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신

Yeul 2011.06.23 22:41:12
 
 
신이 발견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발견은 아주 우연하게 이루어졌다.

신은 흑인이었고, 현재 내전중인 아프리카의 한 노인이었다.

먹을 것을 먹지못해 빼빼 말랐고, 온 몸은 때투성이였으며, 눈도 잘 보이지않고

이도 부실해 음식을 잘 씹지 못했다.

봉사를 하러 온 적십자캠프에 신이 왔다. 그리곤 이렇게 말했다.

"난 당신들을 다스리느라 매우 지쳤습니다. 이제 그만 교대하고 싶어요"

봉사단 사람들은 미쳐버린 노인이라 단정짓고 곧바로 극진한 간호에 들어갔다.

첫 시작은 주삿바늘이 부러지는 것 이었다.

영양링겔의 바늘은 열 대 부러뜨리고 나서 전문의는 주사요법을 포기했다.

두번째는 식이요법이었다. 하지만 노인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물도 음식도 취하지않고 지낸지 스무일 째.

발견되었던 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보이는 그 노인을 봉사단은 미국에 물리학 연구소인 NMA로 보냈다.

다이아몬드 입자 광속기로 혈액을 채취하려해도 소용없었다.

그들이 그 노인의 DNA를 얻고자 하는 의도는 너무나도 엉뚱하게 해결되었다.

"내 세포가 보고 싶소? 진작 말을 하지 그랬소"

노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카락 한 가닥을 뽑아주었다.

DNA 검사 결과는 흥미로웠다.

염색체가 55쌍, 노화 유전자가 포함되지 않았고, 세대가 거듭할수록 강화되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미국이 임시로 명명한 '교감 고리' 라는 세포가 있었는데,

현재 생물체에서는 발견하지 못한 프로토 DNA였다.

이 세포는 전 지구에 있는 모든 지구인들의 생각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그 노인은 신이 확실했다.



미국은 당장 조사에 들어갔다. 비밀항군 기지 구역에 조심스레 이동을 감행한 끝에

신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종교인들과 과학자가 초빙되었다.

역사학 석사와 현존하는 물리학 최고의 권위자, 신부, 스님, 그 외 잡다한 종교집단의 수장까지

모두 유리 감옥안에 수감된 신 앞에 섰다.

"당신은 어떤 존재요?"

노인, 아니 신은 흐리멍텅한 눈으로 때하나 묻지 않은 흰색 가운을 느릿하게 쳐다보았다.

"신이지"

"오, 당신이 인간을 초월한 어떤 것이라는 건 확실해요. 하지만 신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지"

교황 로모코2세가 눈에 살기를 담고서 말했다.

그러자 노인은 고개를 힘겹게 들어올려 로모코를 바라보았다.

"아, 자네가 생각하는 그놈과 나는 틀리다네.

자네는 쥬지스를 말하는 것이겠지? 안타깝지만 놈은 지금 자고있다네.

맨틀아래로 4만KM쯤 내려가면 묻혀있을 걸세"

"지져스 크라이스트, 예수님을 말하는 것이라면, 내 경고하겠는데. 당신은 방금 굉장히

저속한 신성모독을 했소. 입 조심하시오"

그 때 물리학자가 질문했다.

"당신과 예수를 다른 사람으로 보는 군요? 그렇다면 결론은 신이 다수라는 겁니까?"

"그렇지, 이 멍청한 친구들아. 하지만 지금 깨어있는 건 나와 다른 녀석 하나 뿐이야.

마호메트와 쥬지스, 석가와 엘로힘... 다 나열할 수도 없이 많아.

다만 놈들은 지금 모두 자고 있거든"

그 때 카톨릭 신부가 열을 내며 외쳤다.

"당신이 진정 신이라면 사탄과 악에 대해 정의해보시오! 그것들은 대체 뭐요?"

노인이 비실비실 웃었다.

"후후후후... 사탄이라, 마부스는 그저 조금 짓궃은 녀석일 뿐. 인간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못된 녀석은 아니라네"

"사탄도 당신과... 똑같은 존재라는 겁니까?"

"내가 방금 언급한 녀석, 나와 함께 깨어있는 녀석이 바로 마부스일세. 인간들 말로 사탄이나 악마니 하는 그것 말일세"

양자역학의 대가인 수석박사가 안경을 썼다. 그리고 한걸음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

"인간들은 오랫동안 신이 존재하지않는 그 무언가로 생각했습니다.. 우리처럼 물리적 형상을 지닌 존재라고는 생각지 않았어요.

당신들은 대체... 뭡니까? 무슨 존재입니까?"

"오, 우리는 그냥 평범한 '신'들 이라네. 어느 날 눈에서 깨어보니 지구였지. 지구 곳곳에 한명씩 있었던 거야.

우리 모두는 대략 400여명 정도였네. 그 중에 타이포스라는 친구가 한 장난을 제안했지.

우리를 닮은 어떤 것을 만들어보지 않겠느냐고 말이야. 우리는 꼬박 7년에 걸쳐 자네들을 만들었네.

그리고 자네들 속으로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갔지.

검사해보았으니 알겠지만, 우리는 인간들의 사고와 교류할수있는 교감 능력이 있다네.

나는 내가 원한다면 60억 인구의 모든 생각을 하나 하나 헤아리듯 읽을 수도 있고, 동시에 그에 맞는 처방을 내려줄 수도 있어"

티벳의 스님하나가 공손히 합장을 하며 물었다.

"인간도 당신들과 같은 영역에 이를 수 있습니까?"

"아니, 불가능하네. 인간을 만들때의 기본적 모토는 우리에서 따왔지만 자네들은 우리가 가지고있는 일부 기능이 없지.

하지만... 자네가 하고 있는 수련은 확실히 흥미롭더군. 흥히 동양권 문화에서 자주 봤어.

석가라는 친구가 인도에서 퍼뜨렸지. 인간을 좀 더 성장시키길 바라면서 말이야.

그 때 모든 친구들이 비웃었네만... 확실히 놀라운 수법이야.

오랜시간 정진한 인간들은 적어도 '반신'의 경지에 이르더군."

그 때 미 국방부장관이 침을 튀기며 외쳤다.

"전쟁과 살육은 어찌할 수 없는겁니까? 나는 매일 밤 미국 내 도시의 상공으로 대량살상용 화학무기가 내려앉는 상상을 합니다.

무너지는 빌딩과 건물들, 피를토하며 쓰러지는 사람들, 백신이 부족하여 죽어가는 아이들, 응급시설에 넘쳐나는 비명들을 말입니다"

노인은 고개를 회회져었다.

"그 문제에 대해선 나도 답할 수 없네. 우리들 중에 자네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것은 쥬지스 놈이지. 놈은 사랑과 애정을 인간들에게 외쳤으나

기어코 외면당했어. 그리고 다시금 기회를 주고 지구 아래로 들어가 잠이 들었네. 헌데...

쥬지스와 사이가 매우 나빴던 신이 하나 있어. 바로 마부스라네.

둘은 항상 대립했지. 그리고 내기했어. 인간들이 쥬지스의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인다면 마부스는 맨틀아래로 들어가

억겁시간동안 잠을 자야했고, 반대로 쥬지스의 사랑이 외면받는다면 쥬지스가 억겁시간 잠을 자기로 말이야.

결과는... 너무나도 잘 알다시피 마부스의 승리였네"

"우리는 그 분을 저버린 것이 아닙니다! 결코!"

로모코가 흥분하여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늘어진 턱살이 푸들푸들 떨렸다.

노인은 고개를 잠자코 끄덕였다. 로모코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학자들과 종교인들의 얼굴에 대해 확인했다.

"그 분이 깨어나시려면 얼마나 남은 겁니까?"

"그건 결코 말해줄 수 없네. 하지만 하나만 말해주지. 마부스와 쥬지스의 내기는 끝난 것이 아니네.

쥬지스가 깨어나는 날, 다시 마부스가 찾아와 내기를 걸거야.

우리 신들 모두가 그 날 깨어날 것이야. 원래는 모두가 세상관리에 참여했지만, 두 명의 대립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두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거든. 나는 인간들이 도를 넘을 때에만 제재하기 위해 깨어있는 것이고...

혼자 세상이 망가지는 것을 맊으려니 벅찰 수밖에 없지."

모든 대중이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깨어나 있는 신이 사탄과 눈 앞에 비루하고 지친 노인 둘 뿐이라니...

"내가 말했듯이 나는 자네들을 다스리는 데 지쳤네. 자네들은 지구에 일어나는 모든 악한 일들이 마부스의 짓이라고 생각하는가?

미안하지만 그건 완벽한 오판이네. 마부스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

그 녀석은 '철저한 방임주의 신' 일세.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아무것도 안한다는 의미야. 파괴도 살육도 아무것도 시키지않아.

모든 일은 인간들 스스로가 저지르는 거야. 다른 신들은 그 뒤치다꺼리를 해주지. 하지만 마부스는 아닐세.

녀석은 인간들이 스스로 각성하길 바라는 엄격한 신일 뿐인거야..."

모든 좌중이 충격에 휩싸였다. 그 와중에도 노인의 가냘픈 목소리가 대중 사이로 파고들었다.

"자네들 스스로가 저지르는 폭력들을 감당하기가 나 혼자 너무 힘이드네. 60억과 교감할때마다

ㅅㅅ와 강간, 살인과 파괴, 우월심리와 정복감을 맛본다네. 나같은 늙은 정신이 자그마치 60억명의 폭력적 생각을

받아들인다는 말일세.

마지막으로 경고하겠네. 쥬지스가 깨어날 날이 머지 않았어. 하지만 그때까지 인류가, 지구가 남아있을거라는 생각은

지금으로썬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가 깨어날 때까지 자네들이 존속되고있을지...

그건 누구의 신도 아닌, 자네들의 몫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