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4살짜리 아이는 심심하면 벽장이나 서랍 문을 열어 둔 채로 놔둔다. 잔소리해도 듣지 않는다.
그래서 옛날, 나도 어머니에게서 '벽장을 열어 둔 채로 놔두면, 모르는 사람이 나올거야.'
라고 들었던 말을 기억해서 아들에게 말해 주었다.
아들은 그냥 웃고 있었지만, 의외로 효과가 있었는지
그 후로는 벽장이나 문을 열어 둔 채로 놔두는 일이 적어졌다.
그리고 어느 일요일 낮, 아들이 방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고,
우리는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아들이 울기 시작한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니까, 아들이 벽장을 가르키면서 모르는 사람이 나왔다고 말했다.
악몽이라도 꾼 거로 생각했지만, 아들의 말이 매우 현실적.
거짓말이라기에는 4살짜리의 머리에서 나올 수 없는 상황.
눈에는 구멍이 뻥 뚫려있는 할아버지 같은 사람이 벽장 아래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오면서 이쪽을 보고 웃고 있었다고.
거기까지 듣고 나도 겁이 나기 시작했다.
나도 어릴 때 그런 것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문이라는 문은 항상 닫은 채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