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 스포
좀 무리수가 있기는 한데 제 개인적으로는 가장 흥미진진한 해석이라 여기에 소개합니다.
이 해석이 나온 가장 출발점은 무명이 중구를 향해 '아이의 애비가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 이라고 한데서 부터 시작합니다.
무명은 바로 앞에 종구가 있음에도 너, 당신이 잘못을 저질러서라고 하지않고 '아이의 애비'가 라고만 합니다. 종구와 아이의 애비가 마치 별개의 사람인것처럼 말이죠.
"네가 의심을 하고, 사람을 죽일 생각을 품고, 실제로 사람을 죽여서 그 벌을 받는 거야"
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걔 아빠가 의심을 하고, 걔 아빠가 사람을 죽일 생각을 품고, 걔 아빠가 실제로 사람을 죽여서"
라고 하는데 거기서 걔 아빠는 종구가 아닌 다른 사람을 지칭한다는거죠.
그리고 종구가 "내 딸 어딨어!" 라고 말할 때 무명은 바로 "효진이?" 라고 물어보는게 아니고
가슴께까지 오는 키의 "요만한 여자애?" 라고 되묻습니다.
종구가 "그래 내 딸 어딨냐고!" 하자 그제서야 "효진이?" 라고 되묻습니다.
효진이 종구의 딸이라면 곡성의 모든일을 다 아는 무명이 바로 효진이라고 받아들였어야 할텐데 "요만한 여자애?"라고 되물었다는거죠.
여기서 효진의 아버지가 사실은 종구가 아닐수있다라는 가설이 나옵니다.
그럼 과연 효진의 진짜 아버지는 누구일까요?
일단 이건 덮어두고
여러 해석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분석이 효진이 성폭행을 당한듯한 뉘앙스를 자주 보여준다라는겁니다.
공책의 낙서 패턴은 성범죄 피해자 아동들의 것과 매우 유사하고(가령 성기에서 피가 흐르는 그림이라던지) 부모님의 성행위 장면을 보고서도 자주 봤어 하면서 놀라지 않고, 아빠가 치마를 걷어 올리자 싸늘한 반응을 보이는걸 보면 말입니다.
이러한 묘사를 볼때 효진이 성폭행을 당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보통 성폭행을 한 대상을 일본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효진과 종구의 대화를 보면 꼭 그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종구가 딸에게 "일본인을 아느냐. 만난 적 있느냐."하고 물을 때 효진이는 그냥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지만 종구가 "그 사람과 뭘 했느냐. 뭘 했느냐고" 따져 물자 갑자기 효진이가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기 시작합니다.
"그게 뭐가 중한데. 뭐가 중하냐고"
일본인이 성폭행을 한 대상이라면 여기서 그런 반응을 보이는게 당황스럽긴 합니다. 더 중요한게 있다는 식의 뉘앙스인데 그럼 뭐가 더 중한걸까요?
바로 다른 사람이 자신을 성폭행했는데 아빠가 자꾸 일본인 얘기를 묻는다 범인은 그 사람이 아닌데 왜 자꾸 다른 이야기만 하는거냐. 중요한건 그게 아닌데 라는 식의 말이라는거죠.
그럼 일본인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일본인은 확실히 귀신은 맞다고 봅니다. 다만 완벽한 악귀냐 라면 또 이야기가 다른데...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대놓고 일본인이 악마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무명은 대놓고 착한 쪽에 가깝다, 신이다라고 표현하는 반면 일본인에 대해선 두리뭉실하게 얘기하고 오히려 무조건 나쁜존재는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있잖아요. 천우희씨의 모습을 통해서 위로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후반부 골목길에 천우희가 쭈그리고 앉아 있잖아요. 그게 바로 현재 신의 모습이라 생각했습니다. 관객은 대체 무명(천우희 분)의 정체가 무엇이냐 질문하기 시작할텐데 이 영화가 신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기도 합니다. 그 신은 저나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존재죠. 제 바람은 신이 다시 예전과 같이 가까이 왔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 중요한 인물 한 명이 남았다. 종구와 부딪치며 평행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외지인(쿠니무라 준 분)이다. 어떻게 보면 수상한 '악인' 같은데 또 어떻게 보면 뭔가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같다가 마지막에는 악마의 형상으로 변한다.
- 종구의 플롯과 일본인의 플롯은 다르다. 이 일본인은 죽임 당한 상태로 유기되는 순간 종구의 플롯에서 사라진다. '곡성'의 공간 자체도 그렇고 영화가 매우 한국적인 플롯 안에서 이뤄져 가는데 일본인은 그렇지 않다. 저는 예수를 모티브로 외지인 캐릭터를 만들었다. 유대인들에게 예수가 그랬듯이, '곡성' 사람들에게 외지인은 세상을 뒤엎을만한 위험한 존재로 성장한다. 신을 믿는다면 다가오는 외지인이 선이라고 믿겠지만,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악이라고 여기는 거다. 외지인이 뭘하려고 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구원하려는 것 같다. 종구 플롯에서 벗어나서 보면 외지인은 홀로 묵묵히 뭔가를 하면서 수행하고 기도한다. 외지인이 한 대사를 보면 성경에 나온 예수의 말 뉘앙스와 비슷한 것이 있다. 마지막에 부활한 그가 악마의 형상이 된 이유는 부활한 예수를 제자들이 알아보지 못한 것에서 착안했다. 그렇다면 이런 형상이어도 되지 않겠나 생각했다. 관객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드리고 싶었다. 과연 이런 상황이 온다면 믿을지, 혹은 믿지 않을지.
이야기만 들어보면 일본인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듯한 인물입니다. 예수를 모티브로 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누구에게는 선으로 믿을수 있고 누구에게는 악으로 믿을수 있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죠.
즉 무명이 언제나 선한 존재 곡성에 사는 생명이라면 무조건 다 보호해주는 수호신이라면
일본인은 악행을 저지른 악인에게는 언제나 악마가 될 수 있는 신이라는거죠.
예수를 모티브로 했따는데 딱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이라고 보면 될듯합니다. 선인은 해꼬지를 안하지만 악인에게는 무서운 벌을 내리는 그런 신...
그리고 일본의 요괴중 텐구라고 있는데 일본판 악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텐구는 숲의 지킴이지만, 숲을 어지럽히는 인간은 단호하게 징벌하는 신입니다. 즉 악에 대해선 확실하게 응징하는 요괴라는거죠.
일본인은 그런 텐구와 같은 요괴 혹은 신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효진과 일본인이 만난것도 효진에게 그런 원한이 있었기 때문이고 일본인이 그런 원한을 받아 악인을 응징하는 신이기 때문입니다. 효진에게 다가가 그런 원한을 듣고 원한을 자기 식으로 풀어주려고 하는데
효진의 아버지는 효진에게 일본인과 만나서 그 사람과 뭘 했느냐. 뭘 했느냐고면 따져 묻고 있습니다.
효진 입장에선 가장 중요한건 그게 아닌데... 그래서 "무엇이 중한지도 모르면서" 악다구를 쓴다는거죠.
그럼 효진의 진짜 아버지는 누구일까요?
여기서 가장 유력하게 나오는 가정은 종구의 동료 경찰 오성복입니다.
효진이 바로 오성복과 종구의 부인 사이에서 부적절한 관계로 낳은 딸이라는거죠.
그리고 효진을 성폭행한것도 효진의 아버지 오성복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자기 딸인 효진을 성폭행했다는거죠.
이 설에 대한 근거로는 오성복이 일본인 집을 종구와 같이 찾아갔을때 일본인 집에 가득히 있던 사진들을 보고 나오는 반응들입니다.
홀로 일본인 집의 비밀방으로 들어가 가득히 있던 사진을 본뒤 오성복은 대놓고 넋이 나갔는데요.
개가 난리를 치고 오성복이 개하고 싸우며 난리법석을 떠는데도 그저 패닉 상태입니다.
대체 무엇을 봤길래 패닉상태였을까요
일본인이 사진을 찍는 행위를 감독은 영혼에 대한 갈취라고 감독은 말했는데 이와 덧붙여 그동안의 죄를 기록하는 의미가 있다면 오성복이 본 사진들에는 자신의 죄가 여지없이 찍혔을겁니다. 뭐 불륜이라던지 딸에 대한 성폭행이라던지 말이죠.
피해자들의 사진들을 보고 너무 충격적이라서 패닉에 빠진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지나칠정도로 넋이 나가있습니다.
그동안의 캐릭터를 본다면 범행에 관련한 사진들을 발견하면 대놓고 흥분해서 욕이라도 퍼부을듯한 캐릭터인데 그렇게 넋이나가 패닉상태가 된건... 거기서 자신의 죄에 대한 증거물을 보았다라는거죠.
그리고 그렇게 넋이 나간 와중에도
물건 하나를 무의식중에 가지고 나오는데 그게 하필 효진이의 실내화 한짝입니다. 다른 피해자들의 사진이나 물건은 다 내버려둔채 말이죠.
그 뒤 넋이 나간 상태로 차를 타고 돌아오는 상황에서
계속 "일본인이 범인이야. 산 사람일적에 사진을 찍어놓고 그 사람이 미쳐죽으면 또 찾아가 사진을 찍는거여. 그 사람이 범인이야." 라고 말합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자신의 죄는 묻어두고 일본인에게만 죄를 뒤집어 씌우고 싶어 안달난 사람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무명이 말한 "걔 아빠가 의심하고, 죽이려 했고, 죽였다"는 말을 다시 되새겨 봅시다.
여기서 말하는 효진 아빠라는게 오성복이라면 오성복이 죽인건 대체 누구일까요
보통 여기서 이 말이 종구가 일본인을 죽이고 도로 밖으로 떨어트린걸 말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종구 입장에서도 좀 억울한 점이 있습니다. 대놓고 종구가 일본인을 죽인게 아니라 일본인이 어디서 튀어나와서 트럭에 부딪친거니까요.
또한 무명 입장에선 그 일본인은 자신이 퇴치해야 할 적인데 그걸 가지고 죄라고 하는건 뭔가 좀 약해보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본인은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 일본인 자기가 죽일려고 한것도 아닌데 사고 비슷하게 죽인거가지고 무명이 그걸 죄라고 몰아세우는건 좀 쪼잔해 보입니다.
무엇보다 무명이 대놓고 그 일본인 사람이니여라고 해놓고 일본인 죽였다고 왜 사람을 죽이냐 그게 죄다 이건 앞뒤가 안맞는거죠
사실 무명이 그 말하는 씬 바로 전에 나온 살인사건은 오성복의 살인사건입니다.
바로 집 주인 할머니를 살해한 사건이죠.
갑자기 뜬금없이 발생했는데 이 사건은 지금까지 나온 다른 살인사건과는 좀 다른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저주에 걸려 사람을 죽인 사람들은 다 얼굴에 피칠갑을 하고 정신이 나간 상태입니다. 얼굴에 수포가 올라오고 발광을 하기도 하고 간질환자마냥 몸을 비틀어대곤 했지요.
반면에 오성복은 얼굴이 상당히 깨끗합니다. 표정도 정신이 나가거나 광기 상황이 아니라 그저 넋이 나간 정도로 밖에 안보입니다.
자기 조카인 이삼도 어느정도 인지할수 있는 상태구요.
그리고 영화에서 살인사건을 일으킨 사람들은 다 저마다 수포가 올라오고 피부 상태가 안좋은걸 보여줬지만
오성복은 그러한 신이 전혀 없습니다. 그냥 기운이 좀 안좋다 몸이 으슬으슬하다고 본인 입으로 얘기했을뿐 수포가 심하게 돋아나거나 몸이 뒤틀리거나 하는 모습은 보여준적이 없습니다.
이걸 봤을때 이 살인사건은 일본인의 저주로 인한 살인사건이 아닌 그냥 인간의 살인사건이 아닐까 싶네요.
경찰이 말하기를 "삼촌이 약을 지신것 같소" 라는 말을 볼때 버섯으로 인한 환각상태일수도 있구요. 사실 버섯에 의한 환각 이야기를 먼저 꺼낸것도 오성복이라 이는 복선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혹은 모방범죄일수도 있겠죠. 나도 다른사람들처럼 정신착란때문에 살인을 저지른거라고 하기위한...
무엇을 의심해서 죽였느냐 라면 이건 아무런 근거가 없어서 대놓고 상상의 영역이지만 집 주인 할머니가 자신의 범죄를 누설한게 하는 의심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자신이 강간한 아이의 증거품이 뜬금없이 일본인 집에서 나왔으니 다 의심스러웠고 그 의심이 집주인 할머니에게 가서 결국 살인사건으로 이어진게 아닌지...
즉 여기서 무명이 말한 "걔 아빠가 의심하고, 죽이려 했고, 죽였다" 라는건 이 사건을 의미한게 아닌가 하는거죠.
곡성을 수호하는 수호신입장에서도 같은 곡성 주민을 의심으로 죽인건 대놓고 보호할수가 없다는 거겠죠.
그리고 오성복의 조카 양이삼, 그렇게 겁이 많아 보이는 친구가 굳이 자신이 나설 필요도 없는데 홀로 일본인을 찾아 갑니다.
아마 삼촌 오성복에게 오성복 자신의 죄를 낱낱히 들었기 때문 아니었을까요?
종구가 중간에 양이삼에게 "너 왜 내 전화를 계속 안 받느냐"고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전화를 피했고 이때 이삼은 종구를 보면서 좀 지나치게 깜짝 놀랍니다. 이때 이미 모든걸 알고 있었다는거죠.
이 이야기의 진위를 확인하고자 혹은 증거를 은폐하고자 일본인을 홀로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양이삼은 일본인을 찾아가 "너는 악마다" 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삼촌이 잘못된게 아니라 그저 악마에게 흘린 것뿐이라고...
그러자 일본인은 말하죠. "자넨 이미 내가 악마라고 확신했어. 내가 누군지 입으로 아무리 말해봤자. 니 생각은 바뀌지 않을거다" 라고...
이미 양이삼이 자신의 삼촌은 잘못이 없다 모든건 다 이 악마 때문이다 라고 단정을 지었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고
그런 양이삼 앞에서 일본인은 점점 악마의 형상이 됩니다.
일본인은 처음부터 대놓고 자신은 악마다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선인인지 악인인지에 따라 자신의 모습이 달리 보이는것일뿐...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는 말은 "나는 바로 나다" 입니다. 마지막까지 자신이 대놓고 악마라고는 말하지 않아요. 결국은 악마라고 보는 건 결국은 너 때문이다 라는거죠.
마치 기독교의 신이 자신을 믿는 사람에겐 선으로 보이지만 이를 믿지않는 죄인들에게는 악마로 보이는 것처럼...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왜 효진의 참극에 종구는 살아남았을까요
효진이 어머니와 할머니를 죽인건
어머니는 불륜의 죄때문에 할머니는 이를 알고도 종구에게 말하지 않고 숨긴 죄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것이 바로 일본인의 저주이고
하지만 종구를 죽이지 않은건...
이게 바로 종구가 효진의 아버지가 아니라는걸 보여주는게 아닌가 싶네요. 가족의 씨를 말린다고 했는데 종구와 효진은 아무런 혈연관계가 아니니 살아남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종구의 생사는 애매모하게 그려졌지만 감독은 종구가 살아 있다고 여긴다고 했고 곽도원씨도 종구가 살아 있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한걸로 보아 산게 아닌가 싶습니다.
상당히 무리수가 많고 상상이 많은 해석이지만 그래도 곡성 해석중 가장 흥미로운 해석이었네요.
물론 이게 절대 옳다는건 아닙니다. 다만 이런 해석도 있다고 그냥 흥미차원에서 읽어주세요.
이 해석이 나온 가장 출발점은 무명이 중구를 향해 '아이의 애비가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 이라고 한데서 부터 시작합니다.
무명은 바로 앞에 종구가 있음에도 너, 당신이 잘못을 저질러서라고 하지않고 '아이의 애비'가 라고만 합니다. 종구와 아이의 애비가 마치 별개의 사람인것처럼 말이죠.
"네가 의심을 하고, 사람을 죽일 생각을 품고, 실제로 사람을 죽여서 그 벌을 받는 거야"
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걔 아빠가 의심을 하고, 걔 아빠가 사람을 죽일 생각을 품고, 걔 아빠가 실제로 사람을 죽여서"
라고 하는데 거기서 걔 아빠는 종구가 아닌 다른 사람을 지칭한다는거죠.
그리고 종구가 "내 딸 어딨어!" 라고 말할 때 무명은 바로 "효진이?" 라고 물어보는게 아니고
가슴께까지 오는 키의 "요만한 여자애?" 라고 되묻습니다.
종구가 "그래 내 딸 어딨냐고!" 하자 그제서야 "효진이?" 라고 되묻습니다.
효진이 종구의 딸이라면 곡성의 모든일을 다 아는 무명이 바로 효진이라고 받아들였어야 할텐데 "요만한 여자애?"라고 되물었다는거죠.
여기서 효진의 아버지가 사실은 종구가 아닐수있다라는 가설이 나옵니다.
그럼 과연 효진의 진짜 아버지는 누구일까요?
일단 이건 덮어두고
여러 해석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분석이 효진이 성폭행을 당한듯한 뉘앙스를 자주 보여준다라는겁니다.
공책의 낙서 패턴은 성범죄 피해자 아동들의 것과 매우 유사하고(가령 성기에서 피가 흐르는 그림이라던지) 부모님의 성행위 장면을 보고서도 자주 봤어 하면서 놀라지 않고, 아빠가 치마를 걷어 올리자 싸늘한 반응을 보이는걸 보면 말입니다.
이러한 묘사를 볼때 효진이 성폭행을 당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보통 성폭행을 한 대상을 일본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효진과 종구의 대화를 보면 꼭 그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종구가 딸에게 "일본인을 아느냐. 만난 적 있느냐."하고 물을 때 효진이는 그냥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지만 종구가 "그 사람과 뭘 했느냐. 뭘 했느냐고" 따져 물자 갑자기 효진이가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기 시작합니다.
"그게 뭐가 중한데. 뭐가 중하냐고"
일본인이 성폭행을 한 대상이라면 여기서 그런 반응을 보이는게 당황스럽긴 합니다. 더 중요한게 있다는 식의 뉘앙스인데 그럼 뭐가 더 중한걸까요?
바로 다른 사람이 자신을 성폭행했는데 아빠가 자꾸 일본인 얘기를 묻는다 범인은 그 사람이 아닌데 왜 자꾸 다른 이야기만 하는거냐. 중요한건 그게 아닌데 라는 식의 말이라는거죠.
그럼 일본인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일본인은 확실히 귀신은 맞다고 봅니다. 다만 완벽한 악귀냐 라면 또 이야기가 다른데...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대놓고 일본인이 악마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무명은 대놓고 착한 쪽에 가깝다, 신이다라고 표현하는 반면 일본인에 대해선 두리뭉실하게 얘기하고 오히려 무조건 나쁜존재는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있잖아요. 천우희씨의 모습을 통해서 위로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후반부 골목길에 천우희가 쭈그리고 앉아 있잖아요. 그게 바로 현재 신의 모습이라 생각했습니다. 관객은 대체 무명(천우희 분)의 정체가 무엇이냐 질문하기 시작할텐데 이 영화가 신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기도 합니다. 그 신은 저나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존재죠. 제 바람은 신이 다시 예전과 같이 가까이 왔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 중요한 인물 한 명이 남았다. 종구와 부딪치며 평행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외지인(쿠니무라 준 분)이다. 어떻게 보면 수상한 '악인' 같은데 또 어떻게 보면 뭔가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같다가 마지막에는 악마의 형상으로 변한다.
- 종구의 플롯과 일본인의 플롯은 다르다. 이 일본인은 죽임 당한 상태로 유기되는 순간 종구의 플롯에서 사라진다. '곡성'의 공간 자체도 그렇고 영화가 매우 한국적인 플롯 안에서 이뤄져 가는데 일본인은 그렇지 않다. 저는 예수를 모티브로 외지인 캐릭터를 만들었다. 유대인들에게 예수가 그랬듯이, '곡성' 사람들에게 외지인은 세상을 뒤엎을만한 위험한 존재로 성장한다. 신을 믿는다면 다가오는 외지인이 선이라고 믿겠지만,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악이라고 여기는 거다. 외지인이 뭘하려고 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구원하려는 것 같다. 종구 플롯에서 벗어나서 보면 외지인은 홀로 묵묵히 뭔가를 하면서 수행하고 기도한다. 외지인이 한 대사를 보면 성경에 나온 예수의 말 뉘앙스와 비슷한 것이 있다. 마지막에 부활한 그가 악마의 형상이 된 이유는 부활한 예수를 제자들이 알아보지 못한 것에서 착안했다. 그렇다면 이런 형상이어도 되지 않겠나 생각했다. 관객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드리고 싶었다. 과연 이런 상황이 온다면 믿을지, 혹은 믿지 않을지.
이야기만 들어보면 일본인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듯한 인물입니다. 예수를 모티브로 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누구에게는 선으로 믿을수 있고 누구에게는 악으로 믿을수 있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죠.
즉 무명이 언제나 선한 존재 곡성에 사는 생명이라면 무조건 다 보호해주는 수호신이라면
일본인은 악행을 저지른 악인에게는 언제나 악마가 될 수 있는 신이라는거죠.
예수를 모티브로 했따는데 딱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이라고 보면 될듯합니다. 선인은 해꼬지를 안하지만 악인에게는 무서운 벌을 내리는 그런 신...
그리고 일본의 요괴중 텐구라고 있는데 일본판 악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텐구는 숲의 지킴이지만, 숲을 어지럽히는 인간은 단호하게 징벌하는 신입니다. 즉 악에 대해선 확실하게 응징하는 요괴라는거죠.
일본인은 그런 텐구와 같은 요괴 혹은 신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효진과 일본인이 만난것도 효진에게 그런 원한이 있었기 때문이고 일본인이 그런 원한을 받아 악인을 응징하는 신이기 때문입니다. 효진에게 다가가 그런 원한을 듣고 원한을 자기 식으로 풀어주려고 하는데
효진의 아버지는 효진에게 일본인과 만나서 그 사람과 뭘 했느냐. 뭘 했느냐고면 따져 묻고 있습니다.
효진 입장에선 가장 중요한건 그게 아닌데... 그래서 "무엇이 중한지도 모르면서" 악다구를 쓴다는거죠.
그럼 효진의 진짜 아버지는 누구일까요?
여기서 가장 유력하게 나오는 가정은 종구의 동료 경찰 오성복입니다.
효진이 바로 오성복과 종구의 부인 사이에서 부적절한 관계로 낳은 딸이라는거죠.
그리고 효진을 성폭행한것도 효진의 아버지 오성복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자기 딸인 효진을 성폭행했다는거죠.
이 설에 대한 근거로는 오성복이 일본인 집을 종구와 같이 찾아갔을때 일본인 집에 가득히 있던 사진들을 보고 나오는 반응들입니다.
홀로 일본인 집의 비밀방으로 들어가 가득히 있던 사진을 본뒤 오성복은 대놓고 넋이 나갔는데요.
개가 난리를 치고 오성복이 개하고 싸우며 난리법석을 떠는데도 그저 패닉 상태입니다.
대체 무엇을 봤길래 패닉상태였을까요
일본인이 사진을 찍는 행위를 감독은 영혼에 대한 갈취라고 감독은 말했는데 이와 덧붙여 그동안의 죄를 기록하는 의미가 있다면 오성복이 본 사진들에는 자신의 죄가 여지없이 찍혔을겁니다. 뭐 불륜이라던지 딸에 대한 성폭행이라던지 말이죠.
피해자들의 사진들을 보고 너무 충격적이라서 패닉에 빠진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지나칠정도로 넋이 나가있습니다.
그동안의 캐릭터를 본다면 범행에 관련한 사진들을 발견하면 대놓고 흥분해서 욕이라도 퍼부을듯한 캐릭터인데 그렇게 넋이나가 패닉상태가 된건... 거기서 자신의 죄에 대한 증거물을 보았다라는거죠.
그리고 그렇게 넋이 나간 와중에도
물건 하나를 무의식중에 가지고 나오는데 그게 하필 효진이의 실내화 한짝입니다. 다른 피해자들의 사진이나 물건은 다 내버려둔채 말이죠.
그 뒤 넋이 나간 상태로 차를 타고 돌아오는 상황에서
계속 "일본인이 범인이야. 산 사람일적에 사진을 찍어놓고 그 사람이 미쳐죽으면 또 찾아가 사진을 찍는거여. 그 사람이 범인이야." 라고 말합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자신의 죄는 묻어두고 일본인에게만 죄를 뒤집어 씌우고 싶어 안달난 사람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무명이 말한 "걔 아빠가 의심하고, 죽이려 했고, 죽였다"는 말을 다시 되새겨 봅시다.
여기서 말하는 효진 아빠라는게 오성복이라면 오성복이 죽인건 대체 누구일까요
보통 여기서 이 말이 종구가 일본인을 죽이고 도로 밖으로 떨어트린걸 말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종구 입장에서도 좀 억울한 점이 있습니다. 대놓고 종구가 일본인을 죽인게 아니라 일본인이 어디서 튀어나와서 트럭에 부딪친거니까요.
또한 무명 입장에선 그 일본인은 자신이 퇴치해야 할 적인데 그걸 가지고 죄라고 하는건 뭔가 좀 약해보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본인은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 일본인 자기가 죽일려고 한것도 아닌데 사고 비슷하게 죽인거가지고 무명이 그걸 죄라고 몰아세우는건 좀 쪼잔해 보입니다.
무엇보다 무명이 대놓고 그 일본인 사람이니여라고 해놓고 일본인 죽였다고 왜 사람을 죽이냐 그게 죄다 이건 앞뒤가 안맞는거죠
사실 무명이 그 말하는 씬 바로 전에 나온 살인사건은 오성복의 살인사건입니다.
바로 집 주인 할머니를 살해한 사건이죠.
갑자기 뜬금없이 발생했는데 이 사건은 지금까지 나온 다른 살인사건과는 좀 다른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저주에 걸려 사람을 죽인 사람들은 다 얼굴에 피칠갑을 하고 정신이 나간 상태입니다. 얼굴에 수포가 올라오고 발광을 하기도 하고 간질환자마냥 몸을 비틀어대곤 했지요.
반면에 오성복은 얼굴이 상당히 깨끗합니다. 표정도 정신이 나가거나 광기 상황이 아니라 그저 넋이 나간 정도로 밖에 안보입니다.
자기 조카인 이삼도 어느정도 인지할수 있는 상태구요.
그리고 영화에서 살인사건을 일으킨 사람들은 다 저마다 수포가 올라오고 피부 상태가 안좋은걸 보여줬지만
오성복은 그러한 신이 전혀 없습니다. 그냥 기운이 좀 안좋다 몸이 으슬으슬하다고 본인 입으로 얘기했을뿐 수포가 심하게 돋아나거나 몸이 뒤틀리거나 하는 모습은 보여준적이 없습니다.
이걸 봤을때 이 살인사건은 일본인의 저주로 인한 살인사건이 아닌 그냥 인간의 살인사건이 아닐까 싶네요.
경찰이 말하기를 "삼촌이 약을 지신것 같소" 라는 말을 볼때 버섯으로 인한 환각상태일수도 있구요. 사실 버섯에 의한 환각 이야기를 먼저 꺼낸것도 오성복이라 이는 복선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혹은 모방범죄일수도 있겠죠. 나도 다른사람들처럼 정신착란때문에 살인을 저지른거라고 하기위한...
무엇을 의심해서 죽였느냐 라면 이건 아무런 근거가 없어서 대놓고 상상의 영역이지만 집 주인 할머니가 자신의 범죄를 누설한게 하는 의심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자신이 강간한 아이의 증거품이 뜬금없이 일본인 집에서 나왔으니 다 의심스러웠고 그 의심이 집주인 할머니에게 가서 결국 살인사건으로 이어진게 아닌지...
즉 여기서 무명이 말한 "걔 아빠가 의심하고, 죽이려 했고, 죽였다" 라는건 이 사건을 의미한게 아닌가 하는거죠.
곡성을 수호하는 수호신입장에서도 같은 곡성 주민을 의심으로 죽인건 대놓고 보호할수가 없다는 거겠죠.
그리고 오성복의 조카 양이삼, 그렇게 겁이 많아 보이는 친구가 굳이 자신이 나설 필요도 없는데 홀로 일본인을 찾아 갑니다.
아마 삼촌 오성복에게 오성복 자신의 죄를 낱낱히 들었기 때문 아니었을까요?
종구가 중간에 양이삼에게 "너 왜 내 전화를 계속 안 받느냐"고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전화를 피했고 이때 이삼은 종구를 보면서 좀 지나치게 깜짝 놀랍니다. 이때 이미 모든걸 알고 있었다는거죠.
이 이야기의 진위를 확인하고자 혹은 증거를 은폐하고자 일본인을 홀로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양이삼은 일본인을 찾아가 "너는 악마다" 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삼촌이 잘못된게 아니라 그저 악마에게 흘린 것뿐이라고...
그러자 일본인은 말하죠. "자넨 이미 내가 악마라고 확신했어. 내가 누군지 입으로 아무리 말해봤자. 니 생각은 바뀌지 않을거다" 라고...
이미 양이삼이 자신의 삼촌은 잘못이 없다 모든건 다 이 악마 때문이다 라고 단정을 지었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고
그런 양이삼 앞에서 일본인은 점점 악마의 형상이 됩니다.
일본인은 처음부터 대놓고 자신은 악마다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선인인지 악인인지에 따라 자신의 모습이 달리 보이는것일뿐...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는 말은 "나는 바로 나다" 입니다. 마지막까지 자신이 대놓고 악마라고는 말하지 않아요. 결국은 악마라고 보는 건 결국은 너 때문이다 라는거죠.
마치 기독교의 신이 자신을 믿는 사람에겐 선으로 보이지만 이를 믿지않는 죄인들에게는 악마로 보이는 것처럼...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왜 효진의 참극에 종구는 살아남았을까요
효진이 어머니와 할머니를 죽인건
어머니는 불륜의 죄때문에 할머니는 이를 알고도 종구에게 말하지 않고 숨긴 죄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것이 바로 일본인의 저주이고
하지만 종구를 죽이지 않은건...
이게 바로 종구가 효진의 아버지가 아니라는걸 보여주는게 아닌가 싶네요. 가족의 씨를 말린다고 했는데 종구와 효진은 아무런 혈연관계가 아니니 살아남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종구의 생사는 애매모하게 그려졌지만 감독은 종구가 살아 있다고 여긴다고 했고 곽도원씨도 종구가 살아 있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한걸로 보아 산게 아닌가 싶습니다.
상당히 무리수가 많고 상상이 많은 해석이지만 그래도 곡성 해석중 가장 흥미로운 해석이었네요.
물론 이게 절대 옳다는건 아닙니다. 다만 이런 해석도 있다고 그냥 흥미차원에서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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