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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세계괴담] 러시아편 - 양철깡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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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 대전후 알렉체프 일가는 가계가 어려워져 더이상 그곳에 살기가 힘들다고 판단하고 고향 땅을 떠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둘째인 동생쪽 가족들만 혼자서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 땅을 지키겠다고 버텼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포함한 전 알렉체프 일가족은 동생 가족들과 눈물로 작별 인사를 하고 고향을 떠났다.

그 이후로 한동안 형과 동생 일가는 서로 소식이 끊어졌다.

 

몇년이 더 흐른뒤 동생은 커다란 소포를 두개 받게 되었는데 한쪽에는 양철로 된 여러개의 통이, 다른쪽에는 양철로 된 통들과 괴상하게 생긴 칼날, 그리고 편지가 들어있었다. 형이 보낸 것이었다. 동생은 글자를 못 읽는 문맹이라 동생의 아내가 대신 편지를 읽어 주었다.

형을 비롯한 일가족은 미국에 정착해서 잘 살고 있으며, 형과 형수가 일하고 있는 군수품 공장에서 구한 통조림을 보낸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형의 그러한 편지에도 불구하고, 형쪽도 생활이 어렵지만 무리해서 이런것들을 보낸 것임을 동생은 잘 알 수 있었다.

 

동생은 양철통들을 보았다. 통조림이라는 것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봤지만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었다.

동생의 아내가 양철 통조림의 라벨에 써있는 영어를 읽어보니 분말우유, 쥬스가루, 말린 육포, 스프가루 등등이었다.

그 시절엔 통조림을 너무 단단하게 밀봉을 했기 때문에 동생이 괴상하게 생긴 칼날과 망치를 가지고 처음 통조림을 열었을땐 속에 들어있던 식량 대부분을 바닥에 버릴 정도였지만 차츰 익숙해져서 나중에는 거의 버리는 것 없이 안전하게 뚜껑을 열 수 있게 되었다.

 

그 다음부터는 종종 형에게서 소포가 두개씩 날아왔다. 특히 동생일가가 생활이 어려울때 그 소포 두개가 큰 도움이 되었다.

거의 언제나 방식은 비슷하게 한쪽은 통조림만 다른 한쪽은 통조림과 간단한 생활도구, 편지가 들어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소포가 오지 않게 되었다.

동생은 형 일가가 걱정되기도 하고 자기 가족의 생존이 걱정되기도 했다.

동생가족의 생활은 점점 더 어려워져만 갔다.

그러다 동생의 아내는 음식을 좀 얻어올 요량으로 친정으로 향했다.

 

동생과 동생의 아이들만 집을 지키고 있을 때 소포가 하나 도착했다.

형으로부터 온 소포였다. 소포를 끌러보니 역시 예전처럼 양철 통조림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동생은 그중 작은 통조림 하나를 열어서 꺼낸 가루를 뜨거운 물에 풀고 오랜만에 아이들을 배불리 먹일 수 있었다.

 

그 다음날 아침 아내가 돌아왔는데 소포가 도착한 것을 보고 아내도 많이 기뻐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소포가 하나 왔다. 운송 사정상 하나가 늦게 도착한 것이었다.

그 소포엔 역시 양철 통조림들과 간단한 생활도구, 편지가 들어있었다.

아내가 편지를 읽어주었다.

그동안 소포를 못보냈던 사정과 할아버지가 노환으로 돌아가셨다는 말,

그리고 할아버지의 유골을 화장해서 작은 통조림에 넣어두었으니 고향땅에 묻어달라는 내용이었다.




출처 http://blog.naver.com/keeper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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