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 이름 : 01 년의 이야기 투고 일 : 03/08/25 10:41
당시 나는 전철 통학을 하고 있었다. 시간에 여유가 있는 경우엔 환승역 근처에 있는 가게에 들러 가볍게 먹고 그랬는데,
어느 날 그 가게의 가장 안쪽의 자리에 귀여운 아이가 앉아 있었다.
그 아이는 멀쑥한 교복을 입고 있었고, 가슴까지 오는 검은 머리와 흰 피부, 선명한 쌍커풀을 가지고 있었다. 정말 예쁜 아이였다.
그녀는 항상 정해진 시간에 그 장소에 있었고, 낯선 이름의 페트병으로 된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녀는 페트병 차를 정말 맛있게 마시고 있었다.
저 정도로 음료를 맛있게 마시는 사람은 이후에도, 이전에도 본 적이 없었다(그 페트병 차를 찾아봤었는데, 어디에도 팔지 않았다).
나는 그 아이를 만나는 것이 어느덧 즐거워져서 그 가게에 매일 가게 되었다. 당연히, 말을 걸지는 않았지만...
어느 날, 여느 때처럼 그 가게에 가니 항상 앉아있던 그녀가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 그녀가 항상 마시고 있는 페트병 차가 있었다.
나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그 페트병을 집어버렸다.
순간, 병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무엇일까 생각해서 얼굴을 가까이 대 보니,
페트병 안에 많은 실지렁이나 장구벌레같은 것이 꾸물꾸물 꿈틀거리고 있었다. 무엇인가 이상한 조각까지 떠 있었다.
페트병의 라벨에는 유통기한 96.5.22라고 쓰여져 있었다.
식겁해서 페트병을 원래 위치에 다시 떠나려고 하는 순간
바로 앞에 그녀가 서 있었다. 굉장한 눈으로 쳐다보며.
"너 봤지?"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입 주위에 무언가가 꾸물꾸물 꿈틀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달려 가게에서 도망쳤다. 다시 그 가게에 간 적은 없고, 그녀도 그 이후에 만난 적이 없다.
만약 내일이라도 그 가게에 가면 지금도 그녀는 그 장소에 있을까.
출처 : 구운바나나의 공포게시판(http://bakedbanana.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