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리니지하던 주갤럼.txt

샹키 2016.02.16 19:49:18


소시적 현역시절에 철원 보병부대에 있었습니다.

소총수로 살다가... 어찌어찌 대대행정병 차출...

야간 상황병을 서게 됐지요.

아시는 분들 아시지만 보통 대대 당직사령은 중대장 대위
사관은 하사들이 많이 섭니다.

아... 어색하다... 형들 주갤 스타일로 다시 써 볼게...

말이 대위지 태반은 전역날만 기다리는 대위 전역 코스이거나
매너리즘에 쩔어있는 아저씨들
당직사관은 더 심하지. 보통 위닝에 미쳐있는 짬안되는 하사... 그나마 대대 지통실이 어색한 행정병들 눈치보는... 뭐 그런 처지...

지금은 야비군도 다 끝나고 민방위 아저씨지만
당시 나는 이미 짬좀 찬 상병으로서
대대 작전병으로 어느정도 경험치는 쌓였겠다
작전과장과 대대장의 총애를 받아 휴가 나갔다가도 일있다고 들어오라고 하면 들어온 적이 있는 입장...
나중에 휴가 복귀 이야기는 다시 한번... 풀어 보는걸로 하고...

여간, 각설하고,
나는 나대로, 입대전 여자친구와는 헤어진지 오래고,
1541 걸어도 받을 사람도 없으며
낮엔 일로 쩔어서 야근을 밥먹듯 하고, 아침 점호는 빠져도 밤에 잠 못잤겠거니 하고 행보관이 넘어가줄 정도의 입지였으니
그야말로 위세가 등등했다. 전우조 이런건 애초에 개나 주고, 뒷펜스에 자물통 열어주라면 혼자 가서 열 정도의 무한 권한을 가진 그런 입장이었다...

11시까지 야근하는게 일상이었기 때문에
인사계원도 알아서 내 근무는 초번 아니면 말번으로 빼놓는게 코스였다.
작전과장이 근무 들어오는 날이면 초번초
그거 아니고 교육장교랑 야근하면 말번초로 빼서, 잠좀 자고 말번 서고 점호 빠지고 좀 자다가 10시쯤 출근하는 코스로...

그날은 흔한 말번초였다.
5시쯤 근무 투입돼서 인트라넷을 매의 눈으로 뒤지고 있던 차,
28k 모뎀 뺨치는 속도의 라인에 의지해 뭐 재밌는거 없나 뒤지고 있는데....

어둠의 경로에서 리니지 파일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인트라넷은 외부와의 접속이 차단된 곳이기 때문에 진짜 리니지를 할 방법은 없다.
간혹 프리서버를 깔아서 뭐 어쨌다는 소문이 있었으나
제로보드만 잘못 깔아도 기무에 끌려가기 십상인 동네에서 그정도 깡은 없었으니
그날따라 RPG 쯔꾸루 리니지가 눈에 띄었다.


이거 몇메가도 안되는데 돌아 가려나?

호기심은 인내를 용인하고 나는 그 파일을 사십분만에 다운받는데 성공했다.

본던이 나온다.
기사캐릭이 칼질을 하자 해골들이 으스러지며 비명을 내뱉는다.
촐기를 빨고 던전을 돌기 30분...

아침 기상점호 직전에 대대 상황병이 챙겨야 할 미션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기상 나팔이었다.
500여명이 동거동락하는 대대에서 기상나팔은 하나의 의식이자 거대한 선고였다.
제군들,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라. 라는...

나는 짬좀 찬 상병이었기에 앰프 켜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리고 열심히 본던을 돌았다.
도는데, 뭔가 익숙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은 착각에
이어폰도 없는데 그럴 리가 없으니, 기분탓이겠지, 생각하며 해골을 부수는데...

외곽근무 나갔다 들어오는 근무교대자들이 투덜댄다.
날씨도 추워 죽겠는데 환청이 들린다고.
사회있을때 리니지 하던 소리가 들린다고.

이윽고 내게도 들려오는 그 환청

빠라바라 바라바람 바밤 바라밤 빠바바밤 빰빰 빰빰빰
뿌악 뿌악 뿌악 뜩

뚜드득



나는 기상나팔이 울리기도 전에 대대 전체에 리니지 미디사운드를 송출하고 있었다......
그것도 대대 안 모든 스피커에....
각 중대 내무반 포함...

당직사령과 당직사관은 이미 풀침에 들어간 그 시간
나의 해골과의 바운스는 메아리가 되어
조용한 철원의 아침을 깨우고 있었다....



영창은 안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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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갤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