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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카이도 여행 4]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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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나와 존은 어느 호텔의 방으로 들어갔다. [좋은 방이죠? 여기가 사장의 사촌이 경영하는 호텔이에요.] 확실히 좋은 방이었다. 지상 20층에 있는 이 방에서는 예쁜 야경도 보였다. [형님, 가족에게 연락은 끝냈어요?] [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랐는데, 어떻게든 이해시켰어.] [죄송하지만 제령이 끝날 때까지 형님을 여기에 감금시키겠습니다. 잘못하면 가족에게도 폐가 되거든요..] 내 가족은 어머니와 누나 두 사람. 아버지는 3년 전 가을에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다. 아버지의 임종하는 순간에는 아무도 없었다. 자택에서 고독사했던 것이다. 나에게는 좋은 아버지였다. 태어나서 가장 진지하게 울었던 기억이 난다. 몸이 약한 어머니를 남겨두고 떠나간 아버지. 내가 지켜줘야만 하는데도, 지금의 나는 이렇다. 정말로 한심하다. [존. 너에게도 가족이 있겠지?] 나의 질문에 존은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피가 섞인 가족은 없습니다. 저는 시설 출신입니다. 그래서...] [아, 그래? 괜한 질문을 했네.] [저에게는 가족이 있습니다. 사장님과 사원 모두죠. 만약 사장님이 저를 구해주지 않았다면, 저는 정말로 쓸모없는 사람으로 일생을 마쳤을 거에요.] 존은 상냥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 여사장, 히스테릭해서 무서울 것 같았지만, 네가 말한 대로 근본은 좋은 사람이구나.] [네, 그렇죠. 평소에는 무섭지만. 그런데 형님.] [?] [그 사람, 여자가 아니에요.] [응?] [개조 완료!]

 

 

나는 잠시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안정된 환경은 오래간만이었다. 존은 노트북으로 계획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저기, 존] [왜 그러세요?] [나 같은 인간은 나 말고도 있는 거야? 나처럼 영문도 모르고 홀려버리는 인간이 나 이외에도...] 존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많아요. 그렇지만 형님은 운이 좋은 편에 속해요. 우리를 만났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죽을 뿐입니다. 맨 처음에 형님이 말한 것처럼, 자신이 이상한 것이라고 깊이 생각한 사람의 대부분이 죽습니다.] 존은 담배에 불을 켜고 연기를 깊게 빨아들였다. [최근의 자살자 수는 연간 3만명 이상이 됩니다. 하루에 100명은 자살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인불명이나 행방불명을 포함하면 더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장님이 말했어요. 일본인의 수호령이 해마다 약해지고 있다고요. 그 때문에 정말로 작은 악령에게도 간단히 홀려버리는 인간이 늘어났다고요. 물론 전부가 악령의 소행이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이것은 정말로 슬픈 일이죠. 아무튼, 그렇게 말씀하셨죠.] [수호령...?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귀신 같은 건 아직 어색해. 수호령이 뭐야?] 존은 노트북을 손에서 놓고 나를 쳐다보았다. [수호령과 악령. 같은 영이라는 글자로 표현하지마는, 근본적으로 완전히 다른 존재입니다. 악령은 자기 자신의 감정과 의지에 의존해 존재합니다. 반대로 수호령은 인간이 따뜻한 기억에 의존해서 존재합니다. 악령의 강함은 자신이 가진 원념에 의해 결정되고, 수호령의 강함은 사람의 따뜻한 기억에 따라 결정됩니다.]

 

 

[따뜻한 기억? 그게 뭐지?] [다정함이에요. 사람은 누군가를 지키거나, 도우면서 다정함을 익힙니다. 상부상조의 정신입니다. 그 정신이 수호령의 힘이 되는 것입니다.] 역시, 나는 잘 모르겠다. 단지, 존이 진지한 것은 알 것 같다. [그건 무슨 종교 같은 건가?] [아니요. 사장님의 말씀이에요. 우리는 종교단체가 아닙니다.] 존이 말하는 대로, 일본인의 수호령이 전체적으로 약해졌다면, 그것은 상부상조의 정신이 부족해졌기 때문인가... 확실히 슬픈 현실이다. 그렇다면 나도, 그 상부상조의 정신이 없어서, 이렇게 돼버린 것인가? [형님의 수호령은 강해요?] [뭐가?] [아까도, 말했지만, 형님은 원래 죽어있어도 이상하지 않아요. 그 정도로 강한 놈에게 홀린 거에요. 하지만 형님은 죽지 않았어요. 수호령이 지켜주고 있어요.] [나의 수호령?] [아버지에요. 형님의 아버지가 형님을 지켜주고 있어요. 빠듯한 승부지만, 정말로 열심히 버텨주고 있어요. 형님은 좋은 사람 밑에서 자랐네요.]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조용히 창 밖의 예쁜 야경을 바라보았다. 예쁜 야경이 엷고 희미하게 보였다.

 

 

저녁 식사로 존이 스파게티를 내밀었다. [드세요. 나중에는 체력승부가 될 테니까요.] 존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식욕이 없다. 반 정도 먹으니까 한계였다. 그것을 보고 존은 한숨을 내쉰다. 나는 불안감으로 마음이 졸린 상태였다. 영문도 모를 소동에 말려들어, 이렇게 살고 있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째서 이런 일에 내가 말려든 것인지.. 자문자답해도 존에게 물어봐도 알 수 없었다. 창문 저쪽으로 보이는 경치 속으로, 많은 사람이 지나간다. 예전에는 나도 저 흐름 속에 있었다. 일상으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생각에 빠져있던 나의 귀에, 뭔가가 창문에 붙는 소리가 났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자, 나의 동공은 단숨에 열리고 말았다. 사람의 손이 창문에 붙어 있었다. 여기는 지상 20층. 베란다도 없다. 사람이 서 있을만한 장소가 아니었다. 그런 곳에 사람의 손이 있었다. 나는 존의 이름을 외쳤다. 그 순간, 존은 나의 앞을 막아서며, [창문에서 떨어지세요!] 라고 외쳤다. 존은 휴대폰을 집어들고 어딘가로 전화하기 시작했다. 나는 창문에 붙은 손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괜찮습니다. 제가 있습니다. 이 방 안으로는 들어올 수 없습니다.] 존이 떨고 있는 나에게 말했다. 그때, 손의 주인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의 주인이 되는 사람의 얼굴을 본 순간에, 머리에 구멍이 뚫리는 것 같은 충격을 받고 쓰러졌다. 손의 주인은 나였다.

 

 

창문의 저쪽 편에 내가 있었다. 아무리 봐도 나였다. 나의 머리는 완전히 새하얘졌다. 어째서 내가 창문 저쪽 편에 붙어 있는 것일까.. 나는 여기에 있는데 창문 저쪽 편에도 내가 있었다. 나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사장, 접니다! 존입니다! 좆되게 생겼습니다. 도플갱어입니다! 형님의 도플갱어가 나왔습니다! 저의 눈에도 보입니다!! 지금은 창 밖에 있습니다!! 네!! 부탁합니다!] 존의 전화를 받은 사람은 사장이었다. 뭔가를 사장에게 부탁하고, 존은 휴대폰을 끊었다. [형님, 저놈과 절대로 접촉하면 안 됩니다. 접촉하면 저라도 사장님이라도 형님의 목숨을 살릴 수 없습니다!!]  창 밖에 있는 또 하나의 내가 미친 듯이 창문을 치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온 방으로 울려 펴졌다. [열어라아아아아! 열어어어어어어!!] 라고 몇 번이나 외쳤다. 존은 [빨리, 빨리, 빨리, 빨리!] 라고 중얼댔다. 그 순간, 존의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 벨소리를 들은 창 밖의 나는, 놀란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사라져버렸다. [뭐야? 저건 뭐야? 존? 내가 있었어. 내가 있어!!] 소리치는 나를 무시하고, 존은 휴대폰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예, 사라졌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나는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존이 소파에 앉더니, 지금 일어난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정말 성가시네요. 형님. 창 밖에 있었던 그것은, 그 여자, 나나코가 만들어 낸 형님의 분신입니다. 저 분신과 접촉하면 무조건 죽습니다. 흔히 말하는, 도플갱어입니다. 이것은 그 여자가 형님을 마음먹고 죽이려고 하는 증거입니다. 도플갱어의 살상 능력은 엄청나게 높습니다. 아마도 그 여자는, 형님을 천천히 괴롭히고 나서 죽일 생각이었을 겁니다. 그러는 편이, 여자에게 있어서 도움도 되고, 또 형님을 강한 악령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재빨리 죽이려고 한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 형님의 몸속에 사장님이 만들어낸 특수한 방화벽을 쳐둔 상태입니다. 평범한 악령이라면 절대로 접근조차 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 여자는 그런 것을 가볍게 무너뜨리고, 형님의 분신을 만들어냈습니다. 게다가 더 나쁜 사실은, 제가 형님의 분신을 보려고 해서 본 게 아닙니다. 저 여자 때문에 강제적으로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즉, 저도 어느샌가 여자에게 침입당한 것입니다. 아까는 사장에게 부탁해서 지불했습니다. 지금의 저에게는 저것을 처리할 힘이 없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것은, 그 여자가 꿈속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이렇게까지 리얼한 형님의 분신을 만들어 내서, 저와 형님 앞에서 동시에 구체화 해 보인 것입니다. 저는 그런 낌새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여자가 저보다 훨씬 더 강력한 존재라는 것을 마음속 깊이 깨달았습니다.] 존은 거친 숨을 내쉬면서, 분한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나의 몸은 아직도 떨리고 있었다. 존의 이야기가 나의 공포심을 더욱 커지게 하였다. 나는 존에게 소리쳤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고개를 숙였다. [어떻게 하지...] 존은 우울한 표정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괴담돌이 http://blog.naver.com/outlook_ex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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