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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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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분전환겸 한 잔 마시러 갈까도 생각했지만, 취한 채로 돌아가면 켄지에게서 도망칠 수 없었다.


오는 길에 치한퇴치용 스프레이와 버저, 테이프와 비상식, 나무 판을 바구니에 넣고 계산대로 가려는데,


그것이 눈에 들어왔다. 금속 배트. 꿈에서 켄지를 때리던 금속 배트.


사자... 그놈이 거칠게 굴면, 이걸로 때려 죽일 수 있다. 이 비현실적인 시간이 끝나게 된다.


내가 배트를 사려고 했을 때, 갑자기 잠에서 깬 것처럼 정신이 들었다.


[나는 살인자가 되고 싶지 않아.]


그 말이 머리에 떠올랐다.


어째서 내가 이런 일을 생각하는 걸까? 뭐가 날 바꾼 걸까. 내 몸이 누군가에게 납치되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서둘러 계산대로 향했다.


책방에 가서 [격퇴! 스토커, 괴한, 치한, 도난. 여성을 위한 방법 메뉴얼.]이라는 책을 사고, 슈퍼에 가서 식료품을 사고


스프레이를 가방에 숨기고 집으로 갔다. 무사히 집에 도착해서, 곧바로 계획한 일을 실행했다.


창문에 잠금장치가 있는지 확인하고, 나무판을 검정테이프로 붙였다. 창에 사람 그림자가 비치는 게 무서워서 그랬다.


 

 

우편 포스트에도 나무판을 붙이고 싶었지만, 나무판이 부족했기 때문에 테이프만 붙였다.


그날은 많이 지쳐서, 비상식만 먹고 샤워하고 메뉴얼을 조금 읽다가 자려고 했다.


잘 수 없을것 같았지만, 막상 침대에 들어가 눈을 감으니, 자연스럽게 잠이 오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현관으로 향했다.


우편 포스트에 붙어있던 테이프가 뭔가로 잘려 있었고, 거기에는 검은 봉투가 떨어져 있었다.


보지 않고 버리려고 했지만, 계속 마음에 걸리길래 그냥 보기로 했다.


 

 

나는 오늘도 살인자의 집으로 향한다.


오늘 나올려나. 나왔으면 좋겠다. 빨리 만나고 싶은데.


나는 이녀석의 집 앞에 숨어 있다.


내가 전에 왔을 때와는 약간 달라진 걸 깨달았다.


쓸데 없는데. 이런 짓은 쓸데 없는데. 뭐 해. 이런 일을 할꺼라면, 차라리 나랑 빨리 만나는게 더 좋은데.


살인자의 생각은 나는 모른다.


나는 앞에 왔을 때와 집의 모습이 다른 것을 깨달았다.


쓸데 없는데. 쓸데 없는데. 뭐 해. 이런 일을 할거없이 빠르게 나와 만나면 좋은데.


살인자의 생각은 나는 모른다.

 

 


이번에는 안 태우고, 변기에 흘려보냈다. 그리고 침대 위에서 뭔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뭘 생각했던건지는 기억하지 않지만, 아마도 어떻게 저놈에게서 도망칠까, 어떻게 살해당하기 전에 저놈을 먼저 죽일 수 있을까,


뭐 대충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한 번 병원이라도 가야 하나..


그날도 아르바이트를 친구에게 부탁할까하고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도 없었고, 더우기 돈도 쪼달리기 때문에 가기로 했다.


알바하는 곳에서는 평범하게 시간을 보냈다. 이런 평범함이 계속 되기를 바라면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맨션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 사람 그림자가 맨션에서 나왔다.


 

 

나는 재빨리 자판기 뒤에 숨었다.


[이리로 오면 끝이다..]


가방에서 치한퇴치용 스프레이를 꺼내고, 전투 태세에 들어갔다.


그림자는 나의 기대를 배반하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심장이 크게 뛴다. 판매기 근처에 있는 가로등이 그림자를 비추었다.


근처에 사는 사람이었다. 뭐 하는거야 난... 가볍게 인사하고, 맨션으로 향했다.


너무 신경쓰느라 지친걸까.. 그런 생각하면서 맨션 입구로 들어가려는데, 내가 아까 숨어있던 판매기 쪽을 쳐다봤다.


 

 

가로등 아래에 사람이 있었다.


장례식때 본 얼굴. 레스토랑에서 보고 있던 얼굴.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그 얼굴. 켄지는 미소를 지으면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나는 맨션으로 달렸다. 엘리베이터는 1층에서 멈춰 있었다. 엘리베이터로 갈까, 계단으로 갈까.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 버튼을 누르고, 재빨리 닫기 폐튼을 눌렀다.


빨리 닫혀라, 닫혀라! 닫혀라! 닫혀라!


내 소원이 통한 것인지, 엘리베이터는 켄지가 오기 직전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 너머로 켄지를 봤다. 켄지를 가방을 매고, 손에는 잭나이프를 들고 있었다.


나는 일단은 안심했다. 이제 안심이다.


엘리베이터 유리문 너머로, 켄지를 보려고 했지만 켄지의 모습은 안 보였다.


 

 

아! 계단이 있잖아. 안심하면 안 되지!


[빨리 5층으로 올라가란 말이야!]


그렇게 혼잣말을 하면서 5층 버튼을 미친 듯이 눌렀다.


5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켄지는 없었다.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한 4층 정도에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재빨리 집 앞에 가서, 열쇠를 꺼내려고 했다.


초조한 나머지, 열쇠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서둘러 주웠다. 그리고 주우면서 계단쪽을 보았다.


켄지는 벌써 5층에 와 있었다.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열쇠를 주워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집으로 들어 온 순간,


[쾅!]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잭나이프로 문을 쳤을 것이다.


나는 어떻게든 현관문을 잠그고, 화장실로 가서 문을 잠갔다. 한동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5


3시간은 화장실에 있었던 것 같다. 화장실에서 나와 현관을 봤다. 예상한 대로 검은 봉투가 떨어져 있었다.



첫번째장


오늘은 살인자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꿈에 소미와 어머니가 나왔기 때문이다.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빨리 행복하게 해 주고 싶다.



두번째장


소미와 어머니의 예상대로 살인자의 집에 가보니, 살인자를 만날 수 있었다. 소미와 어머니가 대면시켜 주었다.


살인자는 도망쳤다. 모처럼 만날 수 있었는데. 행복해지고 싶지 않은 것인가. 불행을 좋아하는건가.



세번째장


나는 계단을 올랐다.


살인자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서.


소미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서.


어머니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서.


아버지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서.


모두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서.



네번째장


살인자는 나를 만나 주지 않았다. 나는 슬프지는 않았다. 또 만날 수 있다. 가족이 나의 아군이다.

 

 


나는 경찰에 전화했다. 예상한 대답이 돌아왔다.


[장난 아닙니다! 편지도 있고, 문에 칼로 긁힌 자국도 있습니다! 빨리 체포해 주세요!]


[네.. 자주 있습니다. 독신 생활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자작 연출하는 사람이. 이런 일을 할 바에야, 자원봉사를 하면서 조금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나는 전화를 끊었다. 스스로 할 수 밖에 없다. 스스로 그 녀석을..


나는 부엌에 있는 부엌칼을 보고 있었다. 손을 부엌칼에서 떼어 놓는다.


나는 무엇을 하려 하고 있는 것인가. 살인자가 될 바에야, 차라리 죽고 싶다.


하지만 본능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내 몸을 붉게 물들이고 싶은 게 틀림 없었다.


그 꿈처럼 그 녀석을.. 그 녀석을..

 

 


아침, 화장실에서 얼굴을 씻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한순간 내 얼굴이 아닌 것 처럼 보였다. 내 얼굴이지만, 내 얼굴이 아니다. 따뜻함이 전혀 없는 냉혹한 얼굴.


학교 가방을 열어보니, 안에는 교재 대신 부엌칼이 들어 있었다. 언제 넣었던걸까? 뭔가에 조종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은 곧바로 집에 안 가고, 지하철을 타면서 어슬렁거렸다.


그래도 별 다른 볼일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내리는 역이 가까워 졌을 때, 출구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지하철이 멈추고 문이 열렸다.


[퍽!]


사람인지 뭔지가 내 몸에 부딪쳤다.


[아, 죄송해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뒤를 쳐다 봤지만,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나는 내리고나서, 내 몸이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 주위 사람들이 날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시선을 신경도 쓰지 않고, 땅바닥을 향해 쓰러졌다.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만 같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주변이 온통 하얗다.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봤다.


[병원..?]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 거지? 그렇게 생각했을 때 간호사가 들어 왔다.


간단한 검사가 끝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간호사에게 물으려고 했을 때,


호리호리한 사람이 들어 왔다. 간호사는 병실에서 나갔고, 안에는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그 남자는 자신을 형사라고 말했고, 내게 일어난 일을 설명해 주었다.


지하철에서 내렸을 때 칼에 찔린 것 같았다. 2중 동안은 입원 해야한다고 말했다. 마취 효과가 있었던지, 그렇게 아프지는 않았다.


[뭔가 짐작하는 거라도?]


내게 그렇게 물은 것 같다.


[괴한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찌른 건 바로 그녀석이라고 확신했다. 나는 그녀석에게 잡히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2주는 순식간이었다.


입원하고 있을 때, 여러 사람이 병문안을 와주었다. 나는 아무 대답도 안 하고, 그냥 한 곳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퇴원하고 집으로 갔다.


현관문을 열고 봉투가 있는지 확인했다. 봉투는 없었다. 그리고 평범한 날들이 지나갔다.


나는 뭔가 자극적인 것을 찾고 있었다. 뭔가 어딘가가 부족하다.


내가 맨션 입구로 들어가려고 했을 때, 문든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 시선을 느낀 쪽을 보고, 내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


그 인물은 손에 칼을 가지고 있었다. 켄지가 있었다.


나는 가방에 보관해 둔 부엌칼을 꺼내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 행동을 방해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뭘 하고 있는거야!]


두 명의 경찰이 켄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켄지는 도망. 두 명의 경찰은 켄지를 쫓아갔다. 그리고 뒤이어서, 호리호리한 경찰이 다가왔다.


[너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나는 마음 속으로 혀를 찼다.


왜 방해하는 거야. 방해하지 마라. 수십분 정도 지나서, 켄지를 쫓던 경찰이 돌아왔다. 아무래도 켄지를 놓친 것 같았다.




6


[순찰 횟수를 늘려서 다행이었네.]


[왜 횟수를 늘린겁니까?]


[만약을 위해서..]


어쩌면 경찰이 내 집을 조사하고 봉투를 가져간 건지도 모른다.


[집에 봉투 없던가요?]


경찰은 한숨돌리고 말했다.


[흰 봉투랑 검은 봉투 2통이 있었어.]


그 편지를 보려고 경찰차에 탔다.


흰 봉투에는 [축]이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살인자에게 행복을 주었다. 모두 행복.



검은 봉투안을 열어 보았다.



행복은 간단하게 주어지지 않았다. 살인자는 행복이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나도 몹시 기다려 진다. 빨리 행복해지고 싶다.



[왜 편지가 왔다는 말을 안 한거죠?]


[당신 치료과정에 좋지 않을 거 같아서. 가족과도 상담해봤고, 그러는 편이 더 좋다고 했다. 숨겨서 미안하네.]


내 안의 뭔가가 식어만 갔다. 나는 내 자신이 무서워졌다.


 

 

나는 집에가서 침대에 누웠다. 뭘까. 켄지와 만났을 때 느꼈던 그 감정은.. 나는 확실히 켄지를 죽이려고 했다. 내 자신이 없어질 것만 같았다.


학교 마치고 오는 길에 오랫만에 한 잔하러 갔다. 즐거워야 할 술자리는 전혀 즐겁지 않았다. 요리나 술도 맛이 없었다.


[야, 술 맛없을땐 말야, 자기 몸 어딘가가 아프다는 증거야.]


친구가 웃으면서 말했다.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향한다. 계단에서 내려가려고 했을 때, 뒤에서 밀린 것 같았다. 취해서 스스로 떨어진건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녀석이 민건지도 모른다. 뭐,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근처에 있던 회사원 같은 사람이 다가왔다.


[괜찮아요? 지금 구급차 부를게요.]


[아. 괜찮습니다. 그냥 굴렀을 뿐입니다. 구급차는 오버에요.]


그렇게 말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아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당했다. 또 당했다. 그녀석에게.


분하다. 분하다. 분하다. 다음에는... 다음에는..


몇번이나 중얼거리면서 부엌칼로 침대를 찔렀다. 몇번이나. 몇번이나. 몇번이나.


방에 사람 그림자 같은 게 보인 것 같았다.


누구지? 그녀석인가. 그녀석이라면 좋다. 나는 그림자에게 달려들려고 했을 때, 그만 몸이 굳어지고 말았다.


그림자는 켄지가 아니었다. 여친이 울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을 피해 방바닥을 바라봤다. 침대에서는 솜이 튀어 나왔고, 튀어나온 솜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또 다른 나가 본래의 나를 빼앗고 있었다. 무엇이 나를 바꾼걸까?


그녀가 나를 꼭 껴안아 주었다. 따뜻했다. 계속 울면서 꼭 껴안아 주었다. 내 안의 살인자가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흉기가 될 만한 것들은 여친이 처리했다. 밖에 나올 때는 반드시 여친이 따라 왔다. 평범한 풍경을 보면서, 뭔가를 찻듯이 열심히 걸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따라왔다. 밤이 되자, 바람이 차가워졌다.


나와 여친은 다리 위를 걷고 있었다. 저쪽에서 사람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여친이 내 손을 잡아 당기면서 [빨리 도망쳐!]라고 말했다.


나는 영문을 몰랐다. 뭘 무서워하고 있는 것인지를. 그 순간, 어깨에 뜨거운 것이 들어 왔다.


나는 넘어졌다. 칼이 박혀 있었다.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내 안의 살인자가 눈을 뜬 것 같았다.


 

 

나를 칼로 찌른 사람이 말했다.


[살인자를 간단하게 죽게해선 안 되지요. 괴롭게 죽여야지. 어제 꿈을 꿨어. 어머니와 소미가 나왔지. 가르쳐 주었어. 어머니와 소미는 트럭에 치여 죽

었어. 너도 트럭에 치여 죽어야지.]


뭔가 뜨거운 게, 내 몸을 적셔갔다. 살인자는 어깨에 박혀있는 칼을 뽑았다. 드디어, 드디어 이 때가 온건가..


살인자는 켄지의 목을 한 손으로 잡았다. 어디를 찌를까하고 고민했다. 켄지는 필사적으로 살인자의 팔을 잡고 저항했다.


살인자는 목을 겨누었다. 꿈처럼 붉게 물드는건가. 이번에는 어디에 찌를까. 켄지를 칼로 찌르려고 했다.


그때 여친이 달려들어 방해했다. 금방 끝나는데.. 어째서 방해 하는거지. 몸에 힘이 빠지면서 칼이 바닥에 떨어졌다. 살인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7


켄지는 내게 매달리는 여친을 냅다 밀쳐내고, 나를 잡고 벽에 밀쳤다.


이제 죽는다. 지금 살아나도 언제 이녀석이 또 나타날지 모른다. 나는 눈을 감고 가만히 죽음을 기다렸다.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몇번이나 들렸다. 여친에게 인사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죽음을 기다렸다


다리 위에서 아래를 보았다. 사람이 모여 있고, 그 시선은 모두 같은 곳을 보고 있었다. 도로가 붉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나는 병원에서 경찰에게 오늘의 일을 이야기했다.


[정당방위가 인정될거야. 목격자도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어.]


내가 켄지를 떨어뜨린 것일까. 그곳에는 나와 여친과 켄지밖에 없었다. 내가 했는건가... 무의식중에 내 안의 살인마가 나온 것인가.

 

 


종신형이라도 선고받고, 내 남은 삶을 끝냈으면 좋겠다.


홀로 남은 남편은 나를 원망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없었으면, 가족은 행복했을 것이다.


나는 켄지의 집에 가기로 했다. 부디 나를 죽이길 바라면서.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나에게 몇번이나 사죄했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내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마지막으로 여친을 보러 가기로 했다. 그녀는 자고 있었다. 어제 병원에 옮겨지고 나서 쭉 자고 있었다. 방에 있는 것은 두 명뿐.


[고마워..]


방을 나오려는데, 여친이 내 손을 잡아 당겼다.

 


 

수개월이 지나고, 소미의 기일에 맞춰서 그 집을 찾아갔다.


[모처럼 와 줬구나. 요리를 시켰으니까 괜찮다면 먹고 가.]


빨리 돌아가고 싶었지만, 모처럼 온 거라서 먹고 가기로 했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어느새 밤 12시가 되어 있었다.


[오늘은 시간이 참 빨리도 가지? 괜찮다면 하룻밤 자고 가.]


나는 왠진 모르지만, 돌아갈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말이 참 고마웠다.


그 날밤에 꿈을 꾸었다. 사방이 온통 꽃이 피어 있는 곳에 있었다. 언덕 위에 네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날 부르는 것 같길래, 언덕으로 올라갔다.


언덕에는 사이 좋은 가족이 있었다. 한 사내아이가 내게 다가왔다. 아이의 얼굴에는 생기가 없었다.


그 사건이 없었다면, 분명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기분이 우울해졌다. 내가 이 아이의 시간을 빼앗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여자아이가 내게로 다가왔다. 아이는 웃고 있었다.


웃는 얼굴을 보자, 조금 전까지 우울했던 기분은 어딘가로 사라졌다.


아이는 내 손을 잡았다. 가족은 모두 웃고 있었다. 아이의 손은 매우 따뜻했다.

 

 


나는 남편에게서 아침 식사도 대접받았다.


[어제 이상한 꿈을 꿨어.]


나는 꿈 내용을 묻지 않았다.


[여러가지로 감사합니다.]


[나야말로 고마워.]


[그.. 괜찮으시다면 내년에도 와도 될까요?]


[그리 말하니까 참 기쁘구나. 언제든지 환영하니까, 내년에도 와.]


나는 집을 나섰다. 또 그 꿈을 꾸고 싶었다. 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꿈. 어쩌면 이런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낸 망상일지도 모르지만..


내년에는 여친도 데려오자, 분명히 여친도 좋아할 거다. 그렇게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왠지 모르게 빨리 집에가고 싶었다. 집에 도착하니까, 자동 응답 메시지가 1건 있었다. 메시지가 흘러 나왔다.


그때는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병원에서 여친의 부모님을 만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여친이 운전하다가, 맞은 편에서 오던 승용차랑 부딪쳐서, 지금 수술중이라고 했다.


몇 시간이 지나고, 수술실에서 나온 여친 곁에는 간호사와 의사가 있었다.


여친에게는 다리가 없었다.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병원 화장실에 가서, 얼굴을 씻고 거울을 보았다.


[안녕. 살인자.] 





괴담돌이 http://blog.naver.com/outlook_ex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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