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파트는 두 건물당 한 경비실이 붙어있는 곳이에요.
전얼마 전에 잃어버렸던 제 택배를 경비 아저씨(말만 아저씨고 60중후반으로 보이심)께서 찾아주신 뒤로 아저씨랑 자연스럽게 말을 텄어요.
평소 아저씨가 아파트단지를 청소하시거나, 택배를 찾으러 갈 때 마주치면 저희 집에서 얼음물이나 간식거리 드리면서 대화 조금 주고받는 정도??
저희 집이 10년 거의 다 돼가는 오래된 아파트라 방음이 부실한데, 화장실에 있으면 옆집 싸우는 소리가 들리거든요?
윗집 아들이 엄마한테 화장지 달라는 소리, 옆집 애들 거실에서 안방까지 뛰어다니면서 소리지르는 것 다 들립니다.
저는 늘 화장실 가면 넋을 놓는데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윗집, 옆집 소리가 들립니다.
옆짚은 어린 애들 2-3명 키우는 신혼부부집인 것 같고, 마침 제가 화장실에 있을 때 부부 둘이서 서로 싸우길래 그 소리를 우연찮게 듣게 됐어요.
소리가 전부 들리는 건 아니고 부분부분만 들리는데 평소에도 자주 싸우는 집이라 그러려니 하고 신경 안 쓰려 했는데 대화 내용이...
확실한건 아니지만 대략적으로 남편분이 음식 유통기한이 지난걸로 아내분에게 화를 냈고 아내분은 처리하기 힘드니까 경비아저씨한테 주고 오겠다 하면서 현관문 쾅!!닫는걸로 싸움이 끝났는데
제가 잘 못 들은거일수도 있지만 문을 닫은게 왠지 그것들을 경비 아저씨께 드리는거 아닐까 싶고 넘어가자니 찝찝해서 여행 갔다가 사온 초콜릿 드리면서 얘기 한 번 해보자!하고 초콜릿 들고 경비실에 갔어요.
제가 아저씨께 "아저씨 초콜릿 가져왔어요!"하니까 아저씨께서 저를 알아보시고 뭘 또 가져오냐고, 됐다고 하시더라구요ㅋㅋ
저는 초콜릿 드리러 간 것도 있고 오지랖이지만 옆집 부인이 찾아왔나 싶어서 온 것도 있으니 혹시 옆집에서 음식 드리고 갔냐 물었더니 빵을 몇 개 주고 갔대요.
혹시 모르니 유통기한 확인하고 드시라고 하니까
"그런건 걱정 안 해도 돼요. 아가가 준 거는 그냥 먹을수 있지만은, 다른 집에서는 하도 상한것들을 줘서 내가 다 확인하죠."
...듣는 순간 멘붕.
"아저씨한테 상한걸 드린다고요??"하면서 놀라니까 원래 늘 있는 일이고 모르고 먹어서 탈난 적 없으니까 걱정 말라고 하시더라구요.
오유에는 그런 분들 없길 바라지만.. 그분들 거의 24시간 근무하시면서 한 달에 200도 못 받아가시는 분들이에요.
상한 화장품, 상한 음식은 자기가 처리합니다ㅠㅠ
경비 아저씨가 저한테 하신 말씀이 계속 맴도는데 제가 대신 죄송하네요..
"아가가 준것들 잘 먹었어요. 고마워요."
경비 아저씨는 쓰레기 버리라고 계시는 분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