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요시노리는 자신의 애마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머리가 긴 여자가 차 앞을 가로막고 차를 세웠다.
여자는 인기척이 없는 골목에 서서 요시노리의 차가 가까이 가자 살짝 손을 든 것이다.
그 손짓을 보고 요시노리는 차를 세웠다.
가까이에서 보니 매우 머리가 긴 여자였다.
머리는 허리까지 내려와 치렁치렁했다.
[이런 시간에 히치하이킹인가요?]
요시노리가 그렇게 말을 걸었다.
[미안합니다, 길을 잃어버려서... 아는 곳까지만 태워주세요.]
[집에 가는 길만 알려주시면 괜찮습니다. 어디로 가시려는 건가요?]
[화원 묘지의 부근입니다.]
[이, 이런 시간에 묘지라구요...?]
[네, 친한 친구가 살고 있어서.]
요시노리는 어쩐지 기분이 나빴지만 정성껏 그녀를 태워다 주었다.
여자에게서는 웬지 흙냄새가 났다.
그녀를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 요시노리는 차에 올라타고 깊숙이 고개 숙여 감사하는 여성을 남겨두고 차를 출발시켰다.
그런데 창 밖을 보니 무서운 얼굴로 아까 내려줬던 여자가 달려서 차 옆에 와 있었다.
긴 머리를 마구 흩트리고 눈을 부릅뜬 채 한쪽 손으로 쾅! 쾅!하고 창문을 두드린다.
[으악!]
요시노리는 여자의 무서운 형상에 단숨에 액셀을 밟아 차의 속도를 올렸다.
갑자기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하는 비명이 들리고 여자는 뒤로 떨어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떨리는 손으로 핸들을 잡고 요시노리는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차 문을 여니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발 밑으로 떨어졌다.
자세히 보니 긴 머리가 붙은 고기 조각이었다.
요시노리는 여자의 머리털이 차 문에 낀 것을 모른채 액셀을 밟았던 것이다.
Illustration by 짱찌(http://blog.naver.com/whird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