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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가사키 시내에 있는 대학에 다녔었다.
4학년 여름때 동아리 회식에서 2차로 노래방을 갔다가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전차는 끊겼고 버스도 배차시간이 너무 길고 택시도 잡히지 않아서 결국 걸어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있는 평화 공원은 심령 스팟으로 유명해서 이 밤중에 그 옆을 지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집에 가려면 그 길을 반드시 지나갔어야 했기때문에 어쩔수 없었다.
공원에 가까워 질수록 구석쪽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커플인가?!!
가까워지면서 본 그것은 사람의 형상같은 검은 그림자였다.
형체를 식별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두 눈만은 생생했다.
나는 그것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무서워서 눈을 피하고 걷는 속도를 높였다.
바로 등 뒤에서 뚜벅뚜벅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소름이 돋았다.
핸드폰을 꺼내들고 문자를 보내는 척, 인터넷 서핑을 하는 척 딴 청을 부리며
횡단보도를 건너려는데 하필 신호가 빨간 불로 바뀌고 말았다.
밤중이었지만 근근히 자동차가 다녀서 무단 횡단을 할수가 없었다.
걸음을 멈추고 서서 신호를 기다렸다.
그러자 뒤따라 오던 것이 내 옆에 나란히 서더니 고개를 숙여 내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불에 그을린 듯한 냄새가 나서 토할것 같았지만 필사적으로 보이지 않는 척 했다.
눈이 마주쳤기 때문에 내가 볼수 있는지 확인하려 했던 것 같다.
저 앞에 택시가 오길래 잡아 타려고 했는데 승차거부 당했다.
길을 건너서도 따라오는데다 집까지 따라오면 어쩌지 나는 안달이 났다.
그 때 아까 날 지나쳐갔던 택시가 다가와서 내 앞에 섰다.
이상한 검은 물체보다는 이상한 기사 아저씨가 낫겠다 싶어서 망설임 없이 올라탔다.
내가 타자마자 택시는 출발했다.
"학생, 보였던거지?"
백미러 너머로 눈이 마주친 기사가 나에게 말했다.
얼굴에 경련이 일었다.
"미안하네. 아까는 학생 뒤를 따라오던 검은 것이 보여서 나도 모르게 승차거부를 해버렸네."
기사님 눈에도 그 검은 존재는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구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서 다시 유턴을 해서 와준 것이다고 했다.
"저런 종류가 제일 끈질긴 타입이야. 안보이는 척 한 거 정말 잘 했어."
기사님 말씀에 따르면, 그 검은 존재의 정체는 원폭에 희생된 사람들이라고 한다.
1년 내내 그 모습을 드러내는데 여름이 되면 특히 수가 늘어나며,
평소와 같은 얌전한 모습과 다르게 아까처럼 사람을 따라다닌다고 했다.
나는 그날 그 검은 존재에게서 나던 냄새를 맡은 이후로 폐에 문제가 생겨서 대학을 중퇴하게 되었다.
병원에 가서 X-ray를 찍어보니 폐에 검은 그림자가 있어서 암이다 폐렴이다 결핵이다 진단이 분분했지만
재촬영해보니 검은 그림자는 어느새인가 사라졌다.
지금은 상태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천식 때문에 고생하거나 어지러워 쓰러질 때가 가끔씩 있다.
출처 http://todayhumor.com/?panic_45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