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tr7Ee
충무로 먹자골목의 깊숙한 한편에는 먹자골목이라는 유명세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식당이 하나있다.
신기하게도 찾아가면 생각보다 자리는 어느정도 차있다.
그 사이를 비집고 안쪽에 들어가 나는 국밥을 한그릇 주문했다.
"잠깐 기다려요."
"네."
아줌마는 주문을 받고는 앞치마에 손을 쓱하고 닦더니 주방으로 들어갔다.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손은 분주하지만 얼굴은 하나같이 굳어있다.
저러면 음식이 코로 넘어가는 느낌이 아닐까.
표현하자면 마치 기계의 움직임처럼 유동적인 느낌이 부족하다.
"계산이요."
잠시뒤 음식을 다먹은 사람 한명이 주머니에서 꾸깃한 지폐 몇 장을 아주머니에게
내밀었다.
"4500원이요."
남자는 마저 백원짜리 다섯개를 지폐 네장과 함께 계산대에 올려놓고는 사라졌다.
아주머니는 돈을 앞치마 안에 집어넣고는 도로 주방에 들어가 내가 주문한 음식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감사합니다."
나는 수저를 들어 국밥을 한숟갈 떠먹었다.
따뜻한 국물이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게 느껴졌다.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음식을 먹었다.
아까와 같이 말없이 음식을 먹는 사람들.
문득 나도 그 사람들과 동일시 되고 있었지만 신경쓰질 않았다.
습기에 누래진 벽면과 갈라진 시멘트 바닥은 이 가게가 나름대로 오랜 역사를 지녔다는 것을
알려줬다.
하지만 근래에 몇 차례 이곳에서 밥을 먹으며 단골이라던가 그 비슷한 사람을 본적이 없었다.
기계적으로 먹은지 몇분이 되었을까, 내 그릇은 어느새 비어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마에요?"
"3000원."
나는 아까 남자처럼 주머니에서 꾸깃한 지폐를 꺼내들었다.
새파란 천원짜리 세장. 그것을 아주머니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으려 했다.
그러나 곧바로 돈을 계산대 위에 올려두었다.
아주머니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평소 습관처럼 손을 앞치마에 쓱하고 닦더니
계산대에 놓인 돈을 가지고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왜 새빨간 앞치마에 검붉은 얼룩이 묻어있는지 어느정도의 눈치로 알 수 있었다.
며칠 뒤의 일이다.
비오는 날의 가게는 더더욱 음산하다.
마치 한맺힌 처녀귀신이 있는 것처럼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적인 무언가가
흘러나온다.
나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 아무데나 자리를 잡고서 아주머니가 주문을 받기를 기다렸다.
평소와 별달리 다를것은 없었다.
손님이 한명도 없단것만 빼면.
사실 의식하지 않으려 했지만 내가 올때마다 이곳의 손님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사람들이었다.
그냥 나와 일과가 비슷하겠거니 했지만 한번쯤은 의심을 가져볼만도 했다.
하지만 가게에서 흐르는 무언의 분위기가 그런 의심을 사라지게끔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분위기가 없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주머니를 찾았다.
분명 가게는 열려있지만 주방은 조용하다.
항상있던 손님마저 없다.
나는 주방을 둘러보다가 문 하나가 굳게 닫히려다 만 것을 발견했다.
미세하게 지하실 공기가 이쪽으로 새어나왔다.
눈만을 그 틈새로 가져다대 안을 살폈다.
조용하다.
나는 문을 슬그머니 열어보았다.
분명한 범법행위지만 들키지 않는다면 합법이다.
열린 문 안에는 계단이 있었다.
가게 내부 바닥처럼 시멘트로 이루어진 계단.
다른게 있다면 바닥보다도 더 심한 균열이 나타나 있다.
나는 말라 비틀어진 계단을 내려갔다.
내려갈수록 내부의 공기는 더 침체되 호흡을 가로막았다.
계단의 끝에는 문이 하나 더 있었다.
위의 문 보다는 조금 더 큰 문.
이때쯤되면 뭔가 위험한 감각이 날카롭게 곤두서기 마련이다.
하지만 호기심을 앞지르진 않는다.
나는 문의 손잡이에 손을 얹고는 약간 힘을 주어 빡빡한 문고리를 내렸다.
그러자 끼긱하는 소리와 함께 문고리가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