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회사내 왕따를 당하는거 같다고 생각한건 얼마전부터다.
정확히 눈치채기 시작한건 출장 후
갑자기 외국으로 몇달간의 출장이 있고나서 부터 아버지는 회사에서 점심을 드시지 않고
굳이 집까지 오셔서 드시기 시작하셨다.
회사랑 집이 가깝긴하지만...몇년간 같이 하던 동료들과의 점심시간이 혼자만의 점심으로 바뀌신것이다.
그리고 암만 출장이라해도 그 몇달동안 몰라보게 수척해지신 외모, 거기에 밖에서 누구랑 눈이라도 마주치시면 티나게 주눅드신다.
주말만 되면 다니시던 동네친구분들과의 약속도 다 취소하시고 혼자 묵묵히 돌처럼 참아내신다.
보면 볼수록 엄마없다고 놀림받던 초등학교 시절의 나같아서 눈물이 핑돈다.
괴롭힘 당하고 집에와서 아버지가 무슨일이냐 물으면 들키지 않기 위해 오히려 태연한척했던 그때.
우리 부녀는 어쩜이리 닮은꼴인지...
말이 적으시고 내성적인 성격이시긴 했지만 어느누구보다 상냥하시고 사고로 돌아가신 엄마몫까지
나를 키워내신 최고의 아버지....
워낙 속내가 깊고 배려심있는분이라 내가 요즘 무슨일있으시냐고 여쭤봐도 웃음으로 대답하시는 아버지.
그 웃음이 내겐 더욱 안쓰럽게 다가온다.
그래서 오늘 개교기념일인걸 비밀로 하고 나는 아버지를 위한 이벤트를 하기로 했다.
다른거야 내가 도와드릴순 없지만...
점심시간에 혼자 드시는 밥만큼은 내가 도와드릴 수 있다.
아침에 학교나가는척 하고 아버지가 출근하시고 난뒤 근사한 점심상을 차려서 아버지와 함께 식사하는것이다.
점심상을 준비해주고 식탁밑에 숨어있다가 아버지가 부엌에 오시면 짜잔~!하고 나타나서 놀래켜드리는것!!
누구보다 자상하시고 순진하신 아버지시니 눈물을 흘리시며 감동하실지도 몰라
드디어 아버지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 오셨고 나는 두근두근 숨을 죽이며 기다렸다.
부엌으로 막바로 오실거란 예상과 달리 거실바닥에 앉으신 아버지는
콘센트 근처로 가셔서 오른쪽바지를 걷어올리시고는 전자발찌를 충전하기 시작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