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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는 어릴 때 부터 영감이 있었습니다.
어릴 때는 그것이 현실의 것인지 아니면 이 세상의 것이 아닌지의 구별이 되지 않았습니다. 언제부터일까요.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주변사람에게 말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 내게 보이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한 것은... 현실의 것과 아닌것을 구별할 수 있게 된것은...
그리고... 그것이 보인다해도 절대로 자신이 그것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그것에게 들키면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된것은 세상이치를 알게 될 무렵부터 일까요?
때로는 눈을 돌리고 싶을 만큼 무서운 것을 보고 마는 일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척하면 대게의 경우, 화를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번 '그것'의 존재를 눈치챘을 때도 저는 보지 못한 척을 해버렸습니다. 하지만 이번으 ㅣ그것은 지금까지 그것들과는 분명 달랐습니다. 경솔하게도 저는 가볍게 여기고 발았던 것입니다.
저는 주마다 2,3번 아파트에서 7,8분 떨어진 비디오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그 날, 4일만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 저는 가게에 한 발짝 들여서는 순간 그것의 존재를 눈치채고 말았습니다. 처음, 그것의 존재감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몰랐지만 금방 알아챘습니다. 카운터 한 쪽 구석에 조용히 놓여져 있는 비디오 테잎... 예전에는 없던 것... 그리고 불행하게도 저는 그것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그것은 이제까지 체험한 적이 없는 사악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그 ㅜ디의 일입니다.
다음 날, 저는 학교 서클 활동을 끝내고 친구와 저녁을 먹고 헤어졌습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는 밤 10시 쯤이었습니다. 아파트는 대로에서 골목으로 들어가서 맞은 편 끝에 있습니다.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폭이고, 왼쪽에는 지어진지 상당히 오래 된 주택이 이어지고, 오른 쪽에는 빈 공장터가 이어져 있습니다. 그 공장쪽, 골목의 정 중앙에 낡은 전주가 덩그라니 서 있습니다. 여느때처럼 낯익은 풍경이었습니다.
골목으로 5걸음 정도 들어선 곳에서 전주의 그림자쪽에 뭔가 하얀 것이 보였습니다 흠칫 놀라 멈춰 선 저는 이윽고 그것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보니 그것은 여자의 뒷 모습인 듯했습니다. 하얀 브라우스에 하얀 롱 스커트 등뒤로 허리까지 기른 검은 머리, 스커트 밑으로 겨우 보일 듯한 투명한 발목... 그녀는 공장을 향해 마치 전주의 그림자속에 숨어 있듯이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람도 없는데 브라우스 소매가 하늘거리고 있었습니다.
전주의 그림자 속에 있었기 때문에 이쪽에서는 그녀의 얼굴 표정은 읽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가지 만났던 적이 없는 대단히 위험한 것이란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습니다. 이대로 걸어가면 그것의 옆을 지나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저는 발이 얼어붙은 듯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때 등뒤로 인기척이 났습니다. 돌아보니 샐러리맨 풍의 남자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 골목 어딘가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겠죠. 저는 솔직히 안심이 됐습니다. 이 남자와 보조를 맞춰 그 장소를 지나가면 혼자 지나가는 것보다는 조금 마음이 놓일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전주 쪽을 한 번 더 쳐다봤더니 그것은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분명 거기에 있었는데...
하지만 방심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등뒤로 오는 남자의 인기척과 발소리를 확인하면서 조심조심 전주 옆을 지나갔습니다. 역시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확실히 그것은 그 쪽에 있었던 겁니다... 저는 아파트에 들어갈 때, 전주를 힐끔 보았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계단을 올라 방으로 접어들려고 하는 순간 계단밑에 하얀 것이 보였습니다. 그것은 정말 계단을 올라오려고 하는 것입니다. 온 몸에 아드레날린이 치솟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때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제가 그것의 존재를 눈치챈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뚜벅
뚜벅
빨리 방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뚜벅
뚜벅
그것은 한 걸음 또 한 걸음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뚜벅
뚜벅
뚜벅
그것은 바싹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공포로 몸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있는 힘을 다해 몸을 움직여 간발의 차이로 문을 열고, 방으로 도망치듯 들어갔습니다.
위험했어... 조금이라도 늦게 문을 열었다면 그것을 바로 코앞에서 마주쳤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몸서리가 처집니다.
저는 온 신경을 문 뒤로 집중했습니다.
그 무서운 것이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저 쪽에 있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온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은 채, 아기처럼 울먹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언제까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