다리
3구간- 굴다리를벗어나 역까지이렇습니다.
지금 이걸 자세히 설명하는 이유는 1구간이 약간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2,3구간은 (진짜)사람들이 많이 있는 구간으로 안전?한 느낌이지만
1구간은 낮에도 사람이 거의 보이지않는 구간으로 새벽은 더욱 사람을 본적이없는 곳입니다.
1구간은 시작부터 고갯길로 고개를 넘는 도로옆에 인도가있고 인도옆에 벌판.
그 벌판을 5~600미터정도 가로지른 거리에 산이있습니다.
인도에 가로등이 있어 새벽어둠에 걷는건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가로등불빛이 비추는 길 옆에 벌판 그리고 벌판 끝에 산등성이는
그 불빛에 대비되어 더더욱 짙은 어둠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묘한 중압갑을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되도록 그쪽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걷습니다.
아무튼 1구간은 한시간정도가 걸리는데 그 한시간동안 몸의 온 신경이 바짝 곤두서있는 느낌.
처음엔 그런 느낌만 있고 별다른 일은 없었기 때문에 매일 새벽 그 길을 지났습니다.
꺼림칙하지만 어차피 다른 길은 너무 돌아가야하기 때문에..
그렇게 그날도 새벽에 그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이어폰을 꽂고 새벽추위에 몸을 움츠리면서.
평소와 좀 다른 것은 안개가 설핏 끼여있다는 것 정도.
제가 사는 동네가 근처에 큰 저수지가 있어서 안개가 잘끼는 동네이므로
안개는 별로 개의치 않았지만 그날따라 이상한 불안감이 배로 중폭되었습니다.
신경쓰지말자.. 이렇게 되뇌이면서 최대한 편안한 상태로 만드려고 노력하면서
걸음을 옮기는데 갑자기 이어폰에 잡음이 끼어들었습니다.
제가 듣고 있던 노래에 마치 베이스처럼..
[ㅎ..ㅏ..ㄴ. 지직.. 한번만... 직.. 하..ㄴ번..느만..]
옅게 기묘하게 그러면서도 선명하게. 놀라서 이어폰을 확 빼버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렸습니다.
시선이 자연스레 벌판과 산의 어둠으로 향하고... 그리고 이어폰 속 잡음의 주인을 보았습니다.
산에서 튀어나온듯한 그 새하얀 형상은 이쪽으로 오는듯 점점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으로 너무나도 짙은 흰색으로 펄럭였습니다.
어두운 벌판을 미친듯이 가로질러 달려나오는 머리없는 하얀블라우스의 여자.
하얀블라우스와 짧은 검정미니스커트 그리고 살이 살짝비치는 엷은 검은 스타킹.
제가 서있는곳에서 봐도 더럽혀져있고 엉망으로 찢어진 그차림이 각다귀처럼 뛰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벌판의 2/3을 뛰어온 그 순간 저는 그여자가 머리가 없는게 아니라
머리가 잘리다말아 머리가 뒤로 훽 젖혀져 뛰어오는 것이란걸 알았습니다.
데롱데롱.. 마저 잘리지못한 목의 근육과 피부에 매달려서 마치 몸이 뛰어나가니
마지못해 딸려오는 듯한 데롱거림. 머리는 피에 떡진 머리카락이 잔뜩엉켜 검게 보였습니다.
피는 어둠에 보면 검게 보이는데 아주 진한 그 검은색은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들어낼수없는
그런 색이었습니다. 그 머리가 쉴새없이 한번만 한번만 하면서
달려오는 장면에 구토감과 동시에 다리가 잔뜩 굳었습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된다는 생각으로 다리를 미친듯이 주먹으로 때리고 뛰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전 런닝머신위에서도 5분을 뛰면 심장이 터져 버릴것같은 저질체력을
소유하고 있습니다만 그순간엔 무슨 힘이 났는지 죽어라 뛰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돌아가시며 유품으로 남겨주신 십자가 목걸이에게 빌었습니다.
이름은 까먹었는데 어떤 유명한 목사님에게 축수를 받은 목걸이라고 하시며
너는 이게 필요할게다 라고 하셔서 받은 목걸이였습니다.
할머니께 지켜달라고 할머니 손주 살려달라고 하면서 그 지옥같은 1구간을 달리는데
뒷편에선 어디까지 쫒아올셈인지 계속해서 한번만 한번만...
그리고 따라 달려오는 타다닷 소리.눈물콧물다 쏟으면서 얼마나 달렸을까.
1구간이 끝나는 점인 고등학교가 보이자 갑자기 한번만..하는 소리가 다급해지면서
다른 말이 들려왔습니다.[한번..만.. 하..ㄴ번마..ㄴ. ㅅ.ㅏ..ㄹ 살려.. ㅈ..ㅝ..]
뭐? 하고 생각하는 찰나, 전 그 고등학교를 통과했고 1구간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그 목소리도 따라달려오는 소리도 끝났습니다.
저멀리 버스정류장에서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이 보이자 그자리에서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습니다.
눈물콧물땀범벅에 갑자기 심장의 헐떡거림이 아프게 느껴져 정신이 멍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녀가 마지막에 했던 말이 생각나서 저도 모르게 덜덜떨었습니다.
그 기분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겁니다. 마치 여러가지맛의 아이스크림이 녹아 뒤섞여서 더러운 느낌.
무섭고 슬픈데 안도하고 불쌍하고 안타까운데 다행이고 제가 사는 곳이 외진 곳이어서
살인사건이나 자살이 좀 있는 동네입니다. 살인이 났는데 손가락만 없어졌다던지
길을 걷다 저멀리 커다란나무밑에서 사람이 춤추고 있어서 가보면 사람이 자살해 매달려있다던지..
뭐그런.그녀도 살해당한 희생자중 한명이었을까. 한번만 살려줘. 분명 한번만 살려줘 였습니다.
그녀가 제게 무엇을 원하고 쫒아온진 모르겠으나 그게 무엇이든 제가 그녀에게
해줄수있는건 고작해야 명복을 빌어주는 일 뿐일텐데.
그래도 그렇게 필사적으로 쫒아왔구나 싶어서 왠지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퇴근길에 제가 그녀를 보고 멈춰섰던 그 자리에 소주와 새우깡
그리고 장미꽃 몇송이를 들고 갔습니다. 소주를 까서 들판쪽을 향해 몇번 뿌리고 명복을 빌었습니다.
그리고 다신 혹여 새벽에 그 길을 걷는 사람들 놀래키지 말라고.
장미꽃은... 뭐 원래 국화꽃이 정석이지만 여자니까 국화보단 장미를 더 좋아할거 같아서...
왠지 그게 그녀에게 더 어울릴것같아서 그랬습니다.
그렇게 집에 돌아왔지만 아직도 그길을 다시 걸을 용기가 안나서
버스를 타고 1구간을 지나서 2구간에서부터 걷습니다. 버스안에서 1구간을 지날때 창밖을
보면 아직도 너무나도 어두워서. 그 어둠에 되려 창이 거울이되어 제얼굴을 비춥니다.
그게 왜그렇게 서글픈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그때마다 전 그녀와 그리고
혹시 또 있을지 모를 다른 원혼들을 위해 빕니다.
부디 세상이 구해주지 못한 저들을 구해달라고.
괴담돌이 http://blog.naver.com/outlook_ex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